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가장 무난한 쏘렌토, 기아 쏘렌토 1.6T 하이브리드 AWD



과거 현대‧기아차가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였을 때, 일반 모델과는 다른 개성을 뽐냈다. 공력성능을 핑계로 앞뒤 범퍼 끝단을 반듯하게 폈고 휠 구멍은 꾹꾹 틀어막았다. 화려한 하이브리드 배지와 클리어 타입 테일램프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이젠 하이브리드카의 위치가 다르다.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세 가지 파워트레인 중 의외로 가장 무난하고 평범했다.

글 강준기 기자
사진 로드테스트



‘8만2,275대’. 4세대 신형으로 거듭난 기아 쏘렌토의 2020년 판매량이다. 영원한 맞수, 현대 싼타페보다 2만5천여 대 가량 더 높다. 인기가 식을 줄 모르는 현대 팰리세이드보다도 1만7천 대 이상 높다. 비결은 국내 SUV 유일의 하이브리드 구동계. 출시 초 친환경차 인증 문제로 곤욕을 치렀지만, 전체 판매 가운데 40% 가까이 차지하며 주력 모델로 발돋움했다.

어느덧 출시 1년차에 접어든 쏘렌토 하이브리드. 뒤늦게 시승차 스케줄을 잡은 이유는 간단하다. 통상 미디어 취재용 시승차는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정도 운행한다. ‘퇴역’ 막바지에 다다른 차는 여러 기자들의 손길 거친 까닭에 컨디션이 안 좋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기아차가 처음 선보인 1.6 터보 하이브리드의 내구성을 어느 정도 유지할 지 궁금했다.





아무래도 소비자 입장에선 ‘따끈따끈’한 신차 상태보다 장기간 소유했을 때 이 차의 내구성이 어떻게 변화할 지 궁금할 듯하다. 내가 받은 시승차는 누적 주행거리 1만2,000㎞ 정도 달렸다. 먼저 외장 컨디션은 평범했다. 왼쪽 헤드램프와 보닛 만나는 부분의 단차가 조금 거슬리지만, 과거 현대‧기아차 하이브리드 라인업과 달리 일반 모델과 외모로 구분하기 힘들다.




의외였던 건 실내다. 아무래도 체형이 다른 여러 기자들이 만지고 타는 운전석은 가죽이 울거나 때가 탄 경우가 흔하다. 반면 쏘렌토는 기대 이상 괜찮은 컨디션을 유지했다. 시승차는 시그니처 트림으로 ‘부들부들’한 나파 가죽을 시트에 씌웠지만, 과거 그랜저 IG와 비교하면 내구성이 한층 올라갔다. 블랙 유광 패널의 자잘한 스크래치가 아쉽지만, 이 정도면 합격점이다.




이번 쏘렌토의 핵심은 넉넉한 뒷좌석이다. 3세대 플랫폼의 혜택을 고스란히 받았다. 2열 다리공간은 이전보다 9.6%, 등받이 각도 기울기는 최대 21→23°로 늘었다. 시트 엉덩이 받침은 44㎜ 높였는데, 덕분에 뒤에 앉아도 주변 시야가 쾌적하다. 키 182㎝의 기자가 앞좌석을 맞추고 2열에 앉았을 때, 무릎 여유 공간은 주먹 2.5~3개 정도. 대형 SUV 부럽지 않다.





3열은 어떨까? 2열 승객과 적절히 ‘타협’하면 꽤 괜찮은 공간이 나온다. 엉덩이 높이가 낮아 다리 꺾는 각도가 크지만, 아이들 앉기에는 충분하다. 더욱이 3열에서도 버튼 하나로 2열을 접을 수 있고, ‘예쁜’ 다이얼 돌려 온도조절 할 수 있다. 모든 좌석엔 USB 포트를 챙겼고 220V&12V 소켓도 구색별로 갖췄다. 3열 사용 빈도가 높으면 6인승이 좋은 선택이다.

하이브리드라고 엄청난 정숙성을 기대해선 곤란해



나는 현재 쏘나타 DN8 하이브리드를 출퇴근용으로 6개월째 운행하고 있다. 2.0L 가솔린 누우 엔진과 전기 모터, 배터리를 엮은 ‘숙성된’ 구동계를 품었다. 반면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1.6L 가솔린 터보 엔진에 모터와 배터리를 맞물렸다. 저회전 토크는 부족하되, 효율이 좋은 앳킨슨 사이클에 전기 모터로 시너지를 내는 ‘하이브리드 공식’과 꽤 빗나간 파워트레인이다.

1,500rpm부터 풍성한 토크를 뿜는 과급 엔진과 전기 모터가 만나니, 의외로 가속성능은 쏘나타 HEV보다 시원스럽다. 저속과 고속 가리지 않고 EV 모드가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엔진이 돌 땐 바퀴에 동력을 보내고, 동시에 발전기 돌려 배터리를 채운다. 어지간해선 배터리 잔량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EV 모드로 들어갈 때 이질감이 없어 좋다.



토요타의 특허 피해 심플하게 시작한 구성이, 이젠 ‘원조’보다 더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운전자는 하이브리드인 걸 의식하지 않아도 좋다. 별도의 EV 모드 버튼도 없다. 일반 내연기관 몰듯이 아무런 신경 안 쓰고 달려도 1L 당 15㎞/L 이상의 효율을 쉽게 기록한다. 과거 ‘별종’처럼 자리했던 하이브리드 모델이 이젠 주력 트림으로 앞세워도 손색없다는 생각이다.

단, 다소 의외였던 점이 2가지 있다. 먼저 정숙성이다. 많은 소비자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탈 때 극강의 정숙성을 기대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모터로만 달릴 때 얘기다. 정차 중 배터리 충전을 위해 시동이 걸렸을 땐, 엔진 회전수를 1,300rpm으로 유지한다. 따라서 일반 가솔린 엔진보다 시끄럽고 진동도 꽤 올라온다. 이는 쏘나타 HEV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쏘렌토 디젤이 실내에선 더 조용했다. 참고로 쏘렌토의 2.2L 디젤 엔진은 배기량만 보고 구형 엔진과 같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블록부터 완전히 새롭게 설계했다. 엔진 내부에 마찰 저감 기술을 듬뿍 얹고, 무게는 38㎏ 줄였다. 신형 인젝터와 배기가스 정화장치 덕분에 유로6 RDE STEP2 최신 규제까지 만족한다. 확실히 구형 R 엔진보다 조용하다.

운전 재미 역시 디젤이 한 수 위. 스티어링 감각도 하이브리드보다 선명하고, 서스펜션도 한층 탄탄하다. 의외로 하이브리드가 포근한 감각을 앞세운다. 나쁘게 말하면 무색무취. 변속기 반응 역시 쏘렌토 가솔린&디젤의 8단 DCT가 빠르며, 하이브리드 6단 자동기어는 특별한 개성 없이 무난한 성능을 지녔다. 재미보단 안락한 감각에 초점을 맞춘다면 HEV가 낫다.



시승차 타며 가장 뼈아팠던 순간은 ‘잡소리’다. 현재 7,000㎞ 정도 달린 내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동반석 도어트림과 센터콘솔 부근에서 ‘스멀스멀’ 잡소리가 올라온다. 동일 문제를 호소하는 오너를 동호회에서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반면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신차 길들이기는커녕 여러 기자들이 가혹하게 굴렸는데도 불구하고 거슬리는 잡소리가 없다.

기대 이상 괜찮은 사륜구동 시스템



시승차는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을 품었다. 많은 소비자가 230만 원 옵션 비용이 그만한 값어치를 할 지 궁금해 한다. 거짓말처럼 시승 기간 동안 수도권에 폭설이 내렸다. 이번 쏘렌토의 사륜구동은 이전보다 확실히 다양한 능력을 지녔다. 터레인 모드 덕분이다. 특히 스노우나 샌드 모드에선 뒷바퀴 한쪽만 접지력이 있어도 미끄러운 노면을 가볍게 탈출한다.

모드별 성격 차이도 뚜렷하다. 나는 과거 현대‧기아차의 사륜구동 시스템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았다. 험로보단 마른 노면에서 안정감 챙기는 용도가 명백했다. 반면, 4세대 쏘렌토의 사륜구동 시스템은 값어치를 한다. 얼어붙은 코스를 일반 에코모드에서 한 번, 샌드 모드에서 한 번씩 지나갔다. 일반 주행모드에선 헛바퀴만 돌았지만, 샌드 모드에선 금세 탈출했다.



쏘렌토 하이브리드. 이 차는 과거 하이브리드 모델처럼 일반 내연기관 모델과 차이 나는 디자인과 주행 특성을 앞세우지 않는다. 기존에 가솔린 또는 디젤차를 타던 사람이 이질감 없이 적응할 수 있도록 이해하기 쉽게 만들었다. 가족과 함께 캠핑도 다니고 장거리 여행 다닐 큰 차를 사고 싶은데, 그래도 주 용도가 출퇴근이라면 이 만한 SUV를 찾기 힘들 듯하다.

<제원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