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고래'가 살던 세계 최대 호수는 어떻게 사라졌나

조홍섭 2021. 6. 9.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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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대 마이오세 말 여태까지 지구에서 알려진 가장 큰 호수가 동유럽과 서아시아에 걸쳐 펼쳐졌다.

파라테티스해로 불리는 이 거대 호수엔 돌고래만 한 미니 수염고래 등 독특한 동물이 살았지만 결국 말라붙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파벨 골딘 우크라이나 슈말하우젠 동물학 연구소 연구원은 "호수에는 색다른 고유동물이 살았는데 지구 역사에서 가장 작은 고래와 돌고래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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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지각변동으로 바다 막혀 남한 28배 면적 호수 형성
35만년 간 건기와 둑 터져 흑해와 카스피해로 남아
지상 최대 호수였던 파라테티스호의 최대 수위였을 때 범위를 현재의 지형에 표시한 지도. 지구 위 모든 호수 저수량의 10배가 넘었다. 단 팔쿠, 위트레흐트대 제공.

신생대 마이오세 말 여태까지 지구에서 알려진 가장 큰 호수가 동유럽과 서아시아에 걸쳐 펼쳐졌다. 파라테티스해로 불리는 이 거대 호수엔 돌고래만 한 미니 수염고래 등 독특한 동물이 살았지만 결국 말라붙었다.

단 팔쿠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지질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파라테티스해가 네 차례에 걸친 장기간의 건조화로 사라진 지질학적 과정을 밝혔다.

신생대 마이오세 말 당시의 지형과 파라테티스해 위치. 단 팔쿠 외 (2021) ‘사이언티픽 리포츠’ 제공.

이 거대 호수가 탄생한 것은 약 1200만년 전으로 당시 유럽의 모습은 현재와 많이 달랐다. 영국은 대륙과 붙어 있었고 이탈리아는 작은 섬들로 흩어져 형체가 없는 상태였다.

대륙이동과 조산운동으로 알프스와 카르파티아 산맥 등에 의해 바다가 가로막히면서 파라테티스해가 탄생했다. 알프스 동쪽에서 카자흐스탄에 이르는 남한의 28배에 이르는 이 호수는 담수와 기수, 염수가 지구의 모든 호수에 담긴 물을 합친 것보다 10배 이상의 물을 가두었다. 면적은 현재의 지중해보다 컸다.

500만년 동안 바다와 떨어진 이 호수에는 고유한 동물이 많이 살았다. 그 가운데는 호수에 적응해 왜소화한 수염고래도 포함된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파벨 골딘 우크라이나 슈말하우젠 동물학 연구소 연구원은 “호수에는 색다른 고유동물이 살았는데 지구 역사에서 가장 작은 고래와 돌고래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파라테티스호에 살다 멸종한 미니 수염고래 세토테리움 리아비니니의 골격 화석과 사람과의 크기 비교 상상도. 단 팔쿠 외 (2021) ‘사이언티픽 리포츠’ 제공.

이 호수에 살다 멸종한 수염고래인 세토테리움 리아비니니는 길이 3m로 돌고래 크기였다. 수염고래는 대왕고래 등 지구에서 가장 큰 동물을 아우르는 동물군이다.

호수는 안정적이지 않고 기후변화에 따라 장기간에 걸쳐 큰 부침을 겪었다. 강우량이 많은 시기에는 호수의 면적이 최대로 넓어졌지만 건기가 지속하면 지금의 흑해 등 일부에만 소금호수가 남고 나머지 방대한 유역은 초원 등으로 바뀌었다.

파라테티스호가 최대로 확장했을 때(맨 위)와 가장 수축했을 때(가운데), 중간 상태일 때 모습. 단 팔쿠 외 (2021) ‘사이언티픽 리포츠’ 제공.

연구자들은 “퇴적층 조사 결과 이 호수에는 4차례의 대규모 건기가 찾아왔다”며 “765만년 전부터 790년 사이 네 번째 건기는 특히 심해 수위는 최고치에 견줘 250m나 낮아졌다”고 밝혔다. 호수에 적응해 진화한 고유동물들은 건기에 치명타를 입었다. 흑해는 거의 생물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바뀌었다. 팔쿠는 “지금의 아랄해가 마르면서 벌어진 재앙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며 “그러나 그 규모는 수백 배 컸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불가리아의 흑해 해안 절벽은 고대 파라테티스해가 말라붙었을 때 형성된 잔해이다. 단 팔쿠 제공.

물속에 살던 동물에게는 재앙일지 몰라도 수위가 낮아져 드러난 초원은 아시아의 포유류가 아프리카로 이동하는 통로 구실을 했다. 연구자들은 “건조화와 함께 호수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중앙의 염수호와 주변의 염도가 낮거나 담수호가 산재한 형태가 됐다”며 “새로 드러난 육지는 숲과 초원 벨트가 돼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고 동물이 동서로 이동하는 통로가 됐다”고 논문에서 설명했다.

파라테티스호가 마르면서 아시아의 포유동물이 아프리카로 이동해 오늘날 사바나 생태계의 모습을 결정했다. 찰스 샤프,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당시 육지로 드러난 프로테티스호 남쪽을 통해 아시아에서 기린과 코끼리의 조상이 아프리카로 이동했다. 오늘날 아프리카 사바나의 동물 생태계 모습을 결정한 것은 거대 호수의 종말이었던 셈이다.

프로테티스호는 약 680만년 전 호수 남서쪽 현재의 에게해 근처에서 둑이 허물어지면서 지중해로 물을 잃고 사라졌다. 거대한 호수의 흔적은 흑해와 카스피해에 남아 있다.

인용 논문: Scientific Reports, DOI: 10.1038/s41598-021-91001-z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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