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굴 성능 낮춘 그래픽카드, 기가바이트 RTX 3080 Ti Gaming OC 제이씨현

지난해 라데온 RX 6900 XT 출시 직후부터 본격적으로 이야기되었던 지포스 RTX 3080 Ti가 약 반년이 가까운 시간이 지난 후 마침내 출시되었다.

그 사이 가상화폐 광풍이 불어닥쳐 게이머들이 구하기에는 물량 부족에다 천장부지로 치솟은 가격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세계 최대 비트코인 채굴지역으로 꼽히는 중국과 이란에서 정부가 제재에 나섰다.

여기에 엔비디아는 채굴 전용 GPU인 CMP 시리즈에 이어 RTX 30 시리즈의 채굴 성능을 제한한 LHR 칩을 내놓으며 그래픽 카드 시장 안정화를 위한 신호를 보내는 와중에 지포스 RTX 3080 Ti가 등장한 것.

엔비디아의 공식 발표 전부터 각종 유출 자료를 통해 알려진 내용이지만, RTX 3080 Ti는 RTX 3080보다 RTX 3090에 더 가까운 특성을 보인다. 극단적으로 평가하자면 RTX 3090에서 VRAM만 절반으로 줄인 제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등장한 지포스 RTX 3080 Ti는 어떤 제품일지, 지금부터 그 성능을 자세히 살펴보자.

기가바이트 지포스 RTX 3080 Ti Gaming OC 제이씨현

파운더스 에디션(FE)은 엔비디아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레퍼런스급 제품으로 타 제조사에서 출시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번 기사도 실제 소비자가 접하게 되는 제조사의 커스텀 모델 중 제이씨현에서 국내 유통하는 기가바이트의 지포스 RTX 3080 Ti Gaming OC 모델을 통해 지포스 RTX 3080 Ti의 성능을 점검한다.

이름처럼 부스트 클럭이 레퍼런스 가이드의 1665MHz보다 높은 1710MHz로 동작하는 것이 특징이며, 높아진 발열을 처리하기 위해 기가바이트 특유의 트리플 팬 기반 쿨링 솔루션이 탑재되었다.

기가바이트 지포스 RTX 3080 Ti Gaming OC 제이씨현 모델의 디스플레이 출력 포트는 3개의 DP포트와 2개의 HDMI 포트를 갖췄다. 레퍼런스 디자인보다 1개의 HDMI 포트가 추가된 것으로, 아직 DP에 비해 더 많은 장비에서 쓰이는 HDMI 포트 연결성이 개선되었다.

기가바이트 지포스 RTX 3080 Ti Gaming OC 제이씨현 모델은 RTX 30 시리즈 특유의 스크린 쿨링 디자인에 더해, 제품 보호를 위한 백 플레이트에 전원부 및 메모리 칩 실장부의 방열판 역할을 더하기 위해 써멀 패드를 덧대었다.

바이오스는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성능 혹은 소음도를 우선시한 듀얼 바이오스를 탑재, 스위치를 통해 간단히 전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단지, 소음도와 성능을 중시한다 해도, 각 GPU의 부스트 클럭과 최대 TGP 세팅 자체는 동일하다.

차이라면 OC 모드는 기본 TGP가 최대치인 370W로 고정된 것과 달리, 정숙 모드는 기본 이보다 낮은 350W로 설정된 차이를 보인다.

기가바이트 지포스 RTX 3090 Ti 게이밍 OC 제이씨현의 OC 모드에서 최대 팬 속도는 약 2000RPM에 달하는 반면 정숙 모드에서의 최대 RPM은 약 1600RPM 대라, 3DMark Time Spy Stress Test에서 GPU의 최대 온도는 OC 모드일 때 약 5℃ 가량 낮게 측정되었고, 지포스 RTX 3080 파운더스 에디션과 비교하면 약 9℃ 가량 시원한 환경을 만들어준다.

한편, 3DMark Time Spy Stress Test 결과 RTX 3080 FE대비 시스템 소비전력은 약 50W 높게 기록되었지만, 최대 GPU 온도는 10℃ 낮은 온도를 기록했다.

RTX 3080 Ti의 기본적인 성능과 특성

지포스 RTX 3080 Ti의 성능을 알아보기 위해 이번 기사에서는 기가바이트 지포스 RTX 3080 Ti 게이밍 OC 제이씨현외에 지포스 RTX 3080 파운더스 에디션을 비교했다.

CPU는 AMD 라이젠 9 5900X, 메모리는 DDR4 3200MHz, SSD는 마이크론 크루셜 P5 500GB 대원 CTS를 사용했으며, CPU 쿨러는 리안리 갈라하드 AIO 240, 파워서플라이는 프랙탈 디자인 아이온 골드 850W, 운영체제는 5월 하순 정식 배포가 시작된 윈도우 10 21H1의 64bit 버전에서 진행되었다.

3DMark를 통해 기본적인 셰이더 게이밍 성능 테스트를 우선 진행했다. 파이어스트라이크와 타임 스파이 테스트의 GPU 스코어를 정리한 것으로, 대략 10% 수준의 성능 차리를 보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지포스 RTX 3080 Ti쪽이 더 높은 성능이다.

다음으로는 레이 트레이싱 성능 비교 결과를 보면, 순수 레이 트레이싱 성능은 지포스 RTX 3080 Ti가 약 16% 높은 반면 실제 게임에서의 레이 트레이싱 성능 비교인 포트 로얄 테스트는 그 차이가 약 14%로 소폭 줄어즐었다.

주로 레이 트레이싱 적용 시 낮아지는 성능 보완을 위한 용도로 더 잘 알려진 엔비디아의 DLSS는 2.x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되면서 성능, 품질, 균형의 세 가지 옵션을 제공하는데, QHD 해상도서 진행되는 3DMark의 기본 DLSS 2 테스트는 성능과 품질의 두 기지 테스트 옵션을 제공한다.

절대 성능 지표 자체는 지포스 RTX 3080 Ti가 높게 측정되었지만, 레이 트레이싱만 적용된 상태와 DLSS 2 적용 상태에서의 성능 향상 비율은 RTX 3080 Ti와 RTX 3080 FE 모두 오차 범위내에서 동일한 수준이다.

DLSS는 엔비디아의 지포스 RTX 시리즈 그래픽 카드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반면, DX12 울티메이트에서 지원하는 VRS(Variable Rate Shading)과 메시 셰이더는 범용 기술이다. VRS는 게이머에 보이는 장면 중 인식하기 어려운 부분이나 움직임 정도에 따라 셰이딩 정도를 조절한다.

메시 셰이더는 지오 메트리를 기존보다 작은 부분으로 병렬 처리해 불필요한 연산을 줄이고 효율을 높여주는 기술로, 이를 활용하면 게이머의 시야에 노출되지 않은 부분의 작업을 최소화해 성능을 최적화해줄 수 있는 기술이다.

VRS는 Tire1과 Tire2 효율을 따져보면 RTX 3080 Ti와 RTX 3080의 효율이 각각 42% 및 57%로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지만, 메시 셰이더 테스트 결과를 보면 RTX 3080은 약 760% 효율을 보인 반면 RTX 3080 Ti는 847%로 더욱 높은 효율을 보인다.

아직 메시 셰이더를 활용하는 게임은 없는 것으로 아는데, DLSS와 메시 셰이더가 결합된 타이틀이 출시된다면 레이 트레이싱을 켜고도 일반 셰이더 기반일 때와 비교해 오히려 높은 성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RTX 3080 Ti의 실제 게임 성능

지포스 RTX 3080 Ti의 실제 게임 성능을 알아봤다.

기본적으로 각 게임에서 지원하는 그래픽 프리셋의 최상위 옵션을 택했으며, 레이 트레이싱 역시 마찬가지로 최고 옵션을 적용했다. 레이 트레이싱과 DLSS를 동시에 지원하는 타이틀의 레이 트레이싱 성능은 레이 트레이싱의 최고 옵션과 DLSS의 '품질' 옵션을 결합하여 테스트했으니, 결과 확인에  참고하기 바란다.

우선, 레이 트레이싱없이 셰이더 기반 게임 8종의 성능을 정리했다. 대부분 RTX 3080 Ti가 10% 내외의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데, 보통 QHD와 4K쪽으로 갈수록 성능 차이가 더 커졌다.

다음으로는 각 그래픽 카드의 레이 트레이싱 성능이다.

참고로 바이오하자드 빌리지는 셰이더 기반 테스트에서는 엠비언트 오클루젼 옵션으로 FidelityFX CACAO과 SSAO를 선택할 수 있지만, 레이 트레이싱을 켤 경우 단순히 On/ Off 옵션으로 바뀐다.

사이버펑크 2077은 반사와 그림자, 조명에, 와치독 리전은 반사, 바이오하자드 빌리지는 반사와 글로벌 일루미네이션, 더트5와 쉐도우 오브 더 툼 레이더는 그림자 부분에 레이 트레이싱을 지원한다.

이중 DLSS 옵션을 지원하는 와치독 리전과 사이버펑크 2077은 해당 설정을 '품질'로 설정한 후 테스트했는데, 이 역시 RTX 3080 Ti가 대체로 10% 전후로 높은 성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관측되었다.

한가지 주목할 점은 VRAM 사용량이 높은 바이오하자드 빌리즈에서 최대 18% 수준의 성능 향상이 관측된 것으로, RTX 3080 Ti의 12GB 용량이 의미 있는 성능 향상을 끌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합리적 4K 게임 최강자, RTX 3080 Ti

지포스 RTX 3090은 8K 게이밍을 표방하고 있지만 성능이나 디스플레이 장비 등을 고려한다면 실질적으로 플레이 가능한 수준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물음표를 던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직 4K 시대인 현재는 24GB의 대용량 VRAM은 게이머에게 낭비에 가깝고, 여기에 AMD가 라데온 RX 6900 XT로 치고 들어오면서 나온 것이 바로 RTX 3080 Ti라고 말할 수 있다. RTX 3090 대비 VRAM이 줄어든 만큼 가격이 낮아졌음에도 GPU 스펙은 2개의 SM이 줄어드는데 그쳐 기존 RTX 3090 테스트 결과와 비교했을 때 거의 동급의 성능을 내준다.

현재는 가상 화폐 광풍 때문에 그래픽 카드 판매 가격이 비정상적인 상태이기 때문에 RTX 3090 대비 MSRP가 낮아졌다해도 썩 와닿는 상황은 아니겠지만, 4K에서 1프레임이라도 아쉬운 게이머 입장에서 RTX 3090을 효율적으로 대신하는 제품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근래 게이머들을 괴롭혀온 가상화폐 채굴을 위한 납치 방지를 위해 대표적인 GPU 채굴 가상화폐인 이더리움 채굴 성능이 제한된 것도 매력적인 내용이다. RTX 3090의 채굴 성능이 대략 110MH/s 수준이지만, 지포스 RTX 3080 Ti는 가상화폐 채굴 시 성능이 낮아지는 모습이 확인되었다.

지포스 RTX 3080의 채굴 성능도 약 95MH/s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지포스 RTX 3080 Ti는 채굴자에게 매력이 급감하는 제품이라, 기존 제품들보다 게이머들이 접할 기회가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단지, 다른 RTX 30 시리즈도 채굴 성능을 낮춘 LHR 시리즈로 리비전 되는 만큼 상대적으로 높은 채굴 성능이 유지되면, 다시 채굴 업자들에게 쓸려나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한편, 지포스 RTX 3080 Ti는 같은 넘버링에 접미사만 다른 만큼 RTX 3080 대체 포지션으로 기대했던 게이머에게 권하기ㄴ 쉽지 않은 제품이기도 하다.

이번 테스트 게임 8종에 한정되지만 평균적으로 10% 수준의 성능 업그레이드를 위해 MSRP 기준 500달러, 약 70%에 달하는 가격을 추가 지불하는데 의미를 둘 수 있는 게이머가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는 것.

대신, 비록 2GB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10GB VRAM을 갖춘 RTX 3080으로는 4K에서 불안한 일부 최신 게임의 VRAM 활용에 대응할 여지를 주어, 보다 쾌적한 게임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제품이 그렇지만, RTX 3080 Ti를 어떤 기준으로 바라보는지에 따라 그 평가는 갈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