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은 지금 초고속 인터넷망 깔기 전쟁

박건형 기자 2021. 4. 8.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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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코로나로 교육 격차 벌어지자
인터넷망 구축에 1000억달러 투자
EU "2030년까지 유럽 全가구에
초고속 인터넷 보급할 것" 발표
中도 전역에 초고속인터넷 깔기로
100달러 노트북 ‘XO랩톱’ /OLPC재단

2005년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니컬러스 네그로폰테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 교수가 “개발도상국 어린이들에게 노트북을 한 대씩 지급하자”면서 ‘OLPC(One Laptop Per Child)’ 운동을 제안했다. 빈곤한 국가의 배우지 못한 아이들이 다시 빈곤에 빠지는 악순환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저가 노트북으로 극복하자는 취지였다.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했다. 바로 ’100달러 노트북'이었다. AMD, 이베이, 구글, 마벨, 노텔 등 수많은 기업이 캠페인에 동참했다. 2008년까지 1억5000만대를 보급하겠다는 계획도 발표됐다.

◇다시, 인터넷 보급에 나서는 나라들

포부는 원대했지만 OLPC 운동은 실패했다. 2012년까지 고작 200만대만 보급됐고, 가격도 190달러 이하로 낮추지 못했다. 10대 중 8대는 아무도 사용하지 않고 방치됐다. 노트북만 나눠주면 알아서 공부할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 기술적 지원 부족, 인터넷 연결의 한계 같은 다양한 원인이 발목을 잡았다.

1989년 영국의 팀 버너스 리가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월드와이드웹(WWW)을 개발한 지 3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인터넷 보급은 여전히 전 세계의 중요한 숙제로 남아있다. 심지어 미국 같은 선진국조차 자유롭지 않은 문제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피츠버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각종 사회 인프라에 2조달러(약 2245조원)를 투입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교량 건설, 수자원 인프라, 서민 주택 개조 같은 계획 속에 ‘초고속 인터넷 보급’이 포함됐다. 미 전역에 초고속 인터넷을 설치하는 데 10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바이든이 저렴한 초고속 인터넷 보급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꼽고 있다”면서 “과거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부터 해결하기 위해 애써온 고질적인 디지털 격차 문제를 해결하는 데 다시 나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정부가 인터넷 보급이 시급하다고 판단한 데는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학교가 문을 닫고 온라인 수업이 확산됐지만, 수많은 빈곤층 학생들은 아예 수업에 참가할 수 없었다. 미국 교원연합에 따르면 미국 학생 가운데 25%가 인터넷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살고 있고 흑인, 라틴계, 미국 원주민 어린이들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미국 원주민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애리조나 북동부의 경우 77% 수준이었던 졸업률이 올해 60%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정작 인터넷망을 구축해야 하는 통신 기업들은 정책을 반기지 않는다. 뉴욕타임스는 “1920년대 전기가 설치되던 시절과 비슷한 현상”이라며 “기업들은 인구 밀도가 낮은 지역에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비용과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다”고 보도했다.

유럽연합(EU)도 최근 인터넷 보급의 기치를 다시 내걸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모든 유럽 가구에 초고속 인터넷을 보급해야 한다”고 했다. 유럽은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이 세계 최정상급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을 자랑하지만 국가별 편차가 심하다. 중국은 초고속 인터넷을 전역에 보급해 정보 활용을 촉진하는 ‘인터넷 플러스’ 정책을, 인도는 인터넷 연결망을 근본부터 뜯어고치는 ‘디지털 인디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드론·기구 이어 위성 인터넷까지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IT 기업들도 인터넷 보급에 적극적이다. 현재 글로벌 인터넷 보급률은 55% 수준에 불과하다. IT 기업 입장에서는 전 세계 수십억명에 이르는 시장을 새로 개척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들은 기지국을 설치하고 광케이블을 설치하는 기존 방식은 지나치게 고비용인 데다 효율성도 떨어진다고 보고, 새로운 인터넷 서비스 방식을 끊임없이 연구해 왔다. 페이스북의 무인 드론 프로젝트 ‘아킬라’, 구글 지주회사인 알파벳의 통신용 기구 ‘룬’ 등이 대표적이다. 두 회사는 드론이나 기구로 케이블을 대신하면서 아프리카, 중남미 등까지 인터넷 서비스 영역을 넓힐 계획이었지만 현재는 프로젝트를 중단한 상태이다. 늘어나는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인터넷 보급 기술로는 ‘우주 인터넷’이 꼽힌다. 지구 저궤도에 대량의 소형 위성을 띄워 지구 전역에 인터넷을 서비스하는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는 최근 서비스를 시작했다. 정우성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위성 기술의 경우 향후 화성 탐사 등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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