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북으로 넘어가고 싶었다면, 바로 지금.

근래 맥북의 발전 속도는 꽤 지지부진해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맥 OS를 기반으로 하는 소프트웨어적 발전은 좋았지만, 인텔 CPU 기반의 하드웨어적 발전이 한계를 보이고 있었다. 그래서 애플은 판을 완전히 뒤집기로 한다. 그 결과 등장한 M1칩 기반의 새로운 맥북 라인업은 혁명적이라고 할 만한 변화를 보여준다. 기존 맥북 유저는 물론이고 윈도우 랩탑에서 맥북으로의 이동을 고민하고 있던 이들도 흥미를 느낄 만큼이다.




충격적인 벤치마크 결과


알려진 대로 애플은 인텔의 기술력에 불만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PC와 모바일의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애플은 저전력에 특화된 미세공정 CPU를 원했지만, 인텔은 애플이 원하는 수준의 설계를 보여주지 못했다. 애플은 인텔과의 관계를 청산하고 ARM을 기반으로 직접 칩셋을 제작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 결과물이 바로 M1칩이다. M1칩은 CPU, GPU, 머신러닝을 위한 뉴럴엔진, 보안, 메모리까지 거의 모든 시스템적 요소를 통합했다. 이른바 시스템 온 칩(SoC) 방식의 프로세서다.


따로 떨어져 있던 필수 부품들이 하나의 칩으로 통합되면? 랩탑이라는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제품의 크기나 두께에서도 이점이 생긴다. 결국 전체 성능을 올리는 것은 물론, 전력 효율까지 극대화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애플이 직접 만드는 이 M1칩이 과연 인텔 이상의 성능을 보여줄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는데, 그 결과가 놀랍다.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 M1칩을 장착한 맥북에어 기본형의 성능은 인텔 CPU를 장착한 16인치 맥북프로 고급형(2019)에 근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PU가 컴퓨터의 전부는 아니지만 정말 충격적인 결과다.

출처: Macrumor.com
싱글코어(좌)와 듀얼코어(우)로 나눠 테스트한 신형 맥북의 벤치마크 결과는 정말 충격적이다.

CPU뿐만 아니라 GPU 테스트 결과 역시 놀랍다. M1칩의 그래픽 성능은 지포스 GTX 1050 Ti나 라데온 RX 560을 훨씬 상회하는 성능을 보였다. 프로세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두 부분에서 M1칩의 성능은 상상 이상의 결과를 나타낸 셈이다.


출처: Macrumor.com
M1칩의 GPU 성능 테스트 결과.
iFixit이 공개한 M1칩의 실제 모습


M1칩의 장점은 단순히 성능 향상 외에도 더 있다. 우선 구매자들의 선택 기준이 훨씬 심플해진다. 이전에는 같은 맥북프로를 구입한다 해도 CPU가 i3인지, i5인지, 코어가 몇 개인지, 하나하나 따져야 했다. 하지만 M1칩은 이런 복잡한 체계를 허용하지 않는다. 


새롭게 공개된 맥북에어, 맥북프로, 맥미니 3개 기종에는 동일한 M1칩이 들어간다. 다만 M1칩의 최대 작동 속도와 전력 사용량 정도에만 차이가 있다. 예컨대 맥북에어는 전력소모와 발열 수준을 낮게 설정해 냉각팬을 없앴고, 맥북프로와 맥미니는 별도의 방열판과 냉각팬 등을 갖춰 고사양 작업에서도 열 관리를 쉽게 한 차이 정도다. 소비자는 메모리와 SSD의 크기만 고민하면 된다. 아이폰이 프로세서의 차이 없이 저장공간과 카메라 등에서만 등급 차이를 두는 것과 같다.

이런 메모리 자가 교체는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물론 단점도 있다. 인텔 CPU를 사용할 때는 사용자가 어느 정도는 구성품을 변경하거나 자체적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M1칩은 메모리까지 칩 하나에 넣어버리면서 이런 식의 업그레이드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예컨대 아이맥이나 맥미니의 경우 사용자가 직접 메모리를 교체할 수 있었지만 차후 M1칩을 장착한 제품의 경우 불가능하다. 오로지 애플이 정해놓은 옵션만, 애플이 정해놓은 가격에 교체할 수 있다. 이제 애플 월드 내에서 애플의 질서를 벗어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봐도 된다.


또한 부트캠프나 패러렐즈 등을 사용해 맥에서 윈도우를 사용하던 편법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맥북과 맥미니는 인텔 CPU를 사용하지 않기에 일반 윈도우는 사용 자체가 불가능하다. MS가 ARM용 윈도우10을 선보이긴 했지만 애플이 이를 쉽게 허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칩셋 통합으로 인해 아이폰과 아이패드 앱까지 맥에서 사용이 가능해진 마당에 굳이 타사의 운영체제를 허용할 이유가 없다.


(늘 그랬지만) 독선적으로 보이는 이런 정책에도 불구하고 신형 맥북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M1칩의 성능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이다. 다소 불만인 점들도 감수할 수 있을 만큼 말이다.




맥북에어가 가장 합리적이다



출시된 3가지 라인업(맥북에어, 맥북프로, 맥미니) 중에서 현재까지 가장 가성비가 좋아보이는 것은 맥북에어다. 직전 세대까지만 해도 엔트리 라인인 맥북에어는 성능에 한계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M1맥북에어는 다르다. 당신이 어지간한 헤비 유저가 아니라면 맥북에어로도 원하는 성능을 충분히 낼 수 있을 것이다. 디스플레이도 처음으로 P3를 지원한다. 129만 원에서 시작하는 가격도 매력적이다.

맥북에어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같은 M1칩을 사용하는 맥북프로의 포지션은 상대적으로 약간 애매해졌다. 물론 냉각팬을 갖추고 있어 무거운 작업에서도 조금 더 제 성능을 낼 수 있고 배터리 수명도 2시간 정도 더 길다. 화면 밝기도 조금 더 높고, 쓰고 있으면 괜히 뿌듯한 터치바도 있다. 하지만 썬더볼트3 포트는 여전히 2개고, 에어와 성능 차이는 미미하다. 무거운 작업이 많다면 프로를 선택하고, 아니면 에어를 선택하는 게 합리적으로 보인다.


맥미니의 성능도 맥북과 마찬가지로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특히 공간이 넉넉한 탓에(맥북처럼 내부 구조를 크게 신경쓸 필요가 없었기에) M1칩의 성능을 억제할 필요가 없어 성능은 셋 중 최고다. 다만 맥미니는 기존에 4개 있던 썬더볼트3 포트를 2개로 줄였다. 확장성 면에서 다소 불편이 예상된다.




이제 시작일 지도 모른다?

얼마 전 해외 커뮤니티에 M1맥북에 대한 아주 재밌고 그럴 듯한 비유가 올라왔다. “페라리가 신형 12기통 모델을 내놨는데 연비가 12km/L야. 심지어 2만 달러밖에 안해.”


과장된 표현이긴 하지만,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다. 그만큼 새로운 맥북의 성능은 놀라운 수준이다. M1칩은 경쟁자들 대비 압도적인 성능 우위는 물론, iOS와의 생태계 통합까지 이뤄줄 마법의 물약 같은 물건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칩셋까지 직접 손에 쥔 애플은 어떤 전략을 보여줄까. 어쩌면 애플의 진짜 황금기는 잡스의 시대가 아니라 바로 지금 시작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년에 발매될 M1 시리즈 제품은?

현재 맥북 시리즈의 폼팩터(Form Factor, 제품의 외적 구조)는 M1칩 기반이 아니라 인텔 CPU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하지만 내년 이후에 출시될 제품들은 M1칩에 최적화된 새로운 폼팩터를 등에 업고 등장할 예정이다.



아이맥의 클래식한 디자인이 드디어 바뀔 예정이다


가장 큰 기대작은 아이맥이다. 아이맥은 거의 10년 이상 지금의 모습을 유지해왔지만 M1칩의 등장과 함께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외신들은 내년 1분기 중 새로운 아이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M1칩의 성능은 이미 아이맥 프로에 근접한 수준이라, 새로운 아이맥에서는 M1칩의 성능도 더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보인다.


M1맥북에어와 많이 비교 당하며 뜻하지 않은 굴욕을 당하고 있는 맥북프로 16인치 역시 내년 하반기 새로운 폼팩터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맥북프로 라인업의 최상단에 위치하고 있어 상징적인 의미가 큰 제품이다. 맥북의 새로운 폼팩터는 맥북프로 16인치에서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