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예술대상 신인상 후보에 오른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채송화 역의 전미도를 만나다
슬기로운 전미도
놀랐어요. 포즈가 모델처럼 자연스러워요.
정말요?(웃음) 감사합니다. 사진 찍는 작가님이 편하게 해줘서 그런 것 같아요. 사진 찍을 때는 찍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걸 오늘 찍으면서 느꼈어요.
필모그래피를 찾아보고 좀 놀랐어요. 드라마나 영화는 거의 안 했더라고요.
맞아요. 드라마와 영화에 각각 한 편씩 출연했고, 둘 다 단역으로 잠깐 나왔어요.
뭔가 빠진 줄 알았는데, 정말 드라마는 〈마더〉, 영화는 〈변신〉뿐이군요.
예.
이렇게 훌륭한 연기자가 그동안 출연을 안 한 이유가 있을까요?
아뇨, 그런 건 아니고요. 사실 20대 때부터 문을 두드리긴 했어요. 독립 영화 오디션에서 주인공으로 뽑힌 적도 있는데, 이상하게 결정적인 순간에 취소가 되더라고요. 인연이 없구나 싶었죠. 30대 초반이 지나고부터는 공연 쪽 작품 활동을 너무 왕성하게 하다 보니 시간이 안 나더라고요. 그때부터는 제가 굳이 찾아가서 문을 두드리지 않았던 거죠.
연극 무대 밖에 서기로 결정한 계기가 있었나요?
십몇 년간 공연했고, 나이도 좀 더 들고 하니 새로운 걸 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우물 안 개구리처럼 여기에만 갇혀 있게 된 건 아닐까? 그게 일상적으로 쓰는 말과는 다른 ‘무대 언어’일 수도 있고 연기하는 패턴일 수도 있고 말이죠. 지나치게 한정되어 있고, 발전이 없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 뒤로 한동안은 일부러 공연을 자제하려고 했어요. 스케줄이 없어도 공연을 안 하고 좀 거리를 뒀어요. 일부러요. 그러던 차에 기가 막힌 타이밍에, 오디션을 보러 오지 않겠느냐는 연락이 왔죠. 단역이라도 되면 좋겠다 싶어서 본 게 〈마더〉 오디션이에요. 〈변신〉은 제 공연을 본 누군가가 감독님께 추천을 했대요.
〈슬기로운 의사 생활〉 캐스팅 비화가 참 재밌더라고요.
예. 전 그 얘기를 듣고 소름이 끼치더라고요. 처음 오디션 봤을 때 감독님이 저를 나쁘게 보신 것 같진 않았어요. 근데 1차 오디션을 보고 한 달이 넘도록 연락이 없었죠. 저는 당연히 떨어졌을 거라 생각했고요. 2차 오디션을 보러 오라는 연락이 왔는데, 그때 (왜 연락이 늦었는지) 설명을 해주셨어요. 2차 오디션을 보고 나서 (신원호 PD가) “사실은 미도 씨에게 채송화 역을 맡기는 게 우리에게는 모험이라, 고민되는 부분이 굉장히 많았다”라며 “오늘 보고 나서도 여전히 고민이다. 너무 같이 하고 싶은데 신인이라 괜찮을지 걱정이다”라고 말했어요. 공연계 쪽에서는 꽤나 알려진 배우지만 드라마 쪽에서는 그야말로 신인이죠. 그러니 ‘단역을 주기는 제작진이 미안하고, 그렇다고 채송화 역을 주려니 모험’이라는 얘기였죠. 그렇게 3차까지 오디션을 봤어요. 당시는 정석 오빠(조정석, 이익준 역)가 가장 먼저 캐스팅되었을 때였어요. 정석 오빠가 감독님께 “저랑 정말 아무런 사적인 친분이 없는 배우인데, 한 명 추천하고 싶다”라고 얘기했대요. 감독님은 정석 오빠 얘기를 듣고 ‘설마 전미도는 아니겠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석 오빠가 “전미도라고 있는데”라며 말을 꺼내더래요. 정석 오빠는 제가 오디션 본 줄도 모르고 한 얘기였더라고요.
그 전까지 조정석 씨랑은 전혀 몰랐어요?
전혀요. 사적으로는 전혀 몰랐고, 아주 어렸을 때 오빠 공연을 딱 한 번 본 게 다예요. 오빠도 제 어떤 공연을 딱 한 번 봤다고 하더라고요.
조정석 씨랑은 그래도 필드가 겹치잖아요.
제가 공연을 막 왕성하게 시작할 때가 조정석 배우가 매체 쪽으로 넘어가던 시점이랑 겹쳐요. 서로 교차하며 필드를 바꿔서 만나기가 힘들었죠.
유연석 씨도 추천했다면서요.
유연석 배우는 시상식에서 만난 적이 있는데, 유연석 배우가 제 공연을 보러 온 적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서로 안면은 있는 셈이었는데, 마침 2차 오디션을 보러 갔을 때 (이미 캐스팅이 확정되어) 제작진과 회의를 끝내고 나오던 연석 씨랑 마주쳤어요. 어찌어찌 제가 오디션을 봤다는 사실을 연석 씨가 알게 된 거죠. 그래서 나중에 연석 씨가 감독님이랑 통화하다가 “근데 미도 누나 오디션 본 것 같은데 어떻게 됐나요?”라고 물었나 봐요. 감독님은 “너는 또 그 사람을 어떻게 알아?”라고 되물으셨고요. 연석 씨가 “예전에 공연 봤는데 너무 좋았어요. 같이 하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얘기했대요. 감독님 입장에선 ‘이거 봐라? 두 남자 배우가 저렇게 추천을 하고 나서는 걸 보니 신인을 쓴다고 해서 배우들이 싫어하진 않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된 거예요.
그렇게 맡은 역으로 백상예술대상 드라마 부문 신인배우상 후보에 올랐어요. 그런데 경쟁이 너무 치열해요. 김다미, 한소희, 정지소, 전여빈이 있어요.
맞아요. 제가 이 안에 끼여 있는 것만으로도 ‘되게 감사하다, 그야말로 정말 영광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그래도 제 생각에 신인상 배우 중 팬덤은 제일 클 것 같아요. 촬영장에 팬들이 이동식 카페를 보내주는 배우잖아요.
그건 다 뮤지컬 팬들이 보내준 거예요.
팬들이 엄청 지극 정성인가요?
온라인에서 팬카페에 등록한 분들이 있긴 하지만, 실제로 오프라인으로 제 공연을 정기적으로 보러 오는 팬은 열댓 명 남짓으로 알아요. 근데 그 소수의 팬들이 팬카페에서 십시일반으로 모아서 커피 차를 보내주신 것 같더라고요.(웃음)
카페 차를 보내주는 팬덤을 가진 여자 배우는 몇 안 될 거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젠더프리라고 해서, 남자 배우가 했던 역할을 여자 역으로 바꿔서 공연하는 그런 작품이 대학로에 많이 있거든요. 그러면서 여자 관객분들이 여자 배우를 좋아하는 일도 많이 생겼어요. 그래서 실제 여자 배우 중에 여자 팬덤이 있는 경우가 꽤 있어요.
동료 배우 중에서 전미도 씨가 보기에 이쪽으로 넘어와도 되게 잘할 것 같은 뮤지컬 배우나 연극배우가 있나요? 본인이 드라마 감독에게 ‘이 배우 써달라’고 추천해주고 싶은 배우 말이죠.
아유, 너무 많죠. 대학로에는 연기 잘하는 배우가 정말 많아요. 실제로 그분들이 조금씩 조금씩 드라마나 영화 쪽에서 이미 활동을 하고 계시고요.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주연급들의 연기도 대단하고 조연급들의 연기도 대단하지만, 가장 놀란 건 단역들의 연기예요. 이렇게까지 연기를 잘할 일인가 싶을 만큼요.
제가 알기론 감독님이 거기에 가장 많이 애를 쓰셨어요. 왜냐하면 저희 드라마가 환자들 그리고 그 보호자들의 밀도 있는 이야기를 전달해야 하는 거잖아요. 잠깐 나와서 그걸 다 전달해야 하는 거거든요. 감독님이 정말 여기저기 있는 배우들 다 보고 찾아서 오디션 봐서 뽑고 뽑은 배우들이에요.
연기력을 위주로 뽑다 보니 아무래도 연극계에 계신 분이 많겠어요.
그렇죠. 드라마 초반에 간이식 아들을 둔 엄마 역할도 유명한 선배님이세요. 왜, 아들이 간 이식을 기다리는 와중에 자기 엄마까지 뇌종양 진단을 받는 역할말예요. 그분이 황영희 배우예요. 또 유방암 수술을 받는 동창 역으로 나온 김국희 씨도 저랑 같이 연극하던 분이고요.
저는 드라마 시즌 중반부에 바람피운 남편의 간을 이식받고 약 먹기를 거부하는 배우(심미진 환자 역)가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먼 산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데 제가 다 화가 나더라고요.
이지현 선배님이에요. 연극계에 정말 그런 대단한 배우가 많아요.
정말 대단한 게 주연처럼 길게 감정선이 잡혀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잠깐 동안 그런 임팩트를 줄 수 있다는 게 놀라워요.
그러니까요. 다양한 배우가 더 많이 나오면 좋겠어요. 항상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더 개성 있는 배우가 다양하게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그렇네요. 해외 드라마를 보면 드라마 주연들의 개성이 참 다양하죠. 반면 한국의 경우엔 스타 파워가 있는 배우들의 집합이 굉장히 좁다는 느낌을 받아요. 뮤지컬이나 연극은 몇 달을 연습해서 무대에 올리고 또 같은 공연을 두 주 혹은 세 주 동안 하잖아요. 드라마를 촬영하는 감각과 어떻게 달라요?
완전히 다르죠. 연극은 무대에 올리기 전에 거의 모든 합을 다 맞춰놓는 과정이 있잖아요. 보통은 작품 하나를 올리기까지 두 달은 연습하며 맞춰봐요. 그동안에는 일주일에 하루만 쉬고 매일 다른 배우들과 합을 맞춰보는 거죠. 그러고는 해당 공연이 끝날 때까지 매일 같은 대사의 같은 역을 연기해요. 그날의 관객이나 분위기에 따라 약간씩 바뀌기는 하지만 80% 정도는 동일한 공연이라고 생각해요. 반면에 드라마는 달라요. 드라마는 뭐랄까, 순발력이 중요한 것 같아요. 대본 리딩을 같이 하기는 하지만 사실 배우들이 각자 준비한 걸 촬영하는 당일에 꺼내놓은 거거든요. 상대방이 준비해 온 연기가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를 수도 있고, 상황이 다를 수도 있어서 그때그때 거기에 맞게 순발력을 발휘해야 하는 것 같아요.
조승우 씨가 이미 가장 존경하는 배우로 꼽았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웃음) 일단 ‘가장’이라고 언급한 건 이거에요. 한 인터뷰에서 좋아하는 배우로 저를 꼽긴 하셨어요. 그런데 여기저기서 그 말을 ‘가장 존경하는 배우’로 인용하는 바람에…. 부끄럽네요. 물론 좋게 말해주신 건 맞지만요.
출연한 연극 작품을 보니 고전 명작으로 꼽히는 작품이 많아요. 특히 체호프의 〈바냐 아저씨〉와 〈세 자매〉에도 출연했죠?
(웃음) 체호프는 그 두 개만 빼고 다 출연한 것 같은데요? 〈벚꽃동산〉 〈갈매기〉 그리고 단막극 〈청혼〉에 출연한 적이 있어요.
제가 반대로 말했네요. 어떤 작품을 좋아하는지, 그 작품의 어떤 장면을 좋아하는지 알려주세요.
체호프의 〈갈매기〉를 정말 좋아해요. 그 작품에는 10대, 20대, 30대, 40대의 삶이 (각기 다른 나이대의 등장인물들에) 다 녹아 있거든요. 그래서 이 연극을 10대 때 볼 때 다르고, 20대 때 볼 때 다르고, 30대 때 볼 때 달라요. 관객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 인물도 달라지고, 그에 따라 작품 전체를 보는 관점도 달라지죠. 이 작품이 이런 식으로 짜여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부터는 이 작품에 정말 흠뻑 빠졌어요. 특히 좋아하는 장면이 있어요. 극 중 마샤라는 인물이 있어요. 마샤는 트레플레프를 사랑하지만, 결국 트레플레프가 니나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사랑하지 않는 메드베첸코와 결혼하죠. 마샤 엄마인 폴리나의 인생도 마찬가지예요. 폴리나 역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도른이지만 샤므라예프와 결혼해 평생을 사랑하지 못하죠. 제가 했던 작품에선 원작과는 달리 극 중 엄마와 딸의 인생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둘이 같이 담배를 피우도록 연출한 장면이 있어요. 그 장면이 너무 좋았어요. 인생에도 반드시 있거든요. 엄마와 딸의 인생이 만나는 지점이요.
미도 씨는 언제 엄마의 인생과 교차했어요?
고등학생 때였어요. 엄마가 젊은 시절에 입어보지 못했던 옷을 나이가 들어서 입어보려 고르는 걸 보고, 여자로서의 엄마를 처음 느꼈어요.
극 중에서 찬송가에 맞춰 율동하는 장면에서 트와이스 다현의 독수리춤이 생각났어요.
(웃음) 그 영상 보긴 했어요. (제작진도) 아마 그 영상을 염두에 두고 그 장면을 넣은 것 같아요.
실제로 신자니까 그 장면을 촬영할 때 크게 괴리감을 느끼진 않았죠?
그렇기는 하죠. 그런데 또 단상 위에서 혼자 춤을 추는 건 저도 처음 봤어요. 다현 씨가 하는 영상이 있으니 어딘가에 그렇게 하는 교회가 있긴 하겠지만, 저는 처음이에요.
어차피 이제 곧 마지막 회니까 말해주세요. 익준이랑 송화는 대학생 때 사귀었나요, 안 사귀었나요?
그건 정말 몰라요. 도대체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저도 궁금해요.
당연히 사귀었을 법한 캐릭터들 아닌가요?
근데 드라마에서 봉샘(봉광현 역, 최영준 분)이 두 사람의 대학 시절 관계를 설명할 때, 각자 다른 CC(캠퍼스 커플)가 있었다고 설명하는 신이 있잖아요.
익준이가 송화한테 선물을 주려다가 석형이가 송화 좋아하는 거 알고 그만두는 장면도 있잖아요. 좋아하긴 한 거 같은데.
그러면 그때 포기했나? 왜냐하면 그 뒤로 계속 같이 지내니까요. 안 그렇겠어요? 저도 정말 몰라요.
궁금함은 일단 다음 시즌 때까지 묻어두기로 해요. 참, 밴드 합주 장면을 눈여겨봤는데, 베이스 정말로 치는 거죠?
예. 이번에 드라마 때문에 배웠어요. 촬영은 가을 끝자락인 작년 10월 중순부터 들어갔는데, 악기 연습은 이미 여름에 시작했어요. 초반에 캐스팅된 석형 오빠(극 중 양석형, 김대명 분)는 봄부터 연습했대요. 혼자 피아노 학원 가서 연습했다더라고요. 그렇게 각자 악기 선생님을 찾아서 여름부터 쭉 연습을 해왔어요.
감독님이 그걸 무기로 생각했구나.
그랬나 봐요.
어쩐지 손이 딱딱 맞더라고요. 조정석 씨가 기타를 특히 잘 치던데요?
원래 오빠는 기타로 대학을 가려고 했던 사람이잖아요. 클래식 기타를 전공하려고 삼수를 했대요. 오빠가 있으니까 이렇게 (진짜 연주하는 형태로) 가는 거 같아요. 비하인드인데요, 사실 감독님이 합주 장면을 매번 저희가 완벽하게 연습해 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대요. 그런데 첫 합주를 보고, 생각보다 괜찮다고 느끼셨나 봐요. “괜찮다. 너희 이 정도 열정이면 실제로 연주해보자. 그러면 (기자들에게) 연주를 우리가 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가자”라고 한 거죠. 그날 뭐 다들 머리끝까지 기분이 업돼서 “합시다, 합시다” 하고 난리가 났어요. 문제는 12회까지 매 회마다 한 곡씩 준비해야 한다는 건 미처 생각을 못 했다는 거죠.
그럼 매주 합주 연습도 해요? 그건 너무 힘들 것 같은데요.
매주 정기적으로 만나서 합주를 했어요.
그래서 밴드 이름까지 생긴 거군요.
예. 그래서 배우들끼리 더 친해지기도 했어요.
밴드 이름이 뭐였죠?
‘미도와 파라솔’.(웃음)
녹화할 때 앰프를 켜서 소리를 내겠네요?
촬영할 때는 손만 따기도 하고 얼굴만 따기도 하고, 여기저기 따로 따거든요. 소리까지 따면 나중에 편집할 때 겹친 소리 때문에 힘들어서, 우선 녹음을 한 뒤 그 소리에 맞춰서 손과 입의 싱크를 맞추는 방식을 썼어요. 슛 들어가기 전에 저희끼리 소리를 켜놓은 상태로 합을 한번 맞춰보기는 했죠.
유튜브에 ‘전미도의 순간들’이라는 영상이 있더라고요. 미도 씨가 노래하는 영상을 모아놓은 건데 혹시 봤나요?
제가 본 게 그건지는 모르겠지만 비슷한 걸 본 것 같아요.
노래를 조정석 씨보다 더 잘하는 것 같았어요.
아유, 그렇진 않아요. 이번에 하면서 보니까 정석 오빠가 노래를 진짜 잘하더라고요.
아무튼 음치 역할로 나올 정도는 절대 아니더라고요.(웃음) 음치 연기가 힘들진 않았나요?
사실 저는 친한 배우들이랑 그렇게 노래를 못 부르는 척하면서 논 적이 있어서요. 그게 그렇게 어렵진 않았어요. 마지막에 최종 캐스팅됐을 때 작가님이 저를 따로 불러서 얘기하셨거든요. “노래 잘하는 사람 데려와서 보컬 역할 시키는 건 좀 뻔하지 않냐. 반대로 음치 역할을 하는 게 더 매력 있을 것 같고 잘할 것 같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작가님이 생각해 온 건지 즉흥적으로 아이디어가 나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얘기를 듣는데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촬영하면서 엄청 재밌었겠어요.
네, 되게 재밌었어요. 이번 촬영이 (개인적으로도) 정말 제대로 힐링이 된 것 같아요.
‘미도와 파라솔’ 멤버들끼리 자주 보나요?
이게 주 1회 방송이잖아요. 그리고 반 정도는 사전으로 찍어뒀고요. 그러다 보니 쉬는 날을 만들 수 있었어요. 쉬는 날을 보장하려고 감독님이 주 1회를 선택한 거라는 얘기도 들었어요. 대략 일주일에 네 번 촬영하고 3일 정도 쉬었는데, 그 3일을 전부 다 음악 연습에 할애했죠. 하루는 레슨받고, 하루는 녹음하고, 하루는 합주하고. 그 와중에도 어떻게든 기회가 되면 다 같이 만나서 놀려고 애썼죠.
그래서 그 ‘케미’가 나오는 거였네요.
사실 사석에서 저희끼리 있을 때랑 드라마 촬영할 때랑 별 차이가 없어요. 캐릭터도 다 비슷해가지고.
그래서 가장 생각나는 시트콤 두 개가 〈그레이 아나토미〉랑 〈프렌즈〉였어요.
저는 그 두 드라마를 생각한 적이 있어요. 감독님께는 여쭤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요.
〈그레이 아나토미〉에서 연애를 빼고 〈프렌즈〉의 우정을 넣으면 〈슬기로운 의사생활〉과 톤이 비슷해져요.
감독님이 ‘〈프렌즈〉 같은 친구들의 이야기가 됐으면 좋겠다’고는 말한 적이 있어요.
한편 전미도 씨가 맡은 채송화 캐릭터가 정말 남자들에게, 적어도 제게는 쥐약이에요.
(웃음) 쥐약이라는 게 뭐예요?
반할 수밖에 없는 여자잖아요.
정말요? 성격이?
안치홍 선생이 송화에게 안 반하면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 정도예요.
그렇구나.
실제 전미도 씨도 조금 비슷하시죠?
비슷한 면이 있어요.
예를 들면요?
저번 주에 ‘어쩌다 마주친 그대’가 나갔잖아요. 근데 거기서 베이스 슬랩은 핑거링과 다르잖아요. 그거 연습부터 촬영까지 한 달도 안 걸렸거든요. 근데 감독님이 촬영할 때 되게 대견해하셨어요. 그러면서 ‘너는 진짜 모범생 같다’고 하셨는데, 송화가 극 중에서 뭐든 다 잘하고 싶어 하는 모습이 있잖아요. 그게 저랑 비슷한 거 같아요.
어마어마한 관심이 쏠리니까, 사생활을 영위하는 개인 전미도의 입장에서 당황스럽지는 않나요?
무심코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렸다가 그게 기사로 나가는 걸 보고 바로 비공개로 돌렸어요. 갑자기 제 인스타그램의 사진을 퍼서 후속 기사로 내보내니까 무서워서 비공개로 닫았어요. 이렇게 사생활을 가져다 쓰는구나 싶었어요. 회차가 진행될수록 알아보는 분도 많고요. 저희 아파트 단지에서도 알아보는 분이 있어서 깜짝 놀란 적이 있어요. 얼마 전에 인스타그램을 풀었거든요. 그랬더니 팔로워 수가 어마무시하게 늘었어요. 7만 명 정도로 늘어난 게 이틀 만에 일어난 일이에요.
앞으로의 계획은 있나요?
일단은 공연이 잡혀 있는데, 아직은 밝힐 수 없어요. 그다음은 모르겠어요. 정말 모르겠어요. 뭐 좋은 기회가 또 찾아오겠죠?
기회라니요, 이제 선택이 있겠죠.
아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