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중국 우한서 나온 영국인, '영국에 돌아온 것 후회한다'

조회수 2021. 2. 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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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우리에게 거짓말을 했어요. 영국이 더 안전하다고.'

지난해 우한에서 영국 정부가 제공한 전세기 편으로 돌아온 매트 로우(39)는 당시 "비행기에 오른 것"을 후회한다고 말한다.

그는 2020년 1월 31일, 아내와 어머니와 함께 영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날 영국인 83명이 본국으로 귀국했다.

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사태의 발원지 우한이 봉쇄상태에 들어가자, 영국은 전세기 편으로 자국민을 귀국시켰다.

코로나19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진행된 귀국 조치였지만, 로우는 결론적으로 "사기당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애초 그는 우한에 남아 있을 생각이었다. 가족을 두고 올 수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 국적자는 전세기에 탈 수 없었고, 중국인 아내를 둔 그는 가족과 생이별을 하거나 중국에 남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했다.

남기로 결심한 그는 다음날 우한 병원건설 현장에 자원봉사를 가기 위해 공구를 챙겨 문 앞에 두기도 했다.

하지만 전세기가 이륙하기 몇 시간 전, 영국 정부는 중국 국적의 배우자들도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새벽 4시에 이 소식을 접한 그는 가족과 함께 급하게 짐을 싸서 공항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는 당시 전세기를 탄 것을 후회한다고 말한다.

"정부는 우리에게 거짓말을 했어요. 영국이 더 안전하다며, 우한에서 나오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중국에 남는 것이 더 안전했을 겁니다. 이동의 자유도 누리고요."

그는 중국은 "짧지만 강경하게 봉쇄령을 내렸다"며 "그것이 옳은 방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비행기에 탑승했던 리핑 두안(59)은 이동 과정에서 방역 수칙이 잘 지켜지지 않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런던에 거주하는 그는 설 명절을 맞아 우한에 있는 가족들을 방문했다. 방문 5일째 우한은 봉쇄령에 들어갔다.

그는 영국으로 돌아올 수 있어 다행이었지만, 비행기 안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될까 노심초사했다고 말했다.

"탑승객 중 2명은 열이 있어서 결국 탑승하지 못했어요. 비행기 안은 매우 조용했고, 그 누구도 얘기하지 않았죠. 전 마스크를 단 한 번도 벗지 않고, 최대한 다른 사람들과 접촉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숨을 잘 쉴 수 없었고, 굉장히 피곤했습니다."

두안은 당시 우한에서 귀환한 영국인의 이동을 도운 버스 운전기사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어다고 한다

전세기는 영국에서 첫 번째 확진자가 나오고, 이틀 후에 영국에 도착했다. 두안은 영국에 도착했을 때 공항 직원 그 누구도 방역복을 입고 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우한에서 귀국한 교민들은 에로위 파크 병원에서 의학적 관찰 아래 14일간 격리를 해야했다. 하지만 두안은 병원까지 이동 과정에서 사람들의 경각심은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우리는 우한에서 왔으니 거리를 둬야 한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그 누구도 제 말을 듣지 않았어요."

우한 교민들은 에로위 병원 내 직원 기숙사에 14일간 머물게 됐다.

로우와 그의 가족은 2살 된 아이를 데리고 입국한 여성과 함께 격리됐다. 그는 입소 절차는 매우 발 빠르게 진행됐다며 "에로위 병원 관계자들은 최고였다"고 말했다.

춥고 흐린 영국 겨울 날씨도 격리에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그는 "밖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니키 스테픈슨 에로위 병원 원장은 “48시간 안에 모든 것을 준비해야 했다"며 "정신없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코로나19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지만, 저희 관찰 아래 모두 건강하게 떠났다"며 "별 탈 없이 잘 마무리된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두안은 하지만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것이 "운이 매우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우리 중 한 사람이라도 확진자가 있었다면, 모두가 걸렸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제 반대로 우한에 있는 가족들이 영국에 있는 자신을 걱정한다고 설명했다.

로우는 가족들과 함께 넛스포드로 이사했다. 그는 격리 해제 이후 인터넷에서 자신을 공격하는 사람들과 마주해야 했다고 말한다.

우한에서 영국으로 귀환한 사람들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가져왔다고 믿는 사람들은 아직도 그를 괴롭힌다.

"사람들이 실제로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입니다. 우리 중 그 누구도 바이러스를 영국에 가져오고 싶지 않았어요. 정부는 처음에 증상을 자가 관찰하도록 했지만, 저희가 그걸로는 부족하다고 주장했거든요. 우린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격리기간을 마치고 병원 밖을 나서는 로우

로우는 지금 상황에서 우한으로 돌아가는 것은 힘들 것이라고 말한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에게 중국의 강도 높은 자가격리는 무리이기 때문이다.

"각자 자가격리를 해야 하고 비행기를 탈 때마다 2주씩 격리를 해야 합니다. 중국은 일을 대충하지 않아요. 그건 칭찬할 만한 부분입니다."

그래도 우한에서 영국으로 돌아온 이들 중 그의 처지는 그나마 낫다. 자신은 당분간 어머니 병간호를 하기로 마음먹었던지라 괜찮지만, 같이 영국으로 돌아온 교민 중 상당수가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 있거나 아직도 가족과 떨어져 있다고 한다.

그래도 당시 비행기를 탄 것이 후회된다고 말한다.

"우한에 있었다면 2~3달을 작은 아파트에만 있어야 했을 테니 쉽지는 않았겠죠. 하지만 사태는 진정됐고 그들은 일상으로 돌아갔어요. 그날 새벽에 그냥 잘 걸, 다음 날 가서 병원 짓는 걸 도울 걸, 이런 생각을 계속합니다. 우린 영국의 작은 집에 갇혀 있어요. 내 집이고 작은 연못도 있지만, 그래도 감옥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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