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어보' 보고 이준익 감독에게 연락한 이제훈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이하 '무브 투 헤븐')에 조상구(이제훈)는 건들거리는 걸음걸이에 거침없는 말본새로 등장한다. 촌스럽게 기른 머리에 껄렁한 상구의 뒷모습만 보면 이제훈을 선뜻 떠올리기 어렵다. 강직하고 순수한 청년 혹은 과묵한 리더나 외로운 아웃사이더의 어둠이 짙게 드리운 게 우리가 익히 아는 이제훈이 아니던가. 


다분히 능글맞게 등장한 이제훈은 이내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상구의 비밀을 옷깃 사이로 슬쩍 내보인다. 사실 이제훈이 맡았던 역할들은 시놉시스에 한 줄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인물이 대부분이었다. 침착한가 하면 서툴고, 이타적인 줄 알았지만 이기적인 선택을 하는. 보통의 사람들을 이제훈의 방식대로 표현해왔다. 이번에 그는 죽은 사람들의 집을 청소하고 남은 물건을 정리하는 유품정리사를 연기한다. 세상에 흔한 죽음은 없고, 누구나의 삶은 유일하다고 말하는 휴먼 드라마 '무브 투 헤븐'의 배우 이제훈을 인터뷰했다. 

Q.

드라마에 다양한 죽음이 등장한다. 그루는 죽은 사람이 머물던 공간을 청소하면서 그들의 마지막 이야기를 조용히 경청한다. 세상에 그 어떤 죽음도 가볍지 않다는 걸 말하는 드라마인 것 같다. 매회 죽음에 얽힌 에피소드가 다른데 특히 기억에 남는 게 있나?

A.

산업재해로 인한 죽음, 데이트 폭력, 고독사, 해외 입양 등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해외 입양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다. 이에 대해 자세히 말하면 스포일러가 될 테니 시청자들이 드라마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이 드라마에 진정성 있게 녹아들어 있다. 작가님이 사전 조사를 거쳐 디테일하고 조심스럽게 준비했다는 게 느껴졌다. 

Q.

최근 2년 사이 거의 쉬지 않고 작품을 선보였다. 힘들진 않나? 

A.

솔직히 힘든 부분이 있다. 1, 2년간 휴식 없이 바삐 달려왔는데 생각해보면 배우로 10년 정도 일하면서 오래 쉰 적이 없다.(웃음) 무엇이 나를 이렇게 계속 연기하게 만들까 떠올려보면 결국 좋은 작품인 것 같다. 좋은 시나리오가 앞에 있으면 쉬기보다는 그걸 하고 싶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 때도 있지만 훌륭한 작품을 만나면 많이 위로받는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부분까지도 배운다. 

'무브 투 헤븐' 스틸

Q.

전작에서는 또래 배우나 선배들과 출연한 경우가 많았는데, '무브 투 헤븐'에서는 현장에서도 선배였다. 이전에는 따라가거나 보조를 맞춰야 했다면 이번에는 책임감 있게 이끌어야 할 때도 있었을 텐데. 

A.

예전에는 연기에 몰입만 잘 하면 됐는데, 이제는 주변을 살피면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된다. 사람들이 얼마나 좋은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지 보게 되더라. 함께하는 사람들이 즐겁게 일했으면 좋겠다. 환경에 어려움이 있다면 내가 목소리를 내는 게 빠르니까, 될 수 있으면 그런 부분을 개선하려고 한다. 

Q.

그 때문인지 유머에 대한 노력도 있는 것 같다. 예능 프로에 출연하면 과거에 비해 적극적으로 웃기려고 한다.(웃음)

A.

현장에서도 의사 표현을 많이 하려고 하는데, 유머 스킬이 부족하다는 것이 내 문제다.(웃음) 주변 사람들을 재미있게 해주고 싶은데 아직은 유효타가 적다.(웃음) 여러 개 던지면 몇 개 웃길까 말까 한다. 예능 프로에서도 베테랑 MC들이 말씀하시면 맞받아치는 등 노력한다. 예전에는 ‘이런 말을 해도 괜찮을까?’ 하고 고민했는데 솔직하게 표현해보니까 귀엽게 봐주시더라.(웃음)

Q.

데뷔작 '파수꾼'과 '건축학개론'의 이미지 때문에 이제훈이라는 이름 앞에는 ‘소년미’라는 수식이 자주 붙었다. 최근에는 범죄 수사물에 출연하면서 남성적인 이미지가 더 강해졌는데, 이런 선택도 의도한 부분인가? 

A.

의도한 부분은 없다. '파수꾼'을 하면서 교복을 입은 모습이 필모그래피에 남은 건 감사한 일이다. 소년미에 대해 말씀해주시는 건 본연의 외모 영향도 있는 것 같다. 더 늦기 전에 그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또 할 수 있으면 좋겠다.

Q.

영화광으로도 유명하다. 영화제에 다니면서 영화를 챙겨 보고, 극장에서 자주 목격되기도 했다. 최근 본 영화 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과 배우의 연기가 궁금하다. 

A.

최근 극장에서 '미나리'를 봤는데, 한예리 배우의 연기가 기억에 남는다. 한예리 배우랑 친구인데, 타국에서 굉장히 어렵게 촬영했는데도 대단하고 훌륭한 연기를 보여줘서 존경스럽다. 그런 작품에 출연했다는 사실도 부럽고 한예리 배우에 거는 기대도 더 커졌다. 그리고 '자산어보'를 보면서 변요한 배우가 부러웠다. 좋은 사람들과 행복하게 작업한 모습이 흑백영화로 구현되었다는 사실이 너무나 부럽더라. 그래서 이준익 감독님께 “어떤 작품이어도 좋으니까 나중에 저도 꼭 불러달라” 연락도 드렸다.(웃음) 

사진제공. 넷플릭스


전문은 빅이슈 251호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