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자동차에 대한 관심, 특히 정비에 관심을 갖는 분들이 늘어나면서 카센터 또는 공업사에 방문하지 않고 필요한 부품을 직접 구입해 정비하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인터넷, 온라인 발달로 인해 자동차에 대한 정보 습득 및 공유가 쉬워졌다는 부분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그러나 차량을 직접 정비하는 일은 사실 말처럼 그리 쉽지 않습니다. 관련 지식도 쌓아야 할 뿐만 아니라 경험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솔직히 자가 정비로 아끼는 수리비보다 자신의 인건비와 시간 등등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을 더 투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내 차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차라리 자가 정비는 포기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자동차 자가 정비가 현실적으로 어디까지 가능한지 그 가능 범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차량의 모든 부분을 정비하기 위해서는 법이 요구하는 기준에 부합하는 자동차 정비시설 등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여기엔 차고나 각종 장비도 물론 포함되며 기술인력도 들어갑니다. 기술인력이란 자동차 정비기사 2급 또는 기능사 2급 이상의 자격을 갖춘 자를 말하며 정비요원 규모에 따라 그 수가 결정되기도 합니다.
이런 걸 갖추지 못했다면 2019년 개정된 자동차 관리법 시행규칙 '별표 9'에 따라 자동차 정비 가능 범위는 제한됩니다.

법에서 정한 자동차 정비시설 등을 갖추지 못한 분은 원동기의 에어클리너 엘리먼트와 머플러 교환, 윤활장치(오일펌프 제외), 연료장치(디젤 분사펌프, 가스용기 제외) 점검이 가능합니다.
또한 동력 장치의 오일 보충과 교환, 액셀러레이터 케이블과 클러치 케이블 교환이 가능하며 제동장치 중에는 오일 보충과 교환, 브레이크 호스와 페달 및 레버, 브레이크라이닝 교환 정비가 허용됩니다.

그 외 허브 베어링(브레이크라이닝 교환 작업 시엔 허용)을 제외한 주행장치, 다른 장치와 분리된 쇼크업소버, 전기 장치(전조등, 속도 표시등, 고전 원전 기장치 제외), 차내 설비(안전벨트 제외) 점검, 차체 점검(판금 도장, 용접 제외), 섀시 각부 급유 및 세차를 할 수 있습니다.

정비업 등록을 하면 자동차 정비에 관련된, 모든 항목에 대해 자가 정비를 할 수 있습니다. 법이 정한 자동차 정비시설을 갖추고 자기 차량을 정비하고자 할 때는 지자체에 정비업 등록을 완료한 다음 진행하면 됩니다.
정비업 등록은 시. 군. 구청에 등록해야 하는데 신청서(자동차 관리사업 등록 신청서)를 접수할 때 사업장 토지이용계획, 사업장 위치도 및 평면도, 시설 일람표 및 예정 배치도, 사업 계획서, 법인등기부 등록 등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2019년 개정된 자동차 관리법 시행규칙 제132조를 보면 정비업 제외사항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일반 운전자가 이를 참고해 자가 정비를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세차와 오일의 보충 및 교환, 에어클리너 엘리먼트 및 필터류 교환, 배터리, 전기배선, 전구 교환(전조등과 속도 표시등은 제외), 기타 전기 장치(고 전원 전기 장치 제외), 냉각장치(워터펌프 제외), 타이어(휠얼라인먼트 제외) 점검 및 정비, 판금 도장 및 용접이 수반되지 않는 차내 설비 및 차체 점검과 정비(범퍼, 보닛, 문짝, 휜다 및 트렁크 리드 교환 제외)가 가능합니다.
단 이 중에서 튜닝 승인 대상이 되는 작업은 정비업체에 맡겨야 합니다.

법에서 허용을 하더라도 세차, 타이어 공기압 보충, 워셔액 보충, 와이퍼 교체, 에어컨 필터 교체 등 누구나 할 수 있는 소모품 점검과 교환 정도가 아니라면 자가 정비에 본격적으로 도전하기엔 제약이 너무 많습니다. 일단 관련 설비와 고가의 장비가 필요할 수 있으며 자가 정비에 따른 책임도 져야 합니다.

엔진오일 점검은 누구나 간단하게 할 수 있지만, 막상 교환을 하려고 하면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하게 됩니다. 분명한 건 이런 것들이 건강상 유해하고 주변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는 유해 물질로 분류되어 있어 집에선 함부로 버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환경법에 의거, 무단으로 폐유 버리는 것은 명백한 불법 행위인 만큼, 폐유는 반드시 전문 위탁업체, 폐기물처리 업체를 통하여 처리해야 합니다. 오일이 묻은 필터 등도 다르지 않습니다. 폐유 처리에 대한 부담 때문에 제품은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지만 결국 정비업체를 방문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타이어 인치업만 하더라도 차량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어 결국 파워 트레인까지 손봐야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자가 정비도 다르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누구나 할 수 있는 간단한 배터리 점프조차 제대로 된 절차를 지키지 않아 고전압이 발생하는 순간 자칫 전자장치 전체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즉, 자가 정비에 따른 모든 문제 발생 가능성을 커버할 수 없다면 이후 상당히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신차 구매의 특혜이자 장점 중 하나인 무상 보증수리 기간이 남아있는 상태라면, 보증수리 관련 부품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보증수리를 받는 과정에서 임의로 수리 또는 손댄 흔적이 발견될 경우, 차량에 대한 고장 문제가 아닌 운전자 부주의 및 잘못으로 처리되어 경우가 있어 보증수리 혜택을 보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보험처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고가 났을 때 자가 정비 이력이 있고 그로 인한 사고라면 되려 사고 책임을 모두 떠안게 될 수도 있습니다.

여기까지 자가 정비와 관련된 현실적인 제약들을 살펴봤습니다. 요즘엔 셀프 정비소도 운영 중이라고 하는데요. 그래서 과거보단 장비를 구하고 이것저것 시도해보는데 불편이 덜한 환경이 갖춰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말 그대로 자가 정비는 자기 시간을 충분히 투자해야 할 뿐만 아니라 부품 구입 등 금전적인 여유도 필요하기 때문에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증상을 파악하고 점검을 하는 정도에 그치는 것입니다.
그리고 믿을 수 있는 정비기사의 도움을 받아 간단한 건 직접 시도해보고 복잡한 수리 및 정비는 맡기는 것이 최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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