'먹고 죽자!'식 송년회는 NO, "요즘 송년회는 '이렇게' 합니다"

삼겹살에 소주를 곁들이는 직원들, 건배사를 외치는 부장님, 연설을 늘어놓는 사장님. 우리가 생각하는 회사의 일반적인 송년회 모습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어라 마셔라'식의 송년회는 2030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 200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세대)가 조직의 실무 계층으로 자리 잡으면서 분위기가 바뀌어가고 있다. 이들이 주도하는 송년회는 친목 그 자체를 위한 모임 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함께 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출처: 동아닷컴

문화 송년회, 헌혈 송년회 등...고전적 모습 탈피한 송년회

음주가무가 주가 되던 고전적인 모습의 송년회는 지고 색다르고 새로운 모습의 '이색'송년회가 뜨고 있다. 영화나 연극을 보는 '문화 송년회', 볼링, 골프 등의 스포츠를 함께 즐기는 '스포츠 송년회', 헌혈이나 연탄봉사 등 뜻 깊은 송년회까지 그 형태도 다양하다. 이러한 송년회 문화의 변화는 밀레니얼 세대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알바앱 알바콜이 20, 30대 직장인 79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87%에 달하는 직장인은 이색회식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출처: 인크루트 공식 홈페이지

전시회, 영화 등을 관람하는 문화 회식이 23%로 선호도가 가장 높았다. 마사지나 테라피를 즐기는 힐링 회식(21%), 볼링과 당구 등의 스포츠를 하는 레포츠 회식(16%) 등이 뒤를 이었다. 실제로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해 이색 송년회를 몇년 전부터 진행하고 있는 기업들이 꽤 많다.

대표적으로 삼성전기는 지난 2015년부터 문화 체험형 송년회를 진행하고 있다. 회사 동료들과 함께 영화를 관람하는 삼성전기의 '무비 데이(Movie Day)'가 바로 그것이다. 영화 관람뿐 아니라 경품 추첨 이벤트도 진행해 직원 만족도가 높은 이색 송년회로 꼽힌다. SPC그룹의 경우엔, 2012년부터 매년 대한적십자사 남부혈액원과 함께 'SPC그룹 임직원 헌혈 송년회'를 진행하고 있다. 연말을 더욱 뜻깊게 보내고 다양한 사회공헌을 통해 나눔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목적이다. 행사를 통해 마련된 헌혈증은 소아암, 백혈병 환아들에게 기부된다.

"우리 회사는 크루즈에서 송년회 한다" 송년회도 인스타그래머블하게!

또 크루즈 파티장과 고급 호텔이 이색 송년회 장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요리와 와인을 즐기는 '파티' 컨셉의 송년회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크루즈 업체들은 뜻밖의 연말 특수를 누리는 중이다. 실제로 한강 유람선을 운영하는 이랜드크루즈는 올해 12월 예약률이 80%가 넘었다고 밝혔다.

서울 주요 고급 호텔들의 이번달 주중 단체 예약률도 전년 대비 약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 플라자 호텔에 따르면 연말이 다가오면서 호텔 레스토랑 2곳 세븐스퀘어와 도원의 단체 예약률이 전년 동기 대비 약 25% 높아졌다. 이렇게 호텔과 크루즈 업체가 연말 특수를 누리고 있는 것은 바뀌어가는 송년회 트렌드를 방증한다.

이색 장소에서 송년회를 하는 조직문화 확산엔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행태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디지털 네이티브로도 불리는 밀레니얼 세대는 SNS사용에 익숙하고 SNS상에 스스로의 정체성을 가능한 '긍정적으로' 타인에게 표출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이들에게 'SNS에 올릴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지'가 새로운 소비의 기준이 되면서 다양한 업계에서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인스타그램과 '~할 자격이 있는'이란 뜻의 'Worthy'가 결합된 신조어 인스타-워디(Insta-Worthy)와 비슷한 뜻의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한 이유기도 하다. 그렇기에 흔히 말하는 '인스타 감성'을 좇는 이들이 SNS를 통해 주변에 자랑할 만한 송년회 장소로 고급 호텔과 크루즈 파티장 등이 제격인 것이다.

더불어 최근 들어 조성된 '짧고 굵게', '회식 빈도를 줄이고, 한 번 할 때 제대로 하자'는 분위기 역시 이색 송년회 트렌드에 힘을 보탰다.

"퇴근 후 제 시간은 지켜주세요." 저녁시간 피해 '점심 송년회'하는 기업들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과 워라밸 문화가 확산되면서 저녁시간을 피해 점심에 송년회를 하는 회사도 늘었다. 퇴근 후의 개인 시간을 존중한다는 취지에서다. 인크루트와 알바콜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30 직장인의 70%가 회식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의 주된 원인은 '귀가 시간이 늦어져서'였다.

밀레니얼 세대는 기성 세대에 비해 공과 사를 명확히 구분하고 자기만의 시간을 중요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이들에게 저녁 회식 자리는 업무의 연장선이다. 때문에 퇴근 후의 시간이 보장되면서 술 걱정도 덜한 점심 송년회를 선호하는 것이다.

점심 송년회를 하는 기업이 많아지면서 의외의 장소인 백화점 식당가가 송년회 장소로 주목 받고 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12월 한 달간 압구정본점 등 전국 15개 점포 식당가에 입점한 122개 레스토랑의 예약 건수가 전년 대비 21.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점심시간(오전 11시~오후 1시)의 예약 건수는 약 30% 늘었다. 오피스 상권인 판교 지점은 8인 이상 단체 예약이 무려 89% 상승했다.

백화점뿐만이 아니다. 이색 장소로 꼽히는 고급 호텔도 마찬가지다. 파크하얏트 서울의 연말 오찬 송년회 문의는 전년 동기간 대비 20%가 증가했고, 그랜드하얏트 서울도 주중 점심 행사 예약이 같은 기간 23%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오피스 집중 지역인 여의도에 위치한 글래드 호텔 레스토랑의 런치 뷔페 단체 예약률은 전년 대비 10% 상승했다.

인터비즈 신혜원 임현석
inter-biz@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