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건물, 거기에 감리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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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지지 않은 계획은 무의미했다.
100쪽이 넘는 해체 계획서가 작성돼 있었지만, 지난 6월9일 광주 학동에서 일어난 건물 붕괴 사고를 막지는 못했다.
해체공사 감리 의무를 명시한 건축물관리법 제32조에 따르면, 감리자는 ①일단 해체공사가 계획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서울시와 대전시 서구, 대구시 등 일부 지자체는 고위험 해체공사 현장에 감리자 상주를 의무화하는 조례와 내부 지침 등을 마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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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지지 않은 계획은 무의미했다. 100쪽이 넘는 해체 계획서가 작성돼 있었지만, 지난 6월9일 광주 학동에서 일어난 건물 붕괴 사고를 막지는 못했다. 계획이 지켜지지 않은 이유는 복합적이지만, 해체 공사 과정에 대한 ‘감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한 요인이었다.
‘감시’와 ‘관리’, 즉 감리제도는 건축물 대형 사고에 대한 대책으로 개선을 거듭해왔다. 일례로 1986년 8월, 개관을 11일 앞둔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에서 부실 공사로 인한 화재가 발생하자 그 이듬해에 일정 규모 이상 공공공사에 대해 감리가 의무화되었다. 이렇게 비교적 일찍 도입돼 차차 강화돼온 건축공사 감리 규정과 달리, 해체(철거)공사 감리는 2019년 서울 잠원동 철거 현장 사망사고 이후에야 사회적으로 그 필요성이 제기되고 관련 규정이 신설됐다. 해체공사 감리 의무를 명시한 건축물관리법 제32조에 따르면, 감리자는 ①일단 해체공사가 계획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만약 작업이 안전하게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②관리자 및 작업자에게 시정 또는 중지를 요청해야 한다. 그럼에도 작업이 계속된다면 ③허가권자인 지자체에 보고해야 하며 ④지자체는 작업 중지를 명령해야 한다.
이렇게 ‘확인-시정명령-보고-작업 중지’ 4단계의 안전망이 법적으로 갖춰져 있지만, 공사 현장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이번 광주 사고에서 안전망은 1단계조차 작동하지 않았다. 현장에 감리자가 상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 측 조사에 따르면 감리자는 현장에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으며, 감리 일지를 쓰지도 않았다.
놀랍게도 감리자가 철거 현장에 상주하지 않는 것은 규정상 불법이 아니다. 현재 어느 법률에도 감리자가 철거공사 현장에 상주할 의무가 명시돼 있지 않다. 상주 감리는 비상주 감리에 비해 비싸기도 한 까닭에 해체공사 감리는 대부분 비상주로 진행된다. 영은건축사사무소 박은미 건축사는 “상주와 비상주 해체 감리 비용은 5배 정도 차이가 난다”라고 말했다.
상주 감리 비용 5배 더 높아
서울시와 대전시 서구, 대구시 등 일부 지자체는 고위험 해체공사 현장에 감리자 상주를 의무화하는 조례와 내부 지침 등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계가 분명한 조치다. 근거가 될 상위법이 없기 때문에 위반 현장을 적발해도 행정지도 등 실질적인 제재를 할 수 없다. 서울시 지역건축안전센터 안종욱 센터장은 “법체계가 완전히 갖추어져야 안정적으로 상주 감리를 운영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감리자가 상주하기만 하면 안전한 해체 현장을 만들 수 있을까. 해체 감리를 경험한 건축사들은 더 구체적인 개선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일건축사사무소 황창환 건축사는 “작은 건물의 경우, 위험할 것 같아서 공사를 중지시키려 해도 절차에 맞게 공문이 왔다 갔다 하는 사이 이미 해체 작업이 다 끝나버린다”라고 말했다. 한강종합건축사사무소 황성호 건축사는 “해체에 관한 전문 지식이 있는 감리자 자체가 부족하다. 대부분 16시간 교육을 받는 게 전부다. 해체공사 감리자 교육이 더 내실 있게 바뀌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광주·주하은 수습기자 ki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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