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억 한전 ERP 누구 품에..SAP vs 더존비즈온 맞대결 전망
10여년전 대거 구축된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클라우드 기반 차세대 ERP로 교체하는 대규모 공공사업들이 하반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특히 글로벌 1위 사업자 SAP와 국내 중견 IT기업 더존비즈과의 맞대결 구도가 형성돼 주목된다.
이 사업은 한전과 자회사들이 2006년 도입해 15년째 사용하고 있는 기존 ERP에 저장된 DB(데이터베이스)를 클라우드 기반 ERP로 모두 옮기고 기존 시스템과 연계하는 사업이다.
최근 10년 내 공공 ERP 사업 중 최대 규모로 평가되는 데 정부의 디지털 전환 기조와도 맞물려 있어 관심이 높다. 한전과 신설 자회사 한전MCS, 한전FMS, 한전CSC 등을 클라우드 환경에서 통합하는 것으로 단순히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문제는 SAP가 한전과의 소송전을 벌여왔다는 점. SAP는 한전이 계약된 인원 외에 추가비용을 내지 않고 ERP를 사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2016년 국제상업회의소(ICC) 국제중재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계약 주체가 한전이 아니라 한전의 IT 자회사 한전KDN이었다고 2018년 판시했다. 이후 양측은 2년여간 이견을 노출하며 갈등을 빚어왔는데, 최근 한전의 입찰공고 시점이 다가오자 SAP가 전격 소송을 취하하며 일단락됐다.
양측이 감정의 앙금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한전이 SAP의 오랜 고객사였고 익숙한 시스템인 만큼 SAP가 유리한 고지에 있다는 평가도 없지않다. 특히 해외 에너지 자회사가 많은 한전으로서는 지난해 삼성전자 등 국내 다국적 기업이 차세대 ERP '에스포하나(S/4 HANA)'를 도입한 레퍼런스(사업 이력)도 참고할 만한 요소다.
또다른 변수는 더존비즈온의 부상이다. 더존비즈온은 최근 3년 간 SAP를 무서운 속도로 추격해왔다. 최근 글로벌 IT 전문 시장조사업체 IDC의 국내 ERP 시장 점유율 조사에서 더존비즈온은 지난해 말 기준 SAP와 시장점유율 격차를 10%포인트로 줄인 20%까지 성장했다. 더존비즈온은 2018년부터 3년 동안 매년 1%포인트씩 점유율을 높여온 반면 같은 기간 SAP 점유율은 34%에서 지난해 30%로 4%포인트 감소했다.
더존비즈온이 이미 에너지 공기업의 차세대 ERP 사업 수주 전력이 있다는 점도 유리한 지점이다. 더존비즈온은 지난해 한국가스기술공사 차세대 ERP 사업을 수주해 자사 제품 'ERP10'을 구축하고 있다. SAP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토종 ERP'라는 한계를 극복해야하는 것은 숙제다. 한전의 해외 에너지 사업 의지를 고려하면 해외 레퍼런스가 적은 더존비즈온이 SAP를 넘어설 장점과 비교우위를 선보여야한다.
한전 관계자는 "SAP는 물론 모든 사업자에게 입찰 기회는 열려있고 국산 ERP 도입도 신중하게 고려 중이라 종합적으로 판단한 뒤 RFP를 발송할 계획"이라며 "제품 품질이 괜찮은지를 최우선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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