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울음소리 틀고, 락스 뿌리고.. 아파트마다 비둘기 퇴치 전쟁
경기도 안양시에 사는 이혜영(28)씨는 최근 아파트 베란다에 ‘독수리 울음소리’를 틀어놨다. 스피커를 베란다 방향으로 놓고, 유튜브에서 독수리 울음소리를 찾아 4시간 동안 연속 재생한 것이다. 이씨는 “날이 따뜻해져서 그런지 비둘기들이 에어컨 실외기에 날아들어 ‘구구구’거리고 털과 배설물까지 쌓였기 때문”이라며 “독수리가 비둘기 천적이라고 해서 틀어봤는데 반짝 효과는 있었지만 근본 해결책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비둘기가 번식을 시작하는 3월이 되면서 아파트 베란다마다 ‘비둘기 퇴치’를 위한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비둘기는 바위 구멍 등에 서식하던 습성 때문에 번식기가 되면 알을 아파트 에어컨 실외기 근처에 까놓고 이를 돌보기 위해 자주 찾아든다. 비둘기는 알을 낳은 뒤 평균 25~30일간 품어 부화시키고, 갓 태어난 새끼는 한 달이면 날 수 있다.
유튜브에는 비둘기 퇴치를 위한 독수리, 황조롱이 등 각종 새 울음소리가 올라와 있다. 조회 수 12만회가 넘는 황조롱이 울음소리 영상에는 “몇 달째 창틀에서 울던 비둘기가 한 방에 날아갔다” “울음소리를 듣고 진짜 황조롱이가 나타나 비둘기를 쫓아냈다” 등의 댓글이 달려 있다. 독수리 모형을 걸어놓는 사람도 있다. 독수리 모형을 만드는 오케이바이오 손태원 대표는 “봄철이 되면 판매량이 평소보다 20% 정도 늘어난다”고 했다.
비둘기가 싫어하는 냄새를 이용하기도 한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사는 박영균(29)씨는 락스와 물을 1대 1 비율로 희석해 베란다에 뿌렸다. 박씨는 “락스를 뿌려봤는데, 실제로 3일 정도 비둘기가 찾아오지 않았다”고 했다. 이 밖에 비둘기 발이 걸리도록 양파망을 깔아놓거나, 햇빛을 반사시켜 눈이 부시게 만들려고 은박 보랭팩·알루미늄 포일을 에어컨 실외기에 붙여놓는 사람도 있다.
이런 퇴치법이 과도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물새네트워크 이기섭 박사는 “비둘기 배설물을 직접 만지거나 먹지 않는 이상 우리 몸에 크게 위협이 되지는 않는데 너무 혐오의 대상이 되어 안타깝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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