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코로나19 검진 증명서로 여행.. '3000원으로 위조'

조회수 2021. 2. 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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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탐사 보도진은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가짜로 사들여 여행에 활용하는 이들을 포착했다.
일부 항공기 여행객들이 위조 코로나19 음성 결과지로 여행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조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음성 검진결과를 사들여 여행에 활용하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이러한 거래가 흔하며 주로 정부 관리와 백만장자 등이 가짜 코로나19 검진 증명서를 구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BC 탐사 보도진은 이러한 거래가 전 세계적으로 성행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아프가니스탄중앙아시아 협회(ACAA)의 모하메드 카심 와파이자다 회장은 지난해 10월 말 이러한 행태가 처음 밝혀졌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매우 심각했어요. 매 항공기에 10명에서 20명 정도 사람들이 가짜 코로나19 검진서를 가지고 탑승했죠. 그리고는 50명까지 치솟으면서 상황이 악화됐어요. 그중에는 공항 도착 이후 확진 판정을 받는 사람까지 나왔죠."

아랍에미리트공화국(UAE)은 모든 방문자에 코로나19 음성 진단서를 의무화했다. 이어 53개국의 모든 여행자에 중복 검사 규정을 적용했다.

아프가니스탄은 그 53개국 중 하나였다. 그리고 UAE는 머지않아 가짜 검진 결과를 가진 승객들을 다수 맞이했다.

일부 승객은 일부러 검진 결과를 속였다고 시인했지만, 일부는 자신도 모르게 가짜 검진 결과서를 받았다고 말했다.

카불에서 출발하는 국제선은 하루 12기에 달한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증권가에서 일하는 야신(가명)은 두바이행에 앞서 믿을 만하다고 생각한 보건소에 가 값비싼 검진 결과를 받아왔다.

"음성이 나와서 너무 행복했어요. 공항에 자신 있게 갔죠. 카불 공항은 제 검진 결과를 인정해줬고요. 그런데 두바이에 도착해서 또 다시 검사했는데 양성이 나왔어요."

야신은 두바이 도착 이후 격리해야 했다. 그는 가짜 검진서 때문에 "출장을 망쳤다"고 말했다.

야신은 보건소 측이 가짜 검진을 하는지 몰랐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지난해 7월 아프가니스탄에서 봉쇄령이 내려진 이후 매달 약 8000명이 해외로 여행을 떠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문제는 지난해 11월 들어 더 심각해졌고, 카불발 항공기는 일시적으로 운항을 중단해야 했다. 카불에서 출발하는 국제선은 하루 12기에 달한다.

카심 와파이자다는 곧 가짜 검진 결과를 내준 것으로 의심되는 사립 보건소 5개를 특정했다.

모두 수도 카불에 위치한 이 보건소들은 일제히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정부는 보건소와 승객이 의도적으로 검진 결과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검진 대기자가 워낙 많았던 탓에 긴 대기열을 기다려야 했던 이들이 병원에 뇌물을 주고 조작된 검진서를 받았다는 것이다.

암룰라 살레 제1부통령은 카불 내 사립 보건소에서 다수의 검진 결과가 조작됐다고 그의 페이스북에 적었다.

그는 이어 아프가니스탄의 보건 명예가 실추됐다며, 위장 수사를 통해 이러한 가짜 결과를 조작하는 보건소를 잡아내겠다고 경고했다.

살레 제1부통령은 또 "이 위조극은 이미 불안정한 아프가니스탄 경제에 직격탄이 됐다"며 "불행히도 이 가짜 검진서를 구매한 이들 중 둘은 이 나라의 유명한 백만장자들"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아프가니스탄 안보 헌장(Afghan Security Charter)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뇌물을 주고 검진을 받으러 다니면서 어느 보건소가 부패했는지 알아낼 것"이라고도 말했다.

어떤 이는 카불 동쪽의 도시 잘랄라바드의 한 약국에서 200아프간루피(약 3000원)에 가짜 코로나19 증명서를 받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후 다수 사립 보건소의 면허를 정지하고 코로나19 검진을 진행하지 못하도록 했다.

당국은 BBC에 구체적인 통계를 제공하지는 않았지만, 카불 공항에서 허용되는 25개 보건소 목록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 조차도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했다.

위조 장면을 목격한 한 기술자는 아프가니스탄의 국회의원을 포함한 다수 관리가 코로나19를 받지 않고 검진서에 들어갈 등록번호를 알려주기 위해 여권 사본을 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기술자는 이들 보건소가 조작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주로 돈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는 여행에 앞서 빠르게 음성 결과를 얻고 싶어하는 영향력 있는 인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결과를 조작하는 이들도 있다"며 "양성 판정을 받아서 긴 휴가를 얻어내려는 NGO 직원들도 있다"고 말했다.

본명을 밝히기 거부한 이 기술자는 조작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까지도 BBC에 알려줬다.

그는 "일부 대형 보건소에서 면봉의 끝을 물에 적시고 유리병에 넣어 본부로 보내 음성 판정을 받는다"고 말했다.

UAE는 모든 입국자들에게 도착 후 코로나19 음성 증명서 제출을 의무화했다

BBC는 보건소·약국·복사점 등에서 검사 없이 가짜 검진 결과를 구매한 이들과 대화를 나눴다.

이들 중에는 검진 평균 가격인 5000아프간루피(약 7만원)보다 훨씬 적은 200아프간루피(약 3000원)에 검진서를 받은 이들도 있었다.

한 아프가니스탄 공무원은 BBC에 그가 지난달 23일 1만5000아프간루피(약 20만원)에 음성 결과를 얻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방법을 묻는 말에는 "맡겨달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만 이러한 문제를 겪는 것은 아니다.

국제 항공 운송 협회(IATA)는 가짜 검진서가 "브라질, 방글라데시, 프랑스 등 전 세계에서 불쑥 튀어나왔다"고 말했다.

영국 언론 역시 해외로 여행을 가기 위해 음성 결과가 적힌 검진서에 포토샵으로 자신의 이름을 적어넣은 이가 적발됐다고 보도했다.

덴마크에서는 지난달 22일부터 5일간 코로나19 검진서에 대한 신뢰 문제로 두바이발 항공 운행이 중단됐다. 덴마크 당국은 "두바이 검사가 충분하지 않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덴마크 교통부 장관 베니 엔겔브렉트는 이후 두바이발 항공 제한을 지난 2일까지 연장했다.

프랑스 당국은 최근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서 200여 개의 위조 코로나 검진서를 기계에 담아 반입한 혐의로 7명을 체포했다.

이란과 칠레 역시 가짜 검진서를 제공한 보건소를 폐쇄 조치했다.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와 카라치에 있는 BBC 기자들 역시 항공사들이 위조 검진서를 적발한 이후 검진 보건소를 지정했다고 밝혔다.

케냐와 네팔에서도 코로나19 검진결과 위조 혐의에 대한 재판이 잡혔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카불공항에서 코로나19 음성 결과지를 들고 탑승했던 승객이 두바이에 도착한 후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IATA는 검진서가 모두 다른 언어와 구성으로 돼 있어 위조가 쉽다는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이것이 전 세계적인 부실 검진과 오류 그리고 사기 행각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IATA는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검진 수를 이러한 현상의 "주범"으로 보고 세계보건기구(WHO)과 협력 중이다.

WHO는 "특정 검사나 백신과 관련한 위조 서류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며, 이것은 코로나19뿐만 아니라 다른 질병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이어 위조를 방지하기 위해 블록체인을 활용한 디지털 백신 증명서를 준비 중이라고도 발표했다.

IATA는 여러 정부와 소통하며 스마트폰 안에 저장할 수 있는 "IATA 여행 패스"를 제안했다.

IATA는 여행 패스가 "여행자들에게 검사와 백신 접종 여부를 디지털 신분증과 함께 안전하게 보관하고, 이를 항공사와 출입국관리소 그리고 정부에게 보낼 수도 있도록 돕는 플랫폼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한편 아프가니스탄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 중이다.

카심 와파이자다는 "적발된 보건소 중 몇은 더는 검진을 할 수 없고, 공항은 검사 절차를 강화했으며, 승객들은 떠날 때와 도착했을 때 이중으로 검진을 받아야 해서 더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짜 검사는 보건소뿐만 아니라 여행사와 연구실에서도 이뤄진다"며 "g국제 기업들과 협업해 이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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