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장 "기증은 박물관의 경사..예우 높이겠다"

(서울=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국내외로 뿔뿔이 흩어져 있는 고려불화를 700년 만에 귀향시킨 주인공이다.
민병찬 관장은 지난해 11월 국립중앙박물관의 수장이 되기 9년 전인 지난 2010년 '고려불화대전-700년 만의 해후' 특별전은 기획했다. 이 특별전은 국내외적으로 큰 관심을 이끌어 냈다. 고려불화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종교미술로 꼽히지만, 현존하는 불화는 160여 점 정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 중 약 130점은 일본에 있었고 국내엔 고작 13점밖에 없었다. 민 관장은 특별전을 위해 2년간 일본 각지 사찰을 이곳저곳 찾아다녔고, 승려들을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불화들을 대여 받았다.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장의 문화재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민병찬 관장은 최근에 감동했던 이야기도 들려줬다. 이달 중순 기자와 만난 민 관장은 "문화재 역사상 유례가 없는 최고의 경사였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지난해 있었던 손창근옹의 '세한도'(국보 제180호) 기증 이야기였다. 추사 김정희가 유배 시절인 59세 때 그린 '세한도'는 전문가들로부터도 가격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귀한 가치를 지닌 '무가지보'(無價之寶)란 평가를 받고 있다. 조선 후기 문인화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세한도 기증 특별전'이 진행 중이기도 하다.
"손창근 선생님이 이전에 304점을 1차 기증하실 당시 소장 문화재 가운데 이 '세한도'만 제외하고 기증하셨습니다. 그리고 2년 뒤인 지난해에 마지막 남은 한 점인 '세한도'를 기증하셨지요. '세한도'는 손창근 선생님이 가장 아끼던 문화재를 우리 국민에게 선물하신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손창근옹은 이러한 기여로 문화훈장 중 최고 영예인 금관문화훈장을 수훈해고,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청와대 초청을 받기도 했다.
민 관장은 손옹과 같은 기증자에 대한 예우를 높일 계획도 있음을 전했다.
우선 중앙박물관은 '기증자의 전당'을 2022년까지 조성할 예정이다. 현재 상설전시관에 자리한 기증관은 관람객이 적고, 상대적으로 만족도가 낮은 것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민 관장은 "기증자분들의 숭고한 뜻을 저희가 잘 전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기도 해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며 "우선 저희가 기증자의 스토리를 풀어내는 데 부족한 점이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전시실이 기증자별로 꾸며져 있어서 관람객들의 관심을 유발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최근 관람객들은 스토리가 있는 전시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데, 기증관은 이 부분에서 아무래도 불리한 면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민병찬 관장은 취임 후 국보 83호·78호 반가사유상을 박물관 대표 브랜드로 만들겠다고 공언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의 '모나리자'처럼 국립중앙박물관의 상징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금동반가사유상은 조형성 면에서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탁월한 작품입니다. 이 상들은 종교미술이자 감동을 주는 예술작품으로서의 보편성도 지니고 있어 그 진면목을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이와 함께 학술적인 중요성도 자연스럽게 제시할 생각입니다."
금동불의 경우, 주조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제작기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주물의 두께라든가 주조할 때의 특징 등 제작기법에 대해 새롭게 밝힌 정보들은 반가사유상을 좀 더 풍부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금동반가사유상에 더욱 이를 위해 두 국보 반가상 전용관을 기존 공간보다 8배 규모로 대폭 넓혀 오는 11월 개관할 계획임을 밝혔다.
민 관장은 문화재의 진위를 과학적 기법으로 풀어낼 수 있는 박물관 산하 '문화유산 과학센터' 설립·운영 방안도 알렸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중심이 되어 국공사립박물관 그리고 국외박물관이 소장하는 우리 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우선 국립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약 200만점을 과학적으로 조사 분석해 시대, 재질, 양식 그리고 제작기법 등으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려고 합니다. 이 작업을 국공사립박물관 소장품으로도 확대하면 우리 문화유산의 종합적인 보존대책 마련뿐 아니라 빈번히 발생하는 문화유산의 진위문제에 중요한 검증 기준을 마련할 수 있을 것 입니다."

2010년 '고려불화대전', 2015년 '고대대불교조각대전'처럼 민 관장의 폭넓은 네트워크를 활용한 굵직한 특별전에 대한 관람객들의 기대감도 크다. 특히 코로나19 국면에 놓인 현재, 문화 향유에 대한 국민들의 갈증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코로나19 시대의 박물관은 사람을 생각하고, 세상과의 연결을 고민하는 공감의 공간이 되고자 합니다. 사람들은 외부 세계와 단절된 느낌 속에서도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떠남에 대한 갈망을 하게 됩니다. 박물관은 한국문화의 정체성과 더불어 세계 문화의 다양성을 느끼고, 닫힌 교류의 창을 열며, 또 다른 세계를 꿈꾸는 역동적인 공간이 될 수 있는 기획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국내 최초로 영국 국립초상화미술관 주요 소장품 80여 점을 국내 최초로 소개하는 '영국 초상화'전(4~8월)을 연다. 셰익스피어, 엘리자베스 1세, 찰스 다윈, 데이비드 호크니 자화상 등 16세기부터 현대사를 수놓은 인물들의 강렬한 삶의 이야기를 초상화를 둘러싼 여섯 가지 키워드로 전시한다.
뒤이어 코로나19 팬데믹, 기후변화 등 위기에 직면하면서도 극심한 환경변화 속에서도 끈질기게 생존해 온 인류의 진화과정을 되돌아보는 '호모사피엔스'전, 수행승이자 예술가였던 '승려 장인'을 문화사적으로 조명하는 '조선시대 승려 장인'전을 연다.
"박물관은 국민 여러분께 새로운 주제와 내용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특별전의 개최 횟수와 빈도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전시 내용과 질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특별전은 최소 2~3년 전에 미리 전시주제를 잡고, 충분히 조사연구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또 학계의 의미있는 성과를 전시에 반영해야 완성도도 높아집니다. 이와 같은 노력은 궁극적으로 관람객의 만족도로 이어집니다."
마지막으로 민병찬 관장은 국민에게 알리고 싶은 국립중앙박물관의 매력을 소개했다.
"저희 박물관 야외정원에는 석탑과 부도 등 다양한 석조물을 전시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나무와 야생화들이 100여종 이상 피고 있습니다. 세계의 유명한 박물관을 다녀보아도 우리 박물관처럼 넓고 자연친화적인 야외정원을 가진 곳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박물관 정원 곳곳에는 앉아 쉴 수 있는 공간도 만들어 두었습니다. 자연과 더불어 휴식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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