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한가운데에 버티고 선 민폐 전봇대..1.3m 옮겼더니
[경향신문]

서울 동작구 본동 49-14번지 앞 골목 초입에는 불과 얼마 전까지 오래된 전봇대 하나가 골목 입구를 떡하니 막고 있었다. 이곳은 다세대주택 밀집지역으로 곳곳이 골목이다. 골목을 가로막은 전봇대의 위력은 컸다. 수 많은 다세대 주택이 밀집돼 있지만 경차를 제외한 어떠한 차량도 골목 안쪽으로 진입할 수 없었다. 경차조차 통신주에 긁히거나 통신주 옆 주택 벽을 긁기 일쑤였다. 이 전봇대는 어쩌다 이곳의 천덕꾸러기가 된 것일까.
27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애초에 이 통신주는 통신주 왼쪽에 위치한 신축빌라가 지어지기 전 다세대주택 벽에 붙어있던 것이었다. 그런데 2018년 다세대주택이 있던 자리에 신축빌라가 지어지면서 빌라와 통신주 사이가 멀어졌다. 그러다보니 지금과 같이 마치 통신주가 골목 중간을 가로막은 것 같은 형태가 돼 버린 것이었다.
통신주가 주택 벽에 붙어있을 때도 좁은 골목 진입로에 대한 불만이 당연히 있었지만 통신주가 골목 중간을 턱하니 가로막고 있으니 골목 뒤 편 주민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저 통신주만 없으면…’ 싶은 생각을 하는 주민들이 늘어갔다. 골목 뒤편은 화재발생시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는 안전취약지역이기도 했다. 통신주만 없으면 진입이 가능한 트럭이나 소방차가 통신주 하나 때문에 모두 막혀버린 셈이었다.
생활에서의 불편도 당연히 많았다. 통신주 때문에 트럭이 들어갈 수 없어 이사비용도 통상 비용의 2배 가량 들었다. 짐을 실어나르는 방법이 손수레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차를 골목 초입에 세워놓고 거기서부터 짐을 수레에 실어 이사를 해야하니 당연한 값이었다.
주민과 본동 주민센터, 동작구청은 통신주 뽑아내기 작업에 돌입했다. KT에 통신주 이설신청을 했다. 무엇보다 수천 만원 이상 들어가는 이설비용이 문제였다. 일반 시민이 미관상 문제 등을 이유로 요청해 이뤄지는 지중화사업은 요청자가 비용 전체를 부담해야 한다. 다행히 KT는 본동49-14번지 앞 통신주 이설비용을 전액 부담했다.
그 결과 골목 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던 통신주가 기존 자리에서 왼쪽으로 1.3m를 이동했다. 2.2m에 불과하던 골목 진입로 폭이 통신주 이동으로 3.5m까지 넓어졌다. 구 관계자는 “그동안 이 지역은 주민 불편민원이 많이 제기되던 지역이었다”면서 “이제는 웬만한 차량도 진입이 가능해졌고 무엇보다 소방도로가 확보된 점이 가장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통신주를 비롯한 전신주 지중화사업은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현재형’사업이다. 공중에 거미줄처럼 얽히고 늘어진 전선을 지하에 묻거나 설치하고, 전봇대를 없애는 사업을 지중화사업이라고 한다.
실제 전국 곳곳에는 동작구처럼 길 곳곳에 전봇대가 설치돼 통행을 방해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사람이 걸어다니는 인도 한 가운데에 전신주가 설치돼 휠체어나 유아차 등이 지나갈 수 없는 곳 역시 많다. 통학로 안전이 강화되고 있는 요즘에는 통신주 이설요구가 더욱 커지고 있다. 통학로 중간에 세워진 전신주를 피하기 위해 아이들이 차도로 나오다 교통사고로 이어지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해만 총 29.32㎞ 구간 40곳에 지중화사업을 벌였다. 투입된 예산만 1499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서울시 지중화율은 60.3%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는 21곳의 지중화사업을 추가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남권을 중심으로 이뤄져온 지중화사업 역시 자치구 신청방식에서 시가 주도적으로 사업대상지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해 지역균형발전, 시민보행안전 확보, 도시미관 개선효과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동작구 관계자는 “주민 생활 속 불편을 해소하는 것이 행정의 기본이자 적극행정의 시작”이라며 “앞으로도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생활밀착형 사업들을 적극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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