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읽어보셨나요?" 윤희숙 반박하자, 이재명 "한국은 복지 후진국"

손덕호 기자 2021. 6. 5. 17:1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노벨경제학상 받은 석학이" 기본소득 주장
윤희숙 "그 교수가 쓴 책 503~516페이지 봐라" 반박
'선진국엔 기본소득이 해법 아니다' 책 내용 나오자
이재명 "한국은 복지 후진국" 꺼내..윤희숙 또 반박
유승민 "참모들이 써준 글 올리는 게 아니면 생방송 토론하자"

이재명 경기지사와 국민의힘 인사들이 벌이고 있는 ‘기본소득’ 논란이 일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 지사가 201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비지트 배너지·에스테르 뒤플로 교수 부부의 책을 근거로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자,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은 책 내용과 정반대 주장을 한다며 “책은 읽어봤냐”고 반박했다. 이 지사는 ‘한국은 복지 후진국’이라고 재반박했고,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은 “누가 써준 대로 (글을) 올리다 보니 잘못이 있었다고 솔직하게 인정하라”고 했다.

아비지트 배너지 , 에스테르 뒤플로 교수가쓴 '힘든 시대를 위한좋은 경제학' 영어 원서와 한국어 번역본. /아마존·교보문고

◇이재명 “배너지 교수는 노벨경제학상, 유승민 의원은 뭘 하셨는지는 몰라도…”

앞서 이 지사는 전날(4일) 페이스북에 ‘같은 경제학자라는데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와 다선 국회의원 중 누구를 믿을까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다선 국회의원’은 지난 3일 전국민에게 같은 금액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비판하고, 저소득층이 보조금을 받는 ‘공정소득’을 제안한 유승민 전 의원을 가리킨다.

이 글에서 이 지사는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베너지 교수와 사기성 포퓰리즘이라는 유 전 의원 모두 경제학자라는데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까”라면서 “베너지 교수는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세계적 석학이고, 유 전 의원은 뭘 하셨는지는 몰라도 아주 오래 국민의 선택을 받은 다선 중진 국회의원임을 판단에 참고하겠다”고 썼다. 유 의원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6일 경기도 가평군 북면 용소폭포에서 열린 경기도 청정계곡 생활SOC 준공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한상 교수 “이재명의 기본소득, 소주성 시즌2·매운맛 최저임금 1만원”

그러자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컬럼비아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 출신 국민의힘 초선 윤희숙 의원이 반박에 나섰다. 이 지사가 인용한 배너지·뒤플로 교수가 쓴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에는 이 지사 주장과 정반대 얘기가 나온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전날 이 지사에게 “알면서 치는 사기냐, 책은 읽어봤냐”고 했다. 그는 “존경받는 개발경제학자 배너지·뒤플로 교수는 선진국의 기본소득에 대해 이 지사와 정반대 입장”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해당 책의 국내 번역본 503~516페이지 중 일부를 제시했다.

“부유한 나라와 달리 가난한 나라는 보편 기본소득이 유용할 수 있다. 개발도상국은 복잡한 프로그램을 운용할 행정역량이 부족하고 농촌기반 사회라 소득파악도 어렵기 때문이다. (중략) 반면, (미국과 같은) 선진국은 돈이 필요해서만이 아니라, 일 자체가 목적의식, 소속감, 성취감, 존엄성, 자아계발 등 삶의 의미를 가꾸는 주축이다. 선진국 사회가 현재 당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보편 기본소득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도 논쟁에 뛰어들었다. 그는 페이스북 글에서 “논쟁을 하기보다 노벨상이라는 권위의 우상에 복종하라는 싸구려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제일 한심한 것은 이 지사는 책을 결코 스스로 읽어보고 저런 소리를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해당 책에 대해 “저자들은 기본소득이 저개발 국가에 유효한 전략이라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면서 “이재명의 기본소득은 소득주도성장 시즌 2, 매운맛 최저임금 1만원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우리나라가 복지까지 선진국인줄 아는 분 많아 안타깝다”

그러자 이 지사가 5일 다시 나섰다. “복지 후진국에선 복지적 경제정책인 기본소득이 가능하고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이 경제적으로는 선진국이지만, 복지 측면에서는 ‘후진국’이기 때문에 자신이 해당 책을 근거로 든 게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지사는 “우리나라처럼 저부담·저복지인 복지 후진국은 중부담·중복지를 넘어 장기적으로 고부담·고복지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그러려면 부담률과 복지지출이 대폭 늘어야 한다”고 썼다. 이어 “늘어날 복지지출 중 일부는 사회안전망 강화나 전통적 복지(선별 또는 보편) 확대에 쓰고, 일부는 경제효과가 큰 기본소득 도입확대에 사용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또 이 지사는 “아이러니하게도 기본소득 도입은 복지 선진국일수록 더 어렵고, 우리 같은 복지 후진국이 더 쉽다”며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라니까 복지까지 선진국인줄 아는 분들이 많아 안타깝다”고도 했다.

◇유승민 “우리나라 복지 후진국 아냐…올해 복지예산 200조원”

이에 윤 의원이 “진정성 없이 앞뒤 안 맞는 말만 계속 하니 안쓰럽다”고 재반박했다. 그는 “노벨상 수상자 말씀을 금쪽같이 여기는 이 지사가 배너지·뒤플로 교수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기본소득을 고집할 길을 찾아 헤맨 모양”이라면서 “그렇게 찾아낸 답이 ‘우리나라는 선진국이지만 복지 후진국이라 기본소득이 필요하다’이다”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달 31일 오후 경북 경산시 영남대학교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이날 특강은 영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학생회 초청으로 열렸으며 유 전 의원은 '코로나 이후의 한국과 정치의 역할'이란 주제로 강연했다. /연합뉴스

윤 의원은 뒤플로 교수의 지난해 국내 언론 인터뷰를 공유하며, “‘한국은 누구를 언제 지원할지 판단할 정보를 가지고 있어 실질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더 많이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선별적 현금 지원이 바람직하다’고 한 것은 못 봤느냐”고 물었다.

유 전 의원은 “누가 써준 대로 페이스북에 올리다 보니 잘못이 있었다고 솔직하게 인정하면 될 것을, 이제는 하다 하다 안 되니 우리나라가 복지 후진국이라고 우기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참모들이 써주는 글을 올리는 게 아니라면 생방송 토론을 하자”면서 “누가 대신 써준 글을 이해도 못한 채 올리고 있어 자신이 없다면 양해하겠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복지 선진국은 아니지만, 복지 후진국이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 “올해 복지예산이 200조원이고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미국도 못하고 있는 전국민 건강보험을 제대로 하고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고 반박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