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저보고 '몸에 케첩 흐르는 것 같다'고 그래요"
글로벌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인 맥도날드(McDonald’s)는 전 세계 120개 국가에서 3만70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매일 6900만명이 맥도날드를 찾는다. 한국맥도날드는 전국 4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하루 평균 방문 고객수는 약 38만명이다. 한국에서 일하는 약 1만5000명의 맥도날드 직원 중에서도 목포석현DT점 이연서(31) 점장의 이력은 특히 눈에 띈다. 이 점장은 맥도날드가 한국에 처음 진출한 1988년 태어났다. 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직후인 2006년 12월 맥도날드 크루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이후 지금까지 맥도날드에서 근무한 기간을 다 합하면 10년에 이른다.
이 점장은 2013년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을 때도 현지 맥도날드에 새로 취직해 6개월간 크루로 일했다. 브리즈번시티 밀튼 지역에 있는 맥도날드에서 카운터와 맥드라이브 업무를 맡았다고 한다. 호주 맥도날드에는 갓 입사했지만 이미 한국에서 수년 간 업무를 익혔기 때문에 적응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고 한다. 이 점장은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귀국한 후 다시 맥도날드에 재취업해 매니저를 거쳐 작년 9월 점장으로 승진했다. 이 점장에게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맥도날드 목포석현 DT점 점장으로 일하고 있는 이연서입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직전인 2006년말부터 맥도날드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고, 대학을 다니면서도 꾸준히 맥도날드에서 일했습니다.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가기 위해 잠시 일을 그만 둔 적이 있습니다만, 귀국 후 재입사 해 작년부터 점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식품안전을 책임지고 관리하고, 레스토랑 운영 전반을 담당하는 일이 아직 쉽지 않아 지금도 열심히 배우며 일하는 중입니다.”
-호주에서도 맥도날드 크루로 근무했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호주 퀸즐랜드주 브리즈번시티 밀튼 지역의 맥도날드 매장에서 크루로 6개월간 근무했습니다. 이 매장은 브리즈번 지역 내 맥도날드 매장 중에서도 매출 1위를 달성하기도 한 큰 매장입니다. 어학원을 다니며 늘 생각했던 게 호주의 맥도날드도 경험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해외여행을 나가면 현지 맥도날드를 항상 들려보곤 했는데, 메뉴나 직원 유니폼, 장비같이 눈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것 이외에 현지 맥도날드에서 직접 근무하며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무엇인지 꼭 경험해 보고 싶었습니다.”
-호주 맥도날드에 취직한 과정을 좀 더 설명해주세요.
“호주 어학원에서 영어를 어느 정도 익힌 후 언어에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어학원 졸업을 앞두고 호주 맥도날드에 온라인 지원을 했습니다. 얼마 후 숙소에서 기차로 5분 정도면 갈 수 있는 맥도날드 매장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는 답장이 왔습니다. 면접 장소에 도착하니 영화배우 조셉 고든 레빗을 닮은 매니저님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면접을 위해 ‘맥도날드에 지원하게 된 동기’, ‘얼마나 일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예상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해 갔습니다만, 예상한 질문들은 전혀 받지 못했습니다. ‘호주에서의 생활은 어떤지’, ‘자격증 공부는 어떤지’ 등 일상적인 이야기부터 ‘호주와 한국맥도날드 간의 차이’ 등을 물었습니다. 면접이라기 보단 즐거운 대화를 나눈 느낌이었습니다.”
-한국맥도날드에서의 경험이 호주에서 일하는데 도움이 되던가요.
“한국맥도날드와 호주 맥도날드는 일부 장비와 메뉴, 가격 등을 제외하고는 일하는 시스템이 놀라울 정도로 동일합니다. 때문에 호주에서도 바로 업무에 투입될 수 있었고, 그 시간대의 신입 크루를 제가 교육해주는 색다른 경험도 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총 150명이 넘는 매장 직원 중 유일한 한국인이었고, 많은 한국인 손님들이 ‘호주 맥도날드 매장에서 한국인 직원을 만나게 될 줄 몰랐다’며 반가워하셨습니다.”
-호주 맥도날드에서 겪었던 에피소드 중 기억에 남는게 있다면요.
“제가 근무한 매장의 바로 옆에는 썬콥 스타디움이라는 대형 경기장이 있었습니다. 국가대표 축구 경기나 각종 스포츠 게임이 열리기도 하고 슈퍼스타의 콘서트가 열리기도 하는데, 에미넴과 테일러 스위프트의 콘서트가 열렸던 날이 기억납니다. 콘서트 내내 맥드라이브 창문 너머로 노랫소리가 들려 같이 일하던 크루들과 함께 매장에서 노래를 흥얼거렸습니다. 너무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콘서트가 끝나자 마자 밀려든 고객들로 매장 로비는 초토화가 되었고, 정리를 하느라 쓰레기 봉투만 8장을 사용했습니다.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호주 맥도날드 직원들이 현지생활에 적응하는데 도움을 주던가요.
“첫 면접을 봤던 날, 매니저가 저를 매장 안으로 데려가 근무하고 있던 모든 직원들을 직접 소개해주었습니다. ‘이 친구는 한국 맥도날드에서 매니저로 근무했었대, 이제 곧 우리 매장에서 만나보게 될거야’라며 저를 소개해 주기도 하고 “이 친구는 우리 매장에서 몇 년째 근무하고 있어. 그릴에서 엄청 빨라서 손이 안보일 정도이니 기회가 되면 구경해봐”라며 다른 직원을 제게 소개해 주기도 했습니다. 혹시 인종차별을 당하진 않을까, 영어가 능숙하지 않다고 놀림을 받지는 않을까 걱정도 있었는데 매니저들과 크루들의 많은 배려 덕분에 근무 기간 내내 즐거웠습니다. 현지인들만 알 수 있는 맛집, 카페 정보들을 알려주기도 하고 지역 커뮤니티와 축제 정보들을 소개해주기도 했습니다.”
-호주 맥도날드에서 진행하는 캠페인이나 서비스 등은 무엇이 있나요.
“호주 맥도날드는 맥카페 플랫폼이 매우 강화되어 있습니다. 케이터링(출장 연회)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맥해피데이’로 지정한 날에는 전 매장에서 어린이 고객들을 위해 전 직원이 코스튬 복장을 입고 다양한 기념품을 팔아 수익금을 기부합니다. 또한, 매번 같은 시간에 방문하여 같은 메뉴를 주문하는 단골 고객에게는 꼭 일상적인 대화를 건네는 문화도 인상 깊었습니다.”
-호주 맥도날드에서 일하며 아쉬운 점은 없었나요.
“호주는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한국보다 강한 듯합니다. 내가 한가할 때 바쁜 사람을 도와주는 지원 업무에 대한 개념이 없는 것 같아 한국맥도날드의 강력한 팀웍이 그리울 때가 있었습니다.”
-호주 맥도날드 메뉴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호주 맥도날드는 맞춤형 서비스가 아주 잘되어 있습니다. 소스부터 양상추, 치즈, 패티 그 외에 다양한 토핑을 추가하거나 제외할 수 있습니다. 일반 햄버거를 시키는 고객들도 많지만, 샌드위치 전문점처럼 자기 입맛대로 골라 햄버거를 주문하는 고객들이 매우 많았습니다.”
-귀국 후에도 다시 맥도날드 입사를 택했습니다.
“한국으로 다시 돌아와 재취업을 준비했습니다. 학원강사, 교육청 행정대체인력, 어학원과 유학원에서 근무를 했던 적도 있습니다. 다양한 업무를 접하면서도 계속 맥도날드에서 일했던 즐거운 경험들이 떠올랐습니다. 부모님은 안정적이고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은 사무직에서 근무하기를 바라셨지만 ‘역시 나는 맥도날드가 어울려’ 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고, 2015년 6월 다시 맥도날드에 입사했습니다.”
-본인에게 맥도날드는 어떤 의미인지, 직장으로서 맥도날드는 어떤 장점이 있습니까.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 회사를 다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진정 원하는 일’이라 생각하며 업무에 임하고 있습니다. 회사 내에서의 나의 성장이 곧 자아실현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지인들은 제게 ‘온 몸에 케첩 피가 흐르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맥도날드에서 일하는 장점은 남들 쉴 때 일하지만, 남들 일할 때는 쉰다는 것입니다. 단점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지만, 늘 붐비는 성수기 휴가철을 피해 조용한 휴가와 휴무를 즐길 수 있습니다. 또 한가지 업무만이 아닌 영업관리, 이익관리, 고객관리 등 많은 업무를 접하면서 이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수평적인 기업문화와 지연, 학연이 아닌 능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그리고 저의 개인적인 경험으로서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선수촌 매장에서도 근무하고, 글로벌 스포츠 행사에 함께하는 특별한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글 jobsN 이준우
jobarajob@naver.com
잡스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