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시승] 연비 이상의 가치, 토요타 시에나 하이브리드


가족용 미니밴과 출퇴근용 소형차. 이상적인 조합이다. 그러나 평범한 직장인에게 차 2대는 사치다. 거대한 미니밴에 혼자 타고 출퇴근하는 아빠가 대부분이다. 고를 수 있는 선택지도 많지 않다. 그런데 6기통 3L급 가솔린 엔진은 유류비가 부담스럽고, 연비 때문에 ‘덜덜’거리는 디젤은 타기 싫다면? 이 틈새를 노린 신차가 나왔다. 토요타 시에나 하이브리드다.

글 강준기 기자
사진 토요타, 강준기

미니밴의 캠리


1세대 시에나

시에나는 북미에서 가장 인기 있는 미니밴 중 하나. 1997년, 토요타의 또 다른 미니밴 프레비아를 대체하기 위해 등장한 모델이다. 당시 프레비아는 엔진이 앞좌석 아래에 있고 뒷바퀴를 굴리는 독특한 구조를 지녔다. 북미 시장에 걸맞지 않았다. 토요타는 중형 세단 캠리의 인기와 명성을 활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캠리 뼈대를 살찌워 앞바퀴굴림 미니밴을 개발했다.

1세대 시에나의 콘셉트는 ‘Camry of minivan’. 미니밴 세그먼트의 캠리라는 점을 담백하게 앞세웠다. 2열 슬라이딩 도어와 캡틴 시트, V6 3.0L 가솔린 엔진을 달고 미국 소비자의 지갑을 열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가 치른 충돌 테스트에서 뛰어난 안전성도 입증했다. ‘라이벌’ 혼다 오딧세이는 이듬해 등장해 시에나와 함께 미니밴 황금기를 이끌었다.

10년 만의 풀 체인지



이번 시에나는 4세대 신형이다. 2010년 등장한 3세대 이후 약 10년 만에 풀 체인지를 치렀다. 뼈대는 캠리, 아발론과 같은 TNGA 플랫폼으로 새롭게 바꿨다. 저중심 설계를 바탕으로 차체 강성은 높이되 무게는 줄였다. 차체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5,175×1,995×1,775㎜. 이전 세대보다 90㎜ 길고 12㎜ 낮다. 기아 카니발과 비교하면 20㎜ 길고 35㎜ 높다.

그런데 새로운 외모가 큰 덩치를 교묘히 숨겼다. A필러 각도를 완만하게 낮추고 범퍼와 보닛을 날렵하게 깎은 결과다. 과감하게 찢은 풀 LED 헤드램프와 거대한 범퍼가 시선을 끈다. 길쭉한 옆모습은 뒷바퀴 쪽에서 부푼 펜더가 지루함을 덜었다. 네 발엔 AWD 모델이 17인치 휠을, 2WD 모델이 20인치 휠을 신었다. 휠베이스는 3,060㎜로 이전보다 30㎜ 늘렸다.


자동차의 외모는 연비와 직결된다. 큰 덩치의 차일수록 공기저항을 적게 받는 게 중요하다. 시에나의 공기저항 계수는 불과 Cd 0.28. 참고로 현대 싼타페가 Cd 0.34이며 아반떼가 Cd 0.31이다. 수치가 낮을수록 바람 가르는 실력이 좋다는 뜻이다. 오딧세이는 Cd 0.32, 카니발은 구형 기준 Cd 0.33이다. 신형 카니발은 US 프레스사이트에서도 확인할 수 없었다.

경쟁 모델 중 시트가 가장 편하다



다리를 뻗어도 앞좌석에 발이 닿지 않는다.




기어레버 아래에 깊숙한 수납공간이 있다.




핵심은 실내. 개인적으로 토요타의 실내 디자인을 좋아하지 않았다. 다소 보수적인 구성과 소재가 대표적이다. 반면 신형 시에나는 산뜻하고 트렌디하다. 수평선으로 쭉쭉 뻗은 계단식 대시보드, 우뚝 솟은 센터콘솔, 플로팅 대형 디스플레이가 좋은 예다. 컬러 배치도 토요타답지 않게 감각적이다. 특히 화사한 아이보리 가죽과 따뜻한 울프우드의 조화가 멋스럽다.

오딧세이와 비교하면 편안한 착좌감이 돋보인다. 몸을 포근하게 감싸는 맛이 좋다. A필러와 사이드미러 사이 쿼터 글라스가 큼직해, 운전 시야도 쾌적하다. 특히 기어레버 아래에 넓은 수납공간을 마련했는데 대형 노트북을 얹어도 손색없는 크기다. 또한, 국내 소비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앞좌석 통풍 기능도 담았고, 스마트폰 무선충전 패드와 HUD도 챙겼다.


궁금한 2열 공간. 넉넉하다는 표현도 부족할 듯하다. 뒷좌석은 앞뒤로 최대 624㎜까지 움직일 수 있다. 이른바 ‘슈퍼 롱 슬라이드 시트’다. 어지간한 남자 성인이 발을 뻗어도 앞좌석에 닿지 않는다. 그러나 공간보다 만족스러운 건 착좌감이다. 경쟁 미니밴 가운데 시트가 가장 편하다. 탑승자의 신체가 닿는 부위마다 쿠션 경도를 다르게 설계한 흔적이 엿보인다.

또한, 뒷좌석 승객의 시야를 고려한 극장식 배열도 돋보인다. 2열은 1열보다 38.9㎜, 3열은 2열보다 18.1㎜ 더 높게 자리했다. 탁 트인 개방감을 만든 비결이다. 대신, 3열에 앉았을 때 키가 큰 남자 성인은 머리 공간이 답답할 수 있다. 아울러 2WD 모델의 2열은 레그 서포트 기능을 품은 오토만 시트가 들어갔다. 20인승 리무진 우등버스처럼 포근하다.


기분 좋은 착좌감은 3열도 마찬가지. 이번 시에나는 시트 쿠션이 정말 편안하다. 2열 슬라이딩 폭이 크기 때문에 3열 승객도 다리 공간을 넉넉하게 확보할 수 있다. 또한, 곳곳에 USB 포트를 일반 타입과 C타입 두 가지를 모두 마련했다는 점도 만족스럽다. 유격 없는 바닥 매트와 다양한 크기의 수납공간 등은 미니밴 오래 만든 제조사의 노하우가 스며있다.

20㎞/L 넘나드는 연료효율



TNGA 플랫폼을 쓰면서 엔진이 기대 이상 안쪽으로 자리했다. 무게배분에 유리할 수 있다.

이번 시승은 꽤 긴 시간 진행했다. 이른 아침 도심 구간부터 고속도로, 굽잇길 등 다양한 구간에서 주행성능을 체크할 수 있었다. 시에나의 보닛 아래엔 직렬 4기통 2.5L 가솔린 앳킨슨 사이클 엔진이 자리했다. 여기에 2개의 전기 모터, 배터리를 맞물려 시스템 총 출력 246마력을 뿜는다. AWD E-Four 모델은 뒤 차축에 전기 모터가 하나 더 있어 총 3개를 쓴다.

단순 출력으로 비교하면 284마력의 오딧세이, 294마력의 카니발보다 낮다. 그러나 발진가속 성능은 시에나가 시원스럽다. 전기 모터의 출력만 182마력에 달하는데, 가속 시 엔진을 ‘지원사격’ 하기 때문에 2,145㎏의 차체를 기대 이상 경쾌하게 이끈다. 오딧세이의 경우, 배기량은 넉넉하지만 자연흡기 엔진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회전수를 높여야 충분한 힘이 나온다.


소비자가 가장 궁금한 건 실제 연비일 듯하다. 우선 시에나의 공인연비는 2WD 기준으로 도심 15.0㎞/L, 고속도로 14.0㎞/L, 복합 14.5㎞/L다. 실제 도심 정체구간과 고속도로, 국도를 150㎞ 이상 타며 얻은 결과는 21.0㎞/L다. 높은 효율을 위해 천천히 달리지 않고, 평범하게 달려 얻은 수치라 더욱 값지다. 특히 정체를 겪을 때마다 올라가는 연비가 기특하다.

그리고 조용하다. 저속에서 EV 모드로 끌고 가는 시간이 길다. 엔진과 모터가 수시로 바통을 주고받아도, 이질감 없이 자연스럽게 시너지를 낸다. 연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진동 참고 디젤 샀던 아빠들, 조용한 6기통 가솔린 미니밴을 사고 싶지만 자동차세와 유류비가 걱정이었던 아빠들에게 훌륭한 대안이 생겼다. 풀 주유 상태에서 주행가능 거리는 900㎞가 넘는다.

시에나의 장점은 연비뿐만이 아니다.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 차선 추적 어시스트 등 소위 ‘준자율주행’을 완성하는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기본으로 갖췄다. 가족과 함께하는 미니밴에게 더욱 필요한 장비다. 작동방법도 간단하다. 스티어링 휠 오른쪽 크루즈 컨트롤 버튼을 누르고, ‘SET’ 버튼으로 속도를 조절하면 끝. 스티어링 보조도 통합해서 작동한다. 또한, 시에나의 에어백 개수는 총 10개로 8개의 오딧세이, 7개의 카니발보다 많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은 브레이크다. 역시 경쟁 모델과 비교해봤다. 시에나는 앞뒤 브레이크 모두 벤틸레이티드 디스크를 쓴다. 디스크 마찰 양쪽 면의 중심 부분에 구멍을 뚫어 냉각 성능을 좋게 한 시스템으로, 대중 브랜드 차는 주로 앞바퀴에만 쓴다. 오딧세이와 카니발의 리어 브레이크는 솔리드 디스크. 이처럼 시에나는 안전에 충실하다.

그런데 브레이크 페달 답력이 지나치게 무겁다. 독일 브랜드 고성능 자동차와 비교해도 살짝 무겁다고 느낄 정도다. 따라서 원하는 제동력을 얻기 위해선 생각보다 강한 힘으로 페달을 밟아야 한다. 또한, 북미 생산 차는 공통적으로 제동성능이 뛰어나지 않다. 땅이 넓어서 그럴까? 뒤쪽에 V디스크를 쓴 건 좋지만, 마찰계수가 높은 패드를 물리는 게 더 좋을 듯하다.

시승하면서 의외였던 부분이 하나 더 있었는데, 유턴할 때 5m 넘는 차체가 생각보다 부담스럽지 않다는 점이었다. 자료를 찾아보니, 시에나의 회전직경은 11.6m다. 기아 카니발이 11.7m, 혼다 오딧세이가 12.0m다. 시에나가 ‘한 방’에 유턴할 때, 오딧세이는 한 번 후진했다가 가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좁은 골목길에서도 좀 더 편하게 다룰 수 있다.

시에나 하이브리드. 오랜 시간 미니밴을 만들어온 토요타다운 노하우가 양껏 스몄다. 인정하기 싫지만, 국산 미니밴과의 격차를 또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시트의 착좌감, 공간의 효율적 구성, 다양한 수납공간, 안전 설계 등이 좋은 예다. 단, 소비자가 6,200만~6,400만 원을 어떻게 납득할 수 있는지가 앞으로의 숙제다. 앞자리 5와 6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그래서 나의 생각으론 2WD 모델에 오토만 시트와 헤드업 디스플레이, 후석 모니터, 20인치 휠 등 4가지 옵션을 빼고 5천만 원대의 가격으로 엔트리 모델을 추가하면 어떨까 싶다. 위 4가지 옵션이 없어도 기본 장비가 상당히 풍성하다. 이러면 5,790만 원의 오딧세이, 6,020만 원의 포드 익스플로러를 생각하는 고객이 시에나도 같은 선상에서 고민할 수 있다.

시에나 하이브리드

장점

1) 가솔린의 조용함을 누리면서 디젤 이상의 연비를 얻을 수 있다.
2) 현재 시판 중인 미니밴 가운데 시트 착좌감이 가장 뛰어나다.

단점

1) 그래도 가격이 조금 비싸다.
2) 무거운 브레이크 페달 답력

<제원표>


이 콘텐츠가 마음에 드셨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