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엔 칼럼] 패션의 '지속 가능함(艦)' 승선이 지연되는 이유
요즘 전 세계는 환경이 그야말로 대세다. 미국인들의 음식을 사는 방식, 화장품 선택 그리고 지난 10년간 자동차 연료를 변화시킨 의식 있는 소비자 운동은 최근 패션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로스엔젤리스 기반의 지속가능 브랜드 ‘리포메이션(Reformation)’과 지속 가능 온라인 소매업체 ‘자디(Zady)’와 같은 윤리적인 마인드를 통해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신생 벤처 기업 뿐 아니라, 럭셔리 재벌 그룹 ‘커링(Kering)’, 아웃도어 공급업체 ‘파타고니아(Patagonia)’, 패스트-패션 괴수 ‘H&M’ 등과 같은 다양한 기업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자벌적 실천을 벌이면서 지속가능이 패션계에 나비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지속 가능한(Sustainable) 패션, 혹은 에코(Eco) 패션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자신들이 입는 옷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제조의 사회적, 환경적 영향에 대한 미국인들의 우려는 증가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쇠퇴했었다.
그러다가 60년대 말과 70년대의 히피를 중심으로 한 정치, 사회적 운동으로 인해 정점에 달했고, 나이키와 다른 브랜드들이 해외에서 노동 착취 공장을 고용해 맹비난을 받은 90년대 초반에 다시 부각되었다.
지속가능한 패션에 대한 관심은 확실히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증가했다. 하지만 그것은 패스트 패션의 천문학적인 급상승과 지난 몇 년 동안 이 문제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가져오게 만든 지난 2013년 1,133명의 사망자를 내고, 2,500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부상을 입힌 방글라데시 라나 플라자 공장 붕괴 사고가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윤리적인 생산과 환경적인 패션은 현재 심각한 장애물에 직면해 있다. 즉 포에버 21과 H&M과 같은 패스트 패션 소매업체에 의해 대량으로 찍어내는 저렴한 유행 상품에 대한 광범위한 수요, 복잡하고 불투명한 공급 체인들의 변화에 대한 저항,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 소비자들이 유기농 코튼으로 만든 45달러 버전 보다는 항상 15달러짜리 티-셔츠를 선택할 것이라는 생각하는 만연된 믿음이 그 대표적인 장애물이다.
5년 전 루시오 카스트로(Lucio Castro)가 자신의 이름을 딴 남성복 라인을 처음 선보였을 때, 그는 공정무역 워크숍에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모두 유기농(Organic) 원단을 사용해 가능한 ‘친환경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옷은 거대한 환경파괴의 주범 중 하나이고, 탄소 발자국(생산, 소비,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량)이 어마어마하지만 일상에서는 정작 알아차리기 힘든, ‘숨어있는 위험’이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는 오랫동안 큰 회사에서 근무했었고, 투명해지고 싶었다. 그러나 상점에서 옷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그의 생산 방법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다.
이후 그는 약간의 타협을 했다. 현재 그는 자신의 컬렉션에서 유기농이 아닌 일부 무기물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옷을 만드는 제조 공장을 잘 알고 있으며 그들의 공급 체인에 대한 투명성도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변화는 5년 전에 내가 생각했던 방식으로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음식과 마찬가지로 생각했다. 지금까지 패션에도 유기농 매장들이 일부 있었다. 그러나 패션업계에서 지속가능 브랜드를 촉진하는 지원이나 관심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저널리스트이자 <패스트 패션의 충격적인 비용> 저자인 엘리자베스 클라인은 “나는 패션이 지속가능성에 밀린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것의 일부는 우리가 패스트 패션에 대한 강박관념이 절정에 달해 있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가장 낮은 가격대의 절대적인 최신 트렌드를 원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인스타그램에서 본 것과 똑같은 것을 보기 원하고, 게다가 그들은 지금 당장 그것을 원한다. 그리고 최저 가격만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이 새로움에 대한 만족할 줄 모르는 수요는 ‘포에버 21’이 매주 539개의 새로운 제품을 진열대에 배치하는 이유며, 2013년 이후 H&M이 평균적으로 하루에 매장 하나 이상을 오픈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이는 미국인들이 현재 1년마다 64벌의 옷을 평균적으로 구입하지만 그들은 재빨리 패스트 패션 제품들을 폐기시켜 버린다.
패션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입는 옷이 빠르고 저렴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도 자신들이 환경과 노동자들에게 지불하고 있는 가격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유기농 사과에 몇 센트 이상을 지불하는 소비자들은 그들의 건강에 더 이익이라고 이해하기 때문에 아깝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들이 ‘메이드 인 맥시코’나 혹은 ‘메이드 인 차이나’의 저렴한 셔츠를 구입할 때, 그들 지역의 물 공급을 오염시키는 독성화학물질에 노출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그들은 매 시즌 유행 제품으로 가득한 옷장을 깨끗하게 정리할 때, 자신이 폐기한 옷의 대부분이 매립되거나 해외로 재판매되는 것을 알지 못하고 카리에 콘도(일본의 정리 컨설팅 전문가)가 주도하는 ‘비움의 미학’인 미니멀리스트 라이프에만 만족을 느낄지도 모른다.
물론 변화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섬유 수확에서 최종 검사까지, 결국 누군가의 옷장에 들어가지 전까지 하나의 옷은 아마도 5~6개 나라에서 수십 번의 손을 거쳤을 것이다.
엘리자베스 클라인은 “심지어 대부분의 패션 브랜드들은 자신들의 공장이 재료를 어디에서 소싱하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하고 이어 “만약 브랜드들이 공급 체인에 대한 이해가 없을 경우, 어떻게 에너지, 탄소, 물 발자국을 해결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한다.
1984년에 런칭한 미국 패션 브랜드 아일린 피셔(Eileen Fisher)는 소비자들에게 유기농과 재활용 섬유를 포함한 많은 친환경 소재를 도입하기 위해, 자사의 주요 점검 공급 체인을 공개하는 주요 지속 가능 의류 브랜드 중 하나다.
아울러 지속 가능을 실천하는 회사의 여정이 얼마나 어렵고 긴 과정이 될 수 있는지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브랜드 디자이너들이 지속가능한 원단을 공급업체들에게 요청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년 전이었고, 그들은 상당한 저항을 받았다고 한다.
아일린 피셔의 지속가능성 사업의 리더인 쇼나 바튼 퀸(Shona Barton Quinn)은 “제조공장들이 재활용 혹은 유기농 섬유로 작업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그들은 ‘그것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 혹은 ‘그것은 기존의 면만큼 강하지 않다’ 혹은 ‘우리는 그것을 찾을 수 없다’는 변명을 늘어놓았고, 심지어 그들은 우리가 충분한 야드를 주문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결국 그들은 지속가능 원단에 대해 우리의 진지함을 이해하게 하게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말했다.
패션 스펙트럼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럭셔리 브랜드의 참여가 절실하다. 생각에 따라서는 최근의 지구 온난화와 기후 이상을 볼 때 늦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아직도 럭셔리 브랜드 지속가능 패션을 주력 사업으로 수용할 수 있는 기회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커링이 럭셔리 패션 그룹으로서 지속가능성의 세부 항목에 대해 언급하며 공급 체인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될 만한 긍정적인 노력을 기울인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전 브랜드 차원으로 논의를 확장시키지 못하고 있다.
‘공정무역 브랜드는 디자인적인 부분이 아쉽다’는 선입견과 ‘명품은 비싸고 사치스럽다.’는 편견 사이에서 자신들만의 철학을 지키며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는 커링 보유 패션 브랜드 마이예(Maiyet)와 역시 커링이 소유하고 있는 브랜드이지만 자체적인 계획을 따라 지속가능을 실천하는 스텔라 맥카트니와 같은 소수 라벨을 제외하고 지속 가능은 아직도 디자이너 브랜드가 소비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의 중요한 부분이 아니다.
초점은 제조 국가나 장인을 강조하는 이미지와 디자인으로 지속되고 있지만 소싱과 생산 공정은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에 지속 가능의 입장에서 보면 아직도 걸음마 단계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도 평가는 패션 미디어와 최근 업계 패널을 통해 생성되고 있다. 최근의 변화를 보면 패션이 변화의 최첨단에 서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엘리자베스 클라인은 패스트푸드와의 유사성을 설명했다.
“만약 당신이 80년대와 90년대의 패스트 소비자들에게 패스트 푸드가 나쁜 것이라고 말했다면, 그들은 그 말을 이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그것이 현재 패션이 처한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지속 가능 연구를 살펴보면, 전 세계 소비자들이 긍정적인 사회적, 환경적 영향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회사 제품에 대해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변화는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그러나 반드시 온다는 점에서 희망을 갖게 된다.
공급 체인의 투명성과 지속가능한 직물에 대한 강력한 지지자 역할을 해온 에버레인(Everlane), 리포메이션(Reformation), 쿠야나(Cuyana), 자디(Zady)와 같은 브랜드들이 빠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올랐다는 점은 쇼핑객들이 현재 관심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와 투자자들에 대한 믿음의 증거라고 볼 수 있다.
어쩌면 그 변화는 오히려 갑자기 왔다는 느낌도 든다. 사실 야엘 알프라로(Yael Aflalo)가 2009년 로스엔젤리스 기반의 브랜드 ‘리포메이션’을 런칭했을 때, 회사는 첫 몇 년 동안은 리사이클 빈티지 의류와 팔리고 남은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지속 가능에 대한 언급은 “패션 소비자들과 공감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 전 PR 에이전시 조언에 따른 것이었다. 야엘 알프라로는 “잠깐 동안 나는 PR 에이전시의 조언을 귀를 기울여 들었다.”고 회상하며 이어 “하지만 우리는 소비자들의 지속가능 옵션에 대한 요구를 표현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에서 변화를 보았고, 아울러 식품 산업에서도 그 변화를 보았다. 그리고 우리는 패션이 그 다음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지속 가능이 당연히 꾸준히 행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지난 몇 년 동안 변화하고 있었고 변화를 계속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궁극적으로, 지속가능은 그와 같은 변화를 위한 매개체로서 새로운 브랜드가 될 수도 있다. 결국 지속가능은 기존의 것을 강제로 점검하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투명한 공급 체인을 구축하기 위한 신생 벤처기업이 훨씬 더 간단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더 많은 회사 설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복작한 기업은 지속 가능을 시도할 수가 없다. 확실히 커링과 아일린 피셔, H&M의 지속 가능에 대한 관심과 최근 움직임은 다른 기업들도 따르도록 영감을 주고 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지속 가능 패션도 이제 50%를 넘긴 셈이다.
우리가 매장에 만나는 완성품 옷은 먼저 섬유로부터 시작된다. 목화를 재배하는 과정에서 쓰이는 엄청난 양의 살충제, 그리고 제조공정에서 기계가 뿜어내는 탄소와 폐수들은 완성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옷의 숨겨진 이면이다.
아직도 끝난 것이 아니다. 과정은 계속된다. 옷감을 재단할 때 생기는 폐기물, 그리고 염색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물, 마지막으로 옷이 폐기 처리되면서 발생하는 각종 화학 물질들은 화려한 패션에 가려져 외면해 온 것이 현실이었다.
과연 패션이 지구 온난화와 이상 기후에 일조하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패션의 물 소비 또한 심각하다. 섬유는 직물제조와 염색 등 모든 공정을 포함, 전형적으로 물 집약적인 산업이다.
티셔츠 한 벌을 만들 때 사용되는 물의 양은 2,700리터에 달한다고 한다.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는다고 가정했을 때, 이미 1만 9000여 리터의 물을 소비한 셈이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히 멋을 내기 위한 가치 소비이지만, 옷을 위해 소비되는 자원과 오염되는 환경을 생각한다면 ‘옷’이 결코 ‘멋’으로만 인식하기엔 지구에게는 무척이나 미안한 일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쉴 새 없이 옷을 구매하지만 결국 입을만한 옷은 없는 게 현실이다. 옷장에 옷이 없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구입한 옷을 거의 입지 않고 버리는 일이 일상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섬유전문가 커스틴 브로더는 “패션은 점점 더 ‘버리는 것’으로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가 보는 패션은 이제 비닐봉투, 1회용 식탁보와 다를 바 없다.
이렇게 빠르게 소비하는 패스트 패션이 일상화되면서 올바른 소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유행을 따라가느라 저렴한 옷을 빠르게 소비하고 바로 버려 버리는 것이 지구 환경오염과 연결된다는 공감대가 커지면서 이제 섬유 폐기물은 전 세계적인 문제로 부상했다.
환경운동단체 그린피스 자료에 따르면, 쇼핑의 천국 홍콩에서는 매해 11만 톤의 섬유 의류가 폐기되고 있다고 한다. 선진국이라 불리는 독일에서 조차 옷장에 있는 약 52억 벌의 옷들 중 40%는 거의 입지 않거나 한 번도 입지 않는다고 한다.
버려진 옷들은 폐기 과정에서 각종 오염물질을 내뿜고 심지어 잘 분해되지 않아 오랜 기간 땅 속 생태계를 괴롭힌다. 대안을 찾는 작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재배과정에서 살충제 사용을 하지 않은 유기농 코튼은 지구와 함께 ‘지속가능한’ 대안 섬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궁극적인’ 해답은 아니다.
디자이너 아일린 피셔는 “유기농 코튼이 지속가능한 대안이기는 하지만 기존 면에 의해 상당히 고가”라며 “유기농 코튼은 여전히 많은 양의 물을 필요하고, 그것으로 만든 의류는 마찬가지로 화학물질로 염색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럼 지속가능 시대에 맞는 지각 있는 소비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은 “덜 사고, 낡은 옷은 다시 입는” 것이다. 먼저 패션계에 대해 더 배우고 지역에서 생산한 제품을 구매한다. 중고품을 애용하고 이름이 덜 알려진 디자이너 옷을 입는다.
최근에는 ‘양이 아닌 질’을 중요시하는 소위 ‘슬로우 패션’을 표방하는 브랜드들이 적지 않다. <월 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자디(Zady), 쿠야나(Cuyana), 에버레인(Everlane) 등의 소매업체, 신인 디자이너의 작품을 소량으로 선보이는 온라인 소매업체 오브 어 카인드(Of a Kind) 등은 제품 품목을 줄이고 홍보를 적게 하면서, 고급 원단과 양질의 제품, 공급원 및 제조에 있어 투명성을 강조하면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수년 전부터 “덜 사고, 낡은 옷은 다시 쓰자(Buy less, buy used)”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필요한 만큼만 사서 오래 입고 낡은 옷을 수선하거나 돌려 입자는 운동이다. 파나고니아는 오래 옷 입는 노하우를 소비자에게 알리는 한편, 헤진 제품을 본사로 보내 수선을 맡기면 10일 내에 수선해서 돌려준다.
입다가 물린 옷을 기부하거나 중고로 거래할 수 있는 사이트도 요즘 많이 생기고 있다. 제조업체가 환경 보호와 윤리적 패션을 실천하는 지속가능함에 빨리 승선시키기 위해서는 지구의 미래를 걱정하는 패션 소비자들의 집단 지성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다.
한편 지나치게 성적인 광고들, 공정 무역, 아동노동 착취, 자원낭비, 카피 소송, 지나치게 오르는 럭셔리 제품 가격 등 최근 들어 소비자들의 패션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여기에 럭셔리 산업의 종말론과 럭셔리 매출 하락이 현실화되면서 위기감은 날로 증폭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패션업계가 소비자에게 감추고 있는 사실 5가지를 <허핑턴포스트>가 공개했다. 정보 공유 차원에서 그 다섯 가지를 소개해 본다.
먼저 ‘유행에 뒤 처진다’는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다. 지금까지 패션업계는 관행적으로 두 시즌으로 나뉘어 봄/여름과 가을/겨울로 구분했다. 그러나 최근 패션계는 패스트 패션을 주도하는 SPA 브랜드를 중심으로 52개의 ‘마이크로 시즌’에 따라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 즉 매주 새로운 패션을 소개해 최대한 많은 횟수, 많은 양의 옷을 소비자들이 사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패스트 패션의 충격적인 비용> 저자 엘리자베스 클라인은 “스페인의 자라는 매주 두 번씩 새로운 물건을 만들고, H&M과 포에버21도 매일 새로운 옷이 도착하며, 영국의 탑샵은 매주 400개의 새로운 옷을 내놓는다. 이 같은 현실에서, 소비자들은 한번 밖에 입지 않은 옷이라도 그 다음 주면 이미 유행이 지나간 것처럼 느끼게 된다.”고 지적했다.
둘째, ‘세일’은 진짜 세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다. 알뜰한 패셔니스타라면 ‘티제이맥스’나 ‘마샬스’에서 유명 디자이너 의류를 건지는 것을 자랑으로 여긴다. 그러나 문제는 이 물건들이 실제로는 ‘무늬만 명품인’ 가짜일 확률이 높다. <맥시니스타의 신화> 저자 홀스타인은 “대부분의 사람이 아울렛 물건들이 백화점에서 팔던 정품이라고 착각하지만, 이런 옷들은 전혀 다른 공장에서 제조 된다.”고 주장했다. 아울렛 브로커들이 자신들이 만든 상품에 디자이너 라벨만 붙일 수 있게 디자이너와 흥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셋째, 납 같은 유해 화학물질이 옷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린피스와 같은 환경단체들은 임산부들에게 유해한 납 성분이 들어간 제품들을 수시로 감시한다. 엄마의 몸에 유입된 납 성분이 엄마의 뼈에서 태아로 옮겨가면 엄마와 아기 모두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납의 섭취는 여성의 불임 문제와도 연관되며, 심장마비, 뇌졸증, 고혈압에 걸릴 확률을 높인다.
환경건강센터에 따르면 웻 실(Wet Seal), 포에버21 등 패스트 패션 기업들은 수년 전 중금속 이용을 자제하겠다는 합의에 서명했으나 아직도 이들 매장에서 파는 구두와 벨트, 가방에는 법정기준치보다 높은 납 성분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농약, 살충제, 포르말린, 내연제 등 다양한 발암물질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넷째, 더 빨리 망가지도록 디자인한다는 점이다. 패스트 패션 브랜드의 공통점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익을 챙긴다는 것이다. 끊임없는 구매 욕구를 유발함으로써 작은 마진으로도 엄청난 양을 팔아 그 이익을 챙긴다. 박리다매로 만들어진 옷은 세탁기에 한 번만 돌려도 쉽게 망가진다.
이런 사실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냐고? 미국인 한 명이 일 년에 버리는 옷의 양은 기부를 하거나 중고품 상점에 파는 것을 제외하고도 무려 평균 68파운드에 달한다. 옷의 기본 성분이 주로 합성물질과 석유성 섬유질이므로 옷을 버리는 것은 수십 년이 걸려야 겨우 분해되는 쓰레기를 대량생산하는 것과 같다.
다섯째, 비즈나 장식물이 많은 옷은 아동노동 착취의 지표라는 점이다. <세상을 갉아먹는 패션?>의 저자 루시 시글은 “20~60%의 옷이 비정규직 노동자에 의해 만들어진다. 물론 스팽글이나 비즈를 부착하는 자동화 기계도 있지만 비싸기 때문에 열악한 저개발국가 봉제공장에서는 구입을 꺼린다.”고 주장한다.
특히 박리다매를 원칙으로 하는 패스트 패션 기업 입장에서는 가난한 지역에 사는 수백만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을 착취하는 쪽이 기계를 도입하는 것보다 훨씬 싸고 빠르기 때문이다.
정리 패션엔 유재부 기자
fashionn@fashion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