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를 와플판에 '치이익'..가학적 요리 유튜브, 동물학대일까

오진영 기자 2021. 6. 1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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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만들기 위해 동물을 죽이거나 가학적인 조리 방법을 사용하는 유튜브 영상을 두고 갑론을박이다.

갑각류나 두족류도 고통을 느낀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영상이 동물을 필요 이상으로 학대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식문화연구소 관계자는 "낙지 외에도 자라를 산 채로 굽거나 찌는 전통요리가 있고 살아 꿈틀대는 생선을 핏물도 빼지 않고 먹는 요리도 있다"며 "영상의 내용이 가학적일 수는 있어도 조리방법을 학대라고 하면 대부분의 전통요리는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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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한 유튜버는 최근 와플팬에 낙지를 산 채로 굽는 영상을 올렸다. 이 유튜버는 꿈틀대는 낙지에 초장을 바르고 와플팬을 이용해 수차례 짓눌러 익혔다. 와플팬은 작은 프라이팬 두개를 달궈 양측을 닫고 굽는 기계다. 이 영상은 별도의 성인 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고 볼 수 있는 유튜브 '쇼츠'(Shorts)를 통해 그대로 노출됐다.

음식을 만들기 위해 동물을 죽이거나 가학적인 조리 방법을 사용하는 유튜브 영상을 두고 갑론을박이다. 갑각류나 두족류도 고통을 느낀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영상이 동물을 필요 이상으로 학대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반면 조리 관련 업계는 산낙지·회 등이 전통 식문화인 데다 법률적 문제가 없어 동물학대가 아니라고 항변한다.
산 오징어 회 뜨고, 생선 '시메' 하고…유혈 낭자한 유튜브
한 유튜버가 게시한 '낙지 와플' 영상. / 사진 = 유튜브

미국 시카고대학 연구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낙지나 오징어 등 두족류도 고통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두족류는 유전자 개수가 사람과 비슷하고 신경세포가 발달해 있어 감각이 예민하다.

온라인에서 '낙지 와플' 영상이 명백한 동물 학대라는 비판이 잇따르자 이 유튜버는 영상을 삭제했다.

'낙지 와플'과 유사한 영상을 올리는 다른 유튜버도 많다. 한 유튜버는 살아서 펄떡거리는 생선에 '시메'(생선의 신경을 파괴해 죽이는 방법) 작업을 하는 영상을 올렸으며, 다른 유튜버는 닭을 도축하거나 통채로 굽는 영상을 올렸다. 살아 있는 복어에 칼집을 내 피가 튀는 영상을 촬영한 뒤 회로 조리하는 영상을 게시한 유튜버도 있다.

비슷한 영상이 잇따라 게시되는 것은 자극적인 영상이 조회수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낙지 와플' 영상을 만든 유튜버는 영상 게시 후 이틀 만에 7만명대 후반에서 8만명을 훌쩍 넘겼다. 오징어를 죽이지 않고 산 채로 회를 뜨는 영상은 게시 3개월 만에 500만 조회수를 넘겼다. 이 영상에는 외국 누리꾼들이 '오징어가 여전히 움직인다', '너무 잔혹하다'는 댓글을 남겼다.

문제는 이 중 영상 일부가 연령제한이 걸려 있지 않아 저연령층 시청자가 그대로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 3월부터 유튜브가 시작한 서비스인 '쇼츠'의 경우 화면을 단순히 위아래로 넘기는 것만으로 해당 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영상의 추천 방식이 무작위이기 때문에 예상치 못하게 가학적인 영상이 재생될 수도 있다.

두 초등학생 자녀를 둔 직장인 박모씨(44)는 "아이들이 본 유튜브 영상 재생 목록을 보다 보면 동물을 산 채로 요리하는 영상이 뜰 때가 있어 놀랄 때가 많다"며 "평소 요리법 영상을 많이 보는데 저런 영상도 요리법의 일종으로 간주돼 추천 영상에 뜨는 것 같다"고 했다.

"법적으로 학대 아니지만 두족류도 고통 느껴…영상 노출 등 제재해야"
동물을 조리하거나 도축하는 모습이 담긴 유튜브 영상. / 사진 = 유튜브

동물보호단체는 이같은 영상이 자칫 학대에 둔감해지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대부분의 영상이 접근 연령대도 제대로 설정돼 있지 않은데다 동물이 괴로워하는 모습이 그대로 노출돼 지나치게 가학적이라는 지적이다. 유럽의 경우 갑각류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조리 전 기절시키는 등 관련법이 제정돼 있으나 우리나라는 관련 규정이 없다.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 팀장은 "어류는 동물보호법 규정이 있으나 갑각류나 두족류는 학대로 볼 규정이 없다"면서도 "영상을 촬영해 불특정다수가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엄연한 학대"라고 했다. 또 "아직 해당 동물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아 학대를 금지하는 제도가 만들어지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음식전문가들은 영상을 촬영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방법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식문화연구소 관계자는 "낙지 외에도 자라를 산 채로 굽거나 찌는 전통요리가 있고 살아 꿈틀대는 생선을 핏물도 빼지 않고 먹는 요리도 있다"며 "영상의 내용이 가학적일 수는 있어도 조리방법을 학대라고 하면 대부분의 전통요리는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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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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