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 연매출 달성하는 독특한 일본 서점

도쿄 시부야 역에서 내린 뒤 한참을 걸어 올라가면 서점인 듯 아닌 듯한 공간을 만날 수 있다. 책과 잡지뿐 아니라 음반, 영상 콘텐츠, 커피, 음식, 자전거 등 모든 것을 팔고 있는 '다이칸야마 츠타야 T-site'점이다. 3개의 건물이 이어져 있는 형태의 이 서점은 독서 뿐 아니라 쇼핑, 문화, 휴식과 사교, 여행의 경계를 허물어버렸다. 서점의 고객층 또한 청년층에서 노년층까지 폭 넓게 이뤄진 점이 특징이다. 오프라인 서점들이 속속 문을 닫을 정도로 불황인 환경에서 츠탸야 체인은 현재 일본 내 1400개 매장, 연 매출 2조 원, 회원수 6000만 명의 일본 최고 복합문화공간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연 매출 2조원 이상을 올리는 츠타야(蔦屋)의 비결은 무엇일까

출처: 다이칸야마 티사이트(T-site) 공식 홈페이지

책에서 라이프 스타일로 가치 확대

일본 최대 규모의 문화 기획사로 자리매김한 츠타야서점도 처음에는 동네 책방으로 시작했다.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CCC)의 마스다 무네아키가 책이 아닌 라이프스타일을 팔고, 고객의 취향을 설계해주는 공간을 만들어보자며 1983년에 세운 서적 판매, 영화-음반 대여 사업이 그 출발점이다. 지금은 3가지 카테고리를 한 공간에서 접하는 것이 너무 당연해졌지만 당시에는 매우 파격적인 시도였다. 마스다 무네아키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와 장소를 제공하고자 3가지 카테고리를 하나로 엮었다. 고객들이 찾고자 하는 라이프 스타일의 샘플이 책, 음악, 영화에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마스다 무네아키의 이런 정신은 츠타야의 독특한 큐레이션 시스템에서도 드러난다. 프랑스 파리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일반적인 서점에서는 '여행' 코너로 가서 파리 여행 가이드북을 집어들 것이다. 그러나 츠타야에서는 책의 카테고리와 상관없이 파리와 관련된 영화, 소설, 음악 등을 한 곳에 모아서 진열한다. 라이프스타일과 관련이 있다면 상품을 함께 배치하기도 한다. 소설, 에세이, 역사 등의 단순 분류가 아니라 장르와 관계없이 관심사를 기준으로 진열하는 것이다.

출처: 다이칸야마 티사이트(T-site) 공식 홈페이지

'고객의 기분'으로 바라보라

출처: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CCC) 공식 홈페이지
(츠타야에서는 책과 커피를 함께 즐길 수 있다)

마스다 무네야키의 또 다른 성공 레시피는 '고객의 기분'을 끊임 없이 생각했다는 데에 있다. 점심의 기분은 어떻고, 저녁의 기분은 어떤지 고객이 되어 생각하는 것이다. 역에서 매장까지 대학생의 기분으로, 때론 노인의 기분으로 수차례 걷기도 했다. 이런 노력 끝에 2003년 서점에 카페 기능을 더한 도쿄 롯폰기점이 등장하면서 츠타야가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책과 커피를 함께 즐길 수 있게 되자 츠타야는 젊은 세대가 즐겨 찾는 문화 공간이 되었다 .

출처: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CCC) 공식 홈페이지
(츠타야 다이칸야마점)

뒤이어 2011년 개점한 도쿄 다이칸야마점 ‘티사이트(T-SITE)’를 기획할 때에도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했다. 바로 앞 카페에서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을 쭉 지켜본 결과 반려동물을 키우고 부유해 보이는 고령자가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곧바로 60세 이상 시니어들을 위한 편의 시설에 비중을 두었다. 레스토랑과 애견용품점, 자전거 전문 매장 등을 운영하고 택시 승강장도 별도로 만들었다. 서점도 건강과 종교, 철학, 여행 등 시니어들의 관심사와 관련된 책들로 구색해 그들의 만족감을 높일 수 있도록 했다. 시니어들의 활동 시간을 고려해 영업시간도 오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까지로 정했다. 하루 종일 티사이트가 제안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츠타야 가덴)
출처: 각 사 공식홈페이지
(츠타야 컨디셔닝)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한다는 츠타야의 정신은 범위가 확장되고 타깃이 바뀌면서 다양하게 구현되고 있다. 2015년에는 도쿄 후타코타마가와에 ‘라이프 스타일을 파는 가전판매점’인 ‘츠타야 가덴’을 오픈했고 2017년에는 기존 츠타야 매장이었던 사쿠라신마치라는 매장을 리뉴얼해 요가와 운동을 할 수 있는'츠타야 컨디셔닝'을 선보였다.

마스다 무네아키패는 새로운 매장을 만들 때마다 ‘고객의 기분’으로 현장을 수없이 살피고 다양한 질문을 던지며 획기적인 지적 공간을 탄생시켰다.

인터비즈 이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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