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진을 보면비둘기 한 마리가 무리에 끼지 못한 채 홀로 떨어져 있다. 비둘기 세계에도 왕따가 있는 걸까.

유튜브 댓글로 “비둘기도 서열이 있는지 취재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내가 비둘기가 아니라서 비둘기 세계에 서열이 있는지 정확히 알 순 없겠다.

다만 관련 자료를 찾다가 눈에 띄는 연구결과를 발견했는데 바로 작년 8월 왕립학회가 발간하는 ‘바이올로지 레터스’에 실린 ‘Artificial mass loading disrupts stable social order in pigeon dominance hierarchies’

이,,이거. 영국 런던대 스티븐 포르투갈 박사 등이 쓴 6페이지 짜리 논문인데 여기엔 3년간의 연구 끝에 비둘기 세계에도 서열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적혀 있었다.

서열의 기준은 바로 몸무게.

실험은 런던대 수의대에서 키우는 비둘기 17마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6살짜리 암컷 9마리와 수컷 8마리. 이 비둘기들에게 다른 새들은 접근하지 못하게 하고 모이와 물을 줬는데 비둘기들은 몸집이 커질수록 서열도 높아졌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몸집이 가장 작은 새가 서열이 가장 낮았고 몸집이 클수록 서열도 높고 공격성도 강했다고.

연구진은 특정 비둘기가 모이를 먼저 먹는다거나, 날 때 다른 비둘기들을 쫓으며 위협한다든가 하는 행동을 보며 서열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흥미로운 건 몸무게가 바뀌면
서열도 바로 바뀌었다는 사실.

연구진은 연구 기간의 절반이 지나는 19개월째에 몸무게가 가장 낮은 비둘기에 추를 달아인위적으로 몸무게를 늘렸더니 공격성이 빠르게 증가하고 서열도 올라가 결국 무리 중에 최고가 됐다고 했다.

갑자기 서열 넘버1을 차지한 비둘기가 내가 짱이니까 너네들 나한테 대들지 말아라, 모이도 내가 가장 먼저 먹을 거다, 대장 행세를 한 지도 잠깐.

연구진이 추를 제거하자 비둘기의 서열은 바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흣 꼴좋다ㅋ)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물리적 특성을 변화시켜 동물의 공격성을 조절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공원에서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면 공격성이 늘 수 있다”고 추정했다.

실제로 비둘기들이 길거리에 떨어진 음식찌꺼기 같은 걸 아주 잘 (처)먹고 다니기 때문인지 과거에 비해 몸집이 커지는 것 같기도 하다.

이젠 아예 닭둘기라고 불릴 지경. 과연 저 몸뚱이로 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때도 있다.

실제로 비둘기들의 몸집이 커지면 서서히 비행력을 잃게 되는 것도 사실.

“몸집이 커지면 비행할 수 있는 날개의 힘 뜰 수 있는 힘도 세지지만 반대로 장거리를 간다거나 어디를 갈 때는 좀 더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힘들다는 걸”
-한국조류학회 총무이사 빙기창 박사

원래는 날 수 있었는데 몸이 비대해지는 바람에 날지 못하게 된 새들도 많다. 멸종의 상징인 대형비둘기 도도가 그랬고,

몸무게가 500kg에 달했다는 코끼리새도 그랬다.

퍼란 세욜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박사는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서 “오늘날 우리가 보는 날지 못하는 새는 펭귄과 타조 등 12개 과에 불과하지만 과거엔 40개 과에 걸쳐 그런 새들이 살았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새들이 비행을 포기하는 이유는 도망칠 천적이 없는 곳에서 비행은 사치일 뿐이기 때문.

이쯤에서 포동포동 살을 찌워가고 있는 비둘기들에게 경고한다.
너희가 그렇게 많이 (처)먹으며 덩치를 늘리는 이유가 서열 쟁탈전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너희 세계 사정이고, 덩치 좀 컸다고 사람이 다가가도 피하지도 않고 먹은 거 여기저기 배설해서 인간 세상에 피해를 주는 경우가 수두룩한데

혹시 인간 세상엔 천적이 없어서 비행은 사치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큰 코 다칠 줄 알아라.

너희가 평화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시대는 지났다. 우린 이미 너희를 유해동물로 지정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