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만에 노조 부활한 한글과컴퓨터.."극소수 위한 돈잔치에 행동"(종합)

송화연 기자 2021. 3. 23. 17:24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글과컴퓨터 노동조합 '행동주의' 출범..노조원 100명 확보
"내부 업무문화와 노동환경 퇴보..포괄임금제 폐지하라"
김상철 한글과컴퓨터그룹 회장 © 뉴스1

(서울=뉴스1) 송화연 기자 = "한글과컴퓨터는 최근 수년간 업무 문화와 노동 환경이 퇴보해 왔습니다. (중략) 구성원들의 이 모든 노력은 개개인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아니라 극소수를 위한 돈 잔치로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행동합니다." (한글과컴퓨터 노동조합 출범선언문)

국내 1세대 IT기업 '한글과컴퓨터' 노동조합(노조)이 17년 만에 부활했다. 회사가 지속적인 흑자에도 고용 불안 분위기를 조성하고, 직원들을 열악한 근로환경 속에 몰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17년만에 노조 부활한 한글과컴퓨터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한글과컴퓨터 지회(노조명 '행동주의')는 23일 노조 설립 선언문을 발표하고 출범을 알렸다. 지회는 현재 100여명의 노조원을 확보했다.

한글과컴퓨터 노조 측은 "최근 수년간 업무 문화와 노동환경이 퇴보해왔다"며 "매년 그 강도를 높이기만 했던 매출 압박을 달성하기 위해 불가능에 가까운 일정에 따라야 했고, 포괄임금제라는 미명 하에 대가 없는 야간 근로를 강요받아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충분한 보상없는 주말 근무로 한 주를 마무리해야만 했다"며 "구성원들의 이 모든 노력은 개개인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아니라 극소수를 위한 돈 잔치로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한글과컴퓨터 노조 측은 출범을 선언하며 Δ투명하고 시스템화된 정당한 평가와 승진 및 인사 확보 Δ수평적 합의와 신뢰를 바탕으로 조직 전체의 발전 도모 Δ포괄임금제 폐지 등을 약속했다.

김기홍 한글과컴퓨터 노조 지회장은 "익명 게시판에서가 아니라 당당하게 한컴인(人)의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며 "자유, 책임, 존중, 소통의 가치와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위해 함께 해달라"고 당부했다.

◇"판교 IT업계 처우개선 바람…중소 IT업계는 제자리걸음"

한글과컴퓨터 노조는 지난 2001년에도 설립된 바 있다. 노조는 2004년 자진 해산을 결의하고 직장협의회로 전환했다. 이직률이 높고 개인 성과주의가 강한 벤처회사의 특성상 노조를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는 조합원의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다.

그러나 최근 사측이 일부 직원을 대상으로 권고사직을 진행하면서 불안정한 고용환경이 지속되자 내부에서는 노조의 필요성을 제시하는 목소리가 커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글과컴퓨터 노조원은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회사가 비공식적으로 권고사직을 진행해왔다. 지난 1일에 조직 개편이 있었는데 한컴 오피스 개발실 전체가 연구개발 소속이었다가 사업부서 소속(영업본부장 아래)으로 옮겼다. 한컴 오피스 자체가 5년 내 없어질 수 있겠다는 위기감이 내부적으로 조성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이찬진 창업자가 한컴 오피스를 마이크로소프트(MS)에 넘기려는 걸 국민이 막았던 사례가 있지 않나. (최근 회사 내부 분위기는) 직원들이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앞서 이찬진 한글과컴퓨터 창업자는 지난 1998년 외환 위기 직후 회사를 MS에 매각하려 한 바 있다. 당시 국민들은 토종 프로그램(아래아한글)이 외산 기업에 의해 사라진다는 데 분개하며 '아래아한글 살리기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그 결과, 양사의 인수합병은 무산됐다.

아래아한글은 김상철 회장이 지난 2010년 한글과컴퓨터를 인수하면서 다시 한번 도약을 노렸지만 사실상 MS 오피스에 밀려 크게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회사는 신사업으로 새로운 활로를 찾아 손대는 사업마다 잇따른 '대박'을 터트리고 있다. 한글과컴퓨터는 지난 2018년부터 매년 1000억원 규모로 성장하며 3년 연속 앞자리 수를 갈아치웠다.

지난해 한글과컴퓨터가 창사 이래 최초로 연 매출 4000억원대를 돌파한 가운데, 지난 1일 내부 직원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조직개편까지 이뤄지면서 '회사가 기존 직원 챙기기는 뒷전'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최근 판교 IT 업계를 중심으로 '우리 직원 챙기기'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중소 IT 기업은 이렇다 할 노동환경 개선안과 보상안을 내놓지 않으면서 한글과컴퓨터가 변화의 신호탄을 쐈다 는 분석도 나온다.

한글과컴퓨터 노조 측은 "지속적인 흑자에도 불구하고 IT업계의 흐름과는 정반대로 고용불안과 열악한 근로조건에 있다"면서 "최근 포괄임금제 폐지 흐름과는 다르게 여전히 존재하며 워라밸이 존재하지 않았다"며 "노조는 사측에 단체교섭을 요청해 조합원들의 고충사항과 복지, 고용안정 등을 위해 단체협약을 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글과컴퓨터가 공개한 2020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김상철 사내이사(한글과컴퓨터그룹 회장)는 지난해 회사로부터 총 10억1100만원을 수령했다. 김 사내이사는 지난해 급여 8억3100만원, 상여금 1억7900만원을 받았다.

hwayeo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