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백신 접종으로 본 주사기의 세계..로마시대 '피스톤형' 등장, 美 MIT '無바늘' 개발


- 코로나백신 부족에 “잔량 최소화” LDS주사기 주목
1853년 佛서 현대형태 발명
신경통 등 질병 치료에 큰 몫
1950년 일회용 주사기 개발
다회사용 인한 감염위험 줄여
코로나백신 제약사 공급 차질
각국 ‘백신 쥐어짜기’ 아우성
국내 中企, LDS주사기 개발
“백신 20% 추가 증산한 효과”
세계 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에 목말라 하고 있다. 전 지구적인 재앙을 막을 유일한 수단인 백신이 개발은 됐지만, 턱없이 부족한 생산량 때문에 세계 각국은 국력을 총동원해 백신 확보에 혈안이 돼 있다. 급기야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등 백신 생산 제약사들이 유럽 27개국에 올 1분기 안에 공급하기로 했던 백신 물량을 제공하기 어렵다고 밝히면서 전 세계가 술렁이고 있다. 유럽은 당초 약속보다 60% 줄어든 공급량에 반발하면서 법적 수단 등 강경 대응을 천명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환자가 나온 미국의 식품의약국(FDA)은 급기야 백신 1병당 5회분을 접종하던 것을 6회분으로 늘리는 이른바 ‘백신 쥐어짜기’를 승인할 지경에 이르렀다.
백신 ‘한 방울’이 다급한 상황에서 애초 접종량을 기존 대비 20%가량 늘릴 수 있는 주사기가 국내에서 개발돼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주사기 생산업체인 ‘풍림파마텍’이라는 중소기업이 지난 19일 내놓은 ‘풍림 LDS 주사기’가 그 주인공이다. 1병당 5회분의 접종량을 주사기 하나로 6회분으로 늘릴 수 있는 획기적인 개발이 이뤄지면서 주사기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풍림 LDS 주사기는 어떤 주사기?=풍림파마텍이 개발한 이 주사기는 주사 잔량 손실을 대폭 줄여 버려지는 백신의 양을 최소화할 수 있는 주사기다. 일반 주사기는 한 번 주사를 놓으면 주사침 끝이나 주입부 등에 약 84마이크로리터(㎕) 이상의 잔량이 남게 된다. 이를 최소 주사 잔량(LDS·Low Dead Space)이라고 한다. 이만큼의 양이 주사기와 함께 그냥 버려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풍림 LDS 주사기는 주사 잔량 공간이 거의 존재하지 않아 최소 주사 잔량이 일반 주사기의 5%도 안 되는 4㎕ 수준에 불과하다. 그만큼 버려지는 약품을 줄일 수 있다. 따라서 이 주사기를 사용하면 화이자 백신 1병의 주입량을 5회분에서 6회분 이상으로 늘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풍림 LDS 주사기를 사용하게 되면 코로나19 백신을 20% 추가 증산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10만 명이 맞을 수 있는 백신양으로 12만 명이 맞을 수 있다. 미국이 백신 쥐어짜기를 승인할 정도로 백신 공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풍림파마텍은 현재 미국 제약회사의 LDS 성능테스트를 통과하고, 안전가드 등과 관련한 국내 기술특허 및 디자인특허도 출원한 상태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국제특허 출원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8일 FDA에 주사기 긴급사용승인 요청서를 제출한 상태로, 이달 말쯤이면 승인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풍림파마텍의 주사기 개발과정에는 삼성전자의 도움이 컸다. 삼성전자는 중기부와 함께 상생형 스마트공장을 보급하고 있던 차였다. 백신 생산 제약사들과의 협상을 통해 잔량이 남지 않는 주사기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지난해 12월 24일, 삼성전자는 주사기 전문 생산기업인 풍림파마텍과 대책회의를 했다. 30명의 전문가와 구미·광주의 협력사 공장이 투입돼 금형 제작에 들어갔다. 불과 4일 만에 시제품이 나왔다. 삼성전자는 초정밀 금형·사출 기술을 활용해 주사기 사출 생산성을 5배까지 향상시켰다. 주사기 자동조립 설비 제작까지 도왔다. 월 400만 개에 불과했던 풍림파마텍의 생산량은 2.5배나 증대된 월 1000만 개 이상으로 늘었다. 이 과정에서 중기부도 스마트 공장이 신속히 지원될 수 있도록 ‘방역물품 패스트트랙’ 절차를 허용했고, 스마트공장 전용대출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저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민관이 협력해 이뤄낸 값진 성과다.
◇주사기의 역사=주사기의 역사는 고대 로마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자료에는 이미 피스톤 형태의 주사기로 환자에게 약물을 투입했다는 기록이 있다. 17세기 이전에는 백랍(白蠟, 납과 주석의 합금), 뼈, 은 등으로 만든 요도 주사기가 일반적으로 쓰였고 17세기 중반까지는 동물 가죽을 이용해 정맥주사를 놓는 방법으로 약물을 투약하는 시도가 이뤄지기도 했다.
현대적인 형태의 주사기는 1853년 프랑스 리옹에서 근무하고 있던 프랑스인 외과 의사 샤를 가브리엘 프라바츠가 발명했다. 이 주사기는 속이 빈 바늘에 투여량을 조절할 수 있는 주입기(몸통, 피스톤)가 결합한 형태로 만들어졌다. 여기에 쓰인 바늘은 이보다 앞선 1844년 아일랜드 내과 의사인 프랜시스 린드가 개발한 것이다. 이것이 최초의 피하(皮下)주사기다. 이 주사기는 약물 투여 전 피부를 미리 절개하지 않고 피부 속에 침투해 약물을 투여할 수 있게 해줬다.
스코틀랜드인 내과 의사 알렉산더 우드는 프라바츠가 주사기를 발명하자, 신경통 장애가 있는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모르핀의 투여량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유리주사기를 사용했다. 우드는 더 정확한 투여량을 측정하기 위해 주사기에 눈금을 추가했다.
이후 여러 모양과 다양한 재질의 주사기가 개발됐다. 1946년에는 바늘을 제외한 주사기 몸통(겉통)과 밀대(피스톤)의 규격이 같은 유리주사기가 개발되기에 이르렀다. 규격이 같아 주사기마다 짝을 맞추지 않고 한 번에 대량 소독이 가능해졌다. 당시엔 소독이 불완전한 주사기가 사용되면 대량 감염 사태가 발생할 수 있어 고온·고압 소독에 견딜 수 있는 유리주사기가 주로 쓰였다. 이런 다(多)회용 주사기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플라스틱제 일회용 주사기가 1950년 개발됐고 이 형태의 주사기가 현재 널리 쓰이게 됐다.
◇약물 오용 등 부작용도=주사기는 신속하게 약물 성분이 체내로 흡수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돕지만, 잘못 사용될 경우 되돌릴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약을 피부에 바르거나 붙이는 경우에는 오용을 확인해 씻거나 떼어내면 되고 직접 섭취한 경우엔 구토, 위세척, 관장 등을 통해 일부를 빼낼 수 있으나 주사기는 한번 체내에 들어가면 약물을 빼낼 방법이 없어 부작용을 그대로 겪는다. 정맥주사 등은 약액이 심장까지 단시간에 들어가 투약 사고 시, 순식간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또 병원체에 오염된 주사기의 사용도 위험하다. 순식간에 세균 주입기로 변모할 수 있어서다. 일반적인 일회용 주사기는 감마선 소독 과정 등을 거쳐 멸균 상태로 유통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마약과 같이 범죄에 이용될 경우 주사기를 재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주사로 인한 통증, 즉 ‘주사 공포증’이 있는 이도 상당하다. 10명 중 1명이 주사공포증을 겪는다는 영국 국립의료원(NHS)의 조사 결과도 있다. 주사 공포증이 심하면 주사 맞을 때 힘이 빠지면서 실신하기도 한다.
◇‘패치형 주사기’까지, 진화하는 주사기=이렇듯 인간의 면역 및 치료에 빼놓을 수 없는 의약 기기이지만,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만큼 주사기 혁신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특히 주사 공포증을 없애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면서 피부에 붙이는 ‘패치형 주사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주사기가 속속 개발되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이언 헌터 교수팀은 지난 2017년 소위 ‘제트 주사기’를 개발했다. 금속 바늘 대신 초고속으로 주사액을 분사하는 시스템을 갖춘 주사기다. 사람 머리카락 굵기보다 얇은 물줄기를 초속 200m 속도로 방출해 통증을 느낄 수 없다. 주사기의 치유할 수 없는 단점인 주사 공포증에서 해방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국내 기업과 대학들이 협업해 주사기 고통 없이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패치형 백신 개발에 나섰다는 소식도 있었다. 의료기 제조업계 관계자는 “주사기는 인류를 질병의 고통에서 해방시켜준 대표적인 발명품으로, 앞으로 첨단 과학기술이 더해져 더욱 발전된 제품이 계속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환·곽선미 기자 hwan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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