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500km로 달리는 부가티 볼리드, 비결은 바로 '골프공'?
지난해 10월, 부가티가 서킷 전용 하이퍼카 볼리드를 공개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W16 8.0L 가솔린 쿼드 터보 엔진은 1,850마력을 뿜는다. 반면 공차중량은 1,240㎏. 1마력이 감당하는 무게는 단 0.67㎏이다. 덕분에 0→시속 200㎞까지 4.36초, 시속 500㎞까지 약 20초면 충분하다. 이런 속도에 다다를 수 있는 비밀 중 하나는 ‘지붕’에 있었다.
볼리드를 만드는 엔지니어들은 골프공에서 공기역학적 힌트를 얻었다. 골프공 표면에는 공이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도록 동그랗게 파놓은 ‘딤플’이 있다. 홈이 없는 매끈한 공은 공기를 가르고 지나간 자리가 진공 상태가 되면서 저항(Drag)을 만든다. 반면, 350~400개의 홈을 파 놓은 공은 공기가 딤플 주변에서 작은 회오리를 일으켜 공기저항을 분산한다.
이 원리를 자동차에 적용하기 위해 한 부가티 엔지니어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은 3D 프린팅 티타늄 브레이크 시스템을 활용했다. 브레이크 냉각 통로에 딤플을 넣었더니 공기 흐름과 냉각 효율이 올랐다. 이어서 차가 달릴 때 생기는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차체 외부 패널에 집어넣었다. 그중 가장 효율적인 위치는 지붕 위 공기 흡입구였다.
볼리드가 서킷을 달리면, 지붕 위로 가장 높게 자리한 공기 흡입구 뒤편으로 저항이 생긴다. 이를 줄이고자 공기 흡입구 표면에 가변형 돌기를 달았다. 정지 상태에서는 달라진 점을 알아챌 수 없다. 하지만 속도를 높이면 딤플을 닮은 작은 돌기 60개가 최대 10㎜까지 솟아오른다. ‘Morphable Outer Skin’이라 부르는 이 장치는 시속 120㎞부터 최대 효과를 만들어낸다.
결과적으로 공기저항 10%와 양력 17%를 줄일 수 있었다. 시속 300㎞ 이상의 초고속 영역에서 필요한 다운포스는 충분하다. 프론트 윙과 리어 스포일러가 각각 800㎏, 1,800㎏의 힘으로 차체를 꾹꾹 짓누른다. 최고속도 시속 500㎞에 다다를 수 있는 비결이다.
한편, 볼리드의 공개와 함께 부가티가 서킷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모터스포츠 팬들이 늘어나고 있다. 부가티에 따르면, 이론상으로 볼리드는 르망 라 사르트 서킷을 3분 7초 만에, 뉘르부르크링을 5분 23초 만에 완주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뉘르부르크링 비공식 기록 1위인 포르쉐 919 하이브리드 에보(5분 19초)와 비슷한 기록이다.
글 서동현 기자
사진 부가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