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온을 맞추고 음악을 길게 천천히 감상하게 하는 앰프
세상에 음과 양이 있다. 세상에 적극적인 것과 소극적인 것이 있으며.. 세상에 강한 것과 약한 것이 있다. 밝은 것이 있으면 어두운 것이 있으며, 화려한 것이 있으면 얌전하고 섬세한 것이 있다. 많은 것이 있으면 적은 것이 있고 무거운 것이 있으면 가벼운 것이 있고, 딱딱한 것이 있으면 유연한 것이 있고 따스한 것이 있으면 차가운 것이 있고 아날로그적인 것이 있으면 디지털스러운 것이 있다.
사실 어떤 것이 음질이 더 좋은 것이라고 해야 될까? 밝은 것이 더 좋은 것이라고 해야 될까? 어두운 것이 더 좋은 것이라고 해야 될까? 무거운 것이 더 좋은 것이라고 해야 될까? 가벼운 것이 더 좋은 것이라고 해야 될까? 아니면 강한 것이 더 좋은 것이라고 해야 될까? 아니면 부드럽고 섬세한 것이 더 좋은 것이라고 해야 될까?
우리는 항상 명확하고 분명하게 답을 내리려 한다. 그래서 가장 명확하고 분명한 답은 이거 아니면 저거, 그중에서 하나는 맞고 하나는 틀린 것으로 답을 내리는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화려하고 강하고 단단하고 분명하고 명확하고 좀 더 과감하고 좀 더 풍부한 음을 더 구분하기가 쉽다. 그것이 좀 더 변화된 음이라는 것을 인지하기가 쉽다. 그렇지만 변화에 대한 인지를 더 쉽게 할 수 있고 그 변화의 폭이 크다고 해서 모두 음질이 좋은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음질의 변화 폭이 크다고 해서 그 변화가 모든 음악에 잘 어울리는 것은 아니다.
온화하고 섬세하며 포근하고 부드럽고 감미로운 음.. 격렬하고 과감하고 육중하고 화려한 음 앞에서 이러한 얌전한 음질이 어떻게 자기 자신의 매력을 인정받을 것인가? 그리고 그러한 음질은 과연 누가 선호할 것이며 누가 칭찬해 줄 것인가? 누가??
아파트보다 한옥이 더 좋은 점이 무엇일까? 정말로 장인이 만든 악기는 최신 디지털 악기보다 음질이 좋을까?
한옥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왜 굳이 편리하고 깨끗한 아파트를 두고 한옥에서 사는걸까? 김치는 왜 버무리고 나서 신선하고 깨끗한 상태로 먹지 오랫동안 세균을 증식시켜서 먹는걸까? 실력있다는 연주가들은 왜 굳이 정확하고 다루기 좋은 디지털 악기를 두고 오래되고 약해진 고전의 악기를 사용하는 것일까?
과연 디지털 악기보다 장인이 만든 어쿠스틱 악기의 음이 객관적으로 더 좋기는 한 것일까? 고가의 첨단 기술로 만든 디지털 장비라면 어쿠스틱 악기보다 객관적으로 더 좋은 음을 내지 않을까? 아마도 객관적인 능력에서는 그럴 수 있을텐데 말이다.
실제로 많은 이들 중에는 클래식 악기의 음보다는 디지털 장비에서 재생되는 더 힘차고 더 강하고 더 짜릿한 음을 좋아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렇지만 우리들 중에 더 강하고 더 정확하고 더 짜릿한 음을 내는 디지털 악기보다 수치적인 스펙은 떨어지는 어쿠스틱 클래식 악기의 음을 더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마도 스펙적으로나 객관적으로 가장 완벽한 오디오를 만들자고 한다면, 아마도 삼성이나 애플 중에서 가장 완벽한 오디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오디오의 음질을 지극히 객관적으로 따진다면 아마도 분명 그럴 것이다. 왜곡이 적고 노이즈도 없으면서 오작동도 적으며 더 넓은 광대역을 더 분명하게 재생하는 오디오. 그런 오디오는 아마도 가장 앞선 기기를 잘 제작하는 대기업에서 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비효율적인 기술로 오디오를 제작하는 이탈리아 오디오 제작사나 혹은 정확도가 매우 떨어지는 진공관 앰프 같은 것은 없어져야 될까?
아마도 객관적으로는 그렇다 하더라도 크게 틀리진 않을 것이다.
이 말은 물론 반어법이라는 것을 잘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400VA 트로이덜트랜스, 80000uf 캐패시터, ES9018K2M USB DAC
이탈리아의 유니슨리서치는 참 고집이 센 것 같다. 유니슨리서치는 신제품을 설계하면서 더 고용량의 부품을 투입했고 그에 걸맞는 화끈하고 강력한 앰프를 만들 수 있었다. 그렇지만, 유니슨리서치의 신제품 앰프인 유니코 DUE에게 강력한 앰프라고 말하는 것은 그다지 어울리지는 않을 것 같다. 유니슨리서치 유니코 DUE 는 강력하고 짜릿한 음을 내는 앰프는 아니지만 마치 최신 고성능 디지털 악기에서 못 내주는 오래된 어쿠스틱 클래식 악기와 같은 느낌의 앰프다.
객관적인 부분에서 이 앰프에 투입된 물량이나 기술들은 동급의 다른 어떤 앰프에도 뒤지지 않는다.
일단 앰프의 심장이라고도 할 수 있는 전원부에는 동급 최고 수준인 400VA 용량의 트로이덜트랜스가 탑재되었고, 그 전류를 모아둘 수 있는 캐패시터는 80,000uf 용량이 탑재되었다. 이것은 다른 대부분의 400만원 내외 앰프들과 동급이거나 그 이상의 수치다. 대략적으로 300~400만원대 유럽 앰프들이 전원 트랜스는 350VA~400VA 정도 용량을 주로 사용하고 있고, 캐패시터는 40,000uf~80,000uf 정도를 탑재하고 있다. 물론 일부 미국 앰프들 중에서는 트로이덜 트랜스의 경우는 이보다 월등히 더 높은 용량을 탑재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부품들의 용량이 커지면 스피커에 대한 구동력과 중저음의 양감이나 중량감 재생력에 더 도움이 된다.
유니슨리서치 유니코 DUE는 여기에 12AX7 진공관 2개를 사용하여 프리부에서 음색을 조절하고 있으며, 채널당 4개씩 총 8개의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를 사용하고 있으며 MOSFET 트랜지스터도 조합하여 완전한 선형성을 제공하도록 증폭 능력을 제공한다고 한다.
이 외에도 이 앰프에는 굳이 제작비를 아낄려는 시도보다는 단조로워 보이는 디자인과는 달리 신뢰할 수 있는 고급 부품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내부 곳곳에는 엄선된 고급 문도르프 콘덴서를 사용하고 있으며, 진공관 소켓에는 금도금 처리가 되어 있는 세라믹 튜브 소켓을 사용하였고, 저항의 경우도 허용 오차가 적은 금속 필름 저항을 사용하고 있는 등, 최고 수준의 부품들을 사용하도록 노력한 것을 볼 수 있다.
기능적으로도 향상된 부분들을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USB DAC가 기본 내장되었다. 최신 ESS사의 32bit DAC칩인 ES9018K2M을 탑재하여 384kHz 지원 및 DSD128 신호까지 지원되도록 설계했다. 내장 DAC라고 하지만, 비동기식 방식에 갈바닉 아이솔레이션 처리가 되었으며 효율적인 절연 처리를 위해 디지털부만 별도의 PCB로 분리시켜서 설계한 것도 확인할 수 있다.
리모콘과 전면 노브를 통해서 다양한 설정 기능을 제공하며, AV시스템과의 연동을 위한 BYPASS 기능도 원하는대로 설정할 수 있다.
제법 준수하게 설계된 포노 앰프가 기본 내장 되어 있으며, 이 포노 앰프는 MM 과 MC를 동시에 지원한다.
동사의 다른 제품에서 제공하던 고급스러운 나무 손잡이에 알루미늄 커버를 덧댄 고급 사양의 리모콘도 여전히 기본 제공하고 있다.
외관도 하위 기종에 비해 좀 더 높이가 높아졌으며, 볼륨을 확인하기 좋도록 하는 디스플레이와 2개의 노브와 버튼들도 한층 제품의 디자인을 안정되게 보이도록 하고 있다.
선비의 절개와 같은 음, 슬로푸드 사운드를 좋아하십니까?
리뷰나 제품에 대한 글을 많이 쓰고 있지만, 아마도 이만큼 단도직입적으로 성향을 판가름해서 말하는 경우도 별로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방식의 평가 방법은 상당히 큰 부작용을 낳기도 해서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대부분의 리뷰는 제품의 긍정적인 면을 활용하여 해당 제품의 활용법이나 긍정적인 이미지를 좀 더 소개하기 위한 경우가 많지만, 뭔가 단정을 지어서 극단적으로 이러한 취향의 소비자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음과 양을 나눠서 어떠한 성향의 기기는 아니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게되면 해당 제품을 사용할 때는 뭔가 조심해야 될 것 같고 걱정이 되는 이미지를 주기 때문에 긍정적인 이미지만 이야기 한 제품에 비해서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제품으로 비춰지게 되는 것이다.
예컨데, 커피를 소개하는데 커피가 뜨거우니 조심해서 먹어야 한다고 설명을 한다면, 그것은 마치 커피를 이미 아는 사람들에게는 굳이 이야기 하지 알아도 되는 당연한 것이어서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특성일 것이고 커피가 뜨겁다고 말하더라도 그것을 단점이라고 생각하거나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오디오에서는 이런 당연한 것을 모르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에, 이 앰프는 진공관을 사용한 이탈리아 앰프로서, 특별히 화려하거나 오디오적 쾌감을 스펙터클하게 들려주는 성향의 앰프는 아니라고 이야기 한다면, 있는 그대로의 성향을 먼저 구분하기 쉽도록 설명을 한 것인데, 적지 않은 소비자는 이 제품이 뭔가 결함이 있고 오디오적인 성능에 부족함이 있는 제품으로 생각해 버린다는 것이다. 마치 커피가 뜨거우니 조심히 마셔야 된다고 말했는데 그 커피가 뭔가 음식적인 가치나 맛에서 결함이나 하자가 있는 것으로 생각해 버리는 것과 비슷하다.
예컨데, 사람이 활동하는 스타일 중에서도 가능한 야외에서 격렬한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이 있다면, 반대로 실내에서 차를 마시며 음악을 즐긴다거나 책을 본다거나 가능한 몸을 덜 움직이며 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유니슨리서치는 후자에 가깝다. 후자에 가깝지만, 그렇다고 힘이 너무 없는 것은 아니고 마치 비유를 하자면 선비의 절개와 단호하면서도 굳건한 신념과 의지가 돋보이는 성향이라고 하겠다.
전작 하위 기종이면서 국내에 비교적 잘 알려져 있는 유니코 프리모나 유니코 누오보와 비교해 보도록 하자.
유니코 프리모에 비해서는 한결 더 자연스러운 음을 좀 더 넓고 안정적이며 매끄럽게 재생한다. 좀 더 부드럽고 좀 더 산뜻하며 좀 더 많은 배음의 음을 좀 더 내추럴하고 근사하게 재생한다.
저음의 느낌은 딱히 스펙터클하고 다이나믹한 성향은 아니지만 저음의 양감은 유니코 프리모보다는 더 풍부하고 포근하게 재생된다. 다만, 그 느낌이 그다지 답답한 성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저음의 양감이 항상 많은 것은 아니고, 저음을 단조롭게 재생하기 보다는 볼륨감이 있으면서도 포근하게 재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넓고 안정적으로 재생해야 되기 때문에 양감이 적지는 않지만 그 저음이 과도하게 양감을 강조하는 스타일이라기 보다는 근사하게 재생하는 성향이다. 그래서 과도하게 공간을 울리는 느낌의 거북하거나 부밍을 일으키는 스타일의 저음은 아니다. 그래서 근사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중음의 느낌은 흥분을 원하기 보다는 스스로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고 길게 감상하게 해주는 음이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스스로 음악을 차분하고 길게 감상하게 하는 음...
뭔가 달콤할 정도로 세밀하고 눈부신 음을 들려주는 특성은 아니지만, 부드럽고 포근한 느낌이 있는 상태에서 목소리를 매끄럽고 예쁘게 들려주는 스타일이다. 투명함과 클리어함을 최우선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절대 답답하거나 무거운 음은 아니다. 따스함과 포근함, 부드러움과 감미로움, 목소리의 볼륨감을 최대한 안락하게 유지하면서 산뜻한 음을 들려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 가격대 앰프는 그냥 얇고 쭉 뻗어주는 성향이던지 아니면 무던하면서 중립적이던지 그러는 경우가 많은데 그에 비해서는 좀 더 감성적으로 볼륨감이 있으면서 포근하고도 많은 음을 재생하려고 노력하는 느낌이다. 연결된 케이블을 모두 동선을 사용했는데 목소리나 반주로 사용된 피아노 음이 절대로 답답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볼륨을 상대적으로 더 올려도 피곤하게 느껴지는 스타일은 아니고 공격적이거나 경직된 음이 아니면서 중음의 배음이 살아나고 충분히 산뜻하고 화사하고 예쁜 음을 들려준다. 보컬의 목소리가 살가우면서도 따스하고 부드러우며 감미롭고 넓고 자연스러운 음을 내준다.
정숙하다는 표현이 있다. 말 그대로는 조용하다는 뜻인데, 배경이 정숙하다고 하면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꼭 들려야 될 소리는 매우 정갈하고 차분하고 진지하고 정숙하게 잘 들리지만 그 외의 잡스런 음들은 차분하게 가라앉아서 좋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좋을 것 같다.
곡의 특성 자체도 그렇지만, 그 곡의 분위기를 잘 묘사해 주는 것이다.
볼륨감과 포근하게 공간에 깔리며, 공기중에 스며드는 느낌.. 근사한 중저음의 느낌이 지저분하거나 너무 무겁지 않게 표현되고 있어서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기분 좋게 감상할 수 있다.
이 곡은 최근 가장 많이 감상하는 곡이긴 한데, 이 곡이 내 취향에 맞도록 들려주는 앰프는 그다지 많지는 않다.
피아노 음을 다소 경직되게 들려주면서 또랑또랑하고 명징하고 반듯하게 들려주는 것이 더 나은지, 아니면 유니코 DUE 처럼 약간 잔향과 울림이 있으면서 차분하고 감미롭게 들려주는 것이 나은지를 각자 생각해 보기 바란다.
절대로 답답한 음은 아니다. 오히려 중음의 맑고 산뜻한 울림과 잔향이 좀 더 있는 성향이기 떼문에 오히려 현장의 있는 그대로의 공기의 울림과 맑게 음이 번지면서 전달되는 느낌은 유니코 DUE의 성향이 더 맞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재즈 음악이나 클래식 음악에서는 곡의 특성상 저음이 은은하고 포근하고 볼륨감 있게 울리고 그것이 근사하게 이어지는 느낌이 있지만, 락음악들은 순간적으로 강하게 치고 나오고 바로 다음 소리가 재생되는 특성들이기 때문에 오히려 유니코 DUE로 팝음악이나 락음악을 재생했을 때는 클래식 음악이나 재즈 음악에 비해서는 저음의 양감이 살짝 덜 나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그 이유때문에 오히려 중음은 좀 더 산뜻하고 찰랑찰랑거리게 들리는 효과가 있다.
‘Paranoid Android’ 같은 곡은 경쾌하게 톡톡 치는 저음이 계속 이어지는데 이런정도의 경캐한 저음은 오히려 볼륨감 있고 담백하게 잘 표현해 준다. 굳이 늘어지거나 저음이 뭉게지는 정도까지는 아니다. 오히려 센티멘탈한 곡의 특성들을 은은하고 감마로우며 근사하게 잘 표현해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스피커를 피에가나 모니터오디오 플래티넘 등으로 바꿨을 때는 오히려 본 필자의 느낌으로는 이런 류의 음악들이 항상 바로바로 듣기에는 약간 피곤한 느낌일 수 있는데, 유니코 DUE 와의 매칭에서는 약간 블루스 풍으로 들려주는 느낌이 있어서 오히려 더 나은 듯한 느낌도 없지는 않다.
적절한 볼륨감과 음의 밀도와 살집, 정보와 에너지를 갖춘 상태에서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재생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면서 산뜻함과 부드러움, 화사함과 은은하고도 근사한 울림, 뻣뻣하지 않으면서도 리트머스 시험지에 물감의 색이 은은히 번지는 것같은 계조의 표현력도 해주고 있으니, 그것을 음악성이 있다고 표현해도 좋을 법 하다.
물 흐르듯이 바이올린 음들이 표현되고 있어서 듣기가 편하고 근사하게 느껴지게 된다. 발언에 대해서 논쟁의 여지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클래식 음악의 감상과 정확함이라는 말은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오디션장에서 기교와 정확함을 평가하는 심사위원이 아니라면 말이다.
공기감, 에어리함도 적절하고 적절한 배음과 완만한 볼륨감과 풍부하면서도 적절한 울림.. 깽깽거리지 않고 보드라운 현의 마찰음.. 오랫동안 감상에 빠져들기에 좋은 음이다.
체온을 맞추고 음악을 길게 천천히 감상하게 하는 앰프
음악을 진지하게 감상한다는 말을 해본다. 이렇게 말하면 누구는 음악을 경박스럽게 듣는다는 말은 아니다.
과거에는 좋아하는 음악이나 감상하고자 하는 음악에 대해서 다소간의 흥분이 있어야만 즐겁게 음악을 들을 수 있었고 또 그런 음악을 좋아했었다. 그렇지만 요즘은 정말로 음악을 듣고 싶을 때는 일체의 자극이 없으면서도 가능한 섬세한 음악을 감상하는 비중이 더 높아졌다. 숲에서 산책을 하며 들리는 작은 새의 소리가 때로는 거창한 대편성 클래식 음악보다도 더 감동적일 때가 있다. 그래서 음악도 연주나 편성이 단조롭다고 해서 그 음악의 수준이 낮은 것은 아니다.
유니슨리서치 유니코 DUE 도 뭔가 힘이 강력하다거나 짜릿하다거나 생동감이 넘치는 음을 내주는 앰프는 아니다. 그렇지만 음악과 소리를 감상함에 있어서 섬세하면서도 길게 감상해야 되는 음악과 음질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 앰프와 잘 맞을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음악을 감상하는데 흥분과 과도한 또렷함과 분명함, 단단함이 싫어질 때가 있다. 이것은 역시나 동일한 느낌을 느끼고 있는 분들이나 이해가 될 것이다. 반대로는 오히려 자극이 없는 것보다는 자극이 있는 것을 더 좋아하는 유저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섬세함과 부드러움, 포근함과 근사함은 남겨둔 채, 자극과 경직된 느낌 등은 배제한 음을 좋아할 수 있는 음악 감상자와 오디오 유저도 얼마든지 많이 있다. 다만, 그런 분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음을 찾는데 다소 소극적이고 필요한 정보에 취약할 따름이다. 필요한 정보에 취약하고 좋아하는 음을 찾는데 소극적이기 때문에 이러한 볼륨감과 나긋함과 포근함과 섬세함을 주류로 하는 음질이 좋다는 것을 어필하는 유저의 수도 그만큼 적게 드러나는 것이 아닐까?
유니슨 리서치 유니코 DUE는 미들클래스 그레이드의 앰프로서의 자격을 충분히 잘 갖추고 있다. 전원부가 탄탄하면서도 DUE는 에너지와 음의 정보를 손실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잘 기울이고 있다. 어떤 스피커를 매칭하더라도 특정 대역이 허전해지거나 볼륨감이 크게 상실되거나 딱딱하고 경직된 음을 내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이 앰프의 기본기는 증명된 셈이다.
USB DAC의 성능은 대략 100만원 내외의 단품 DAC 및 네트워크 플레이어의 성능과 유사한 듯 하다. DAC의 기본 성향 자체도 유니슨리서치가 추구하는 단정하고 매끄럽고 차분하고 섬세한 성향이다. 섬세함은 잘 유지해 주는 듯 해서 DAC에 큰 비용을 들이지 않을거면 내장 DAC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무조건 좋다고만 하는 리뷰라고 지적을 많이 받는데, 이정도면 성향의 맞고 틀림에 대해서 명확하게 설명했다. 성향이 분명한 앰프이며 아마도 포근하며 섬세하며 감성적으로 음악을 길게 감상하게 해주는 앰프로는 동급 내에서 가장 돋보이는 앰프가 될 수 있다. 중역대의 울림이 좋은 스피커와 매칭하면 그야말로 감성적이며 진득하고 길게 음악을 감상할 수 있게 해주는 앰프로 신뢰감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