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홈' 본편에선 볼 수 없었던 정재헌의 과거

이 콘텐츠는 '스위트홈'의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포주의*

출처: 넷플릭스
'스위트홈'을 본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재헌(김남희)이 죽는 장면이 너무 슬프고 안타까웠다고. 혹시 재헌이 살아있을 가능성은 0.1%도 없는 것이냐고. 

항상 친절했고, 모두를 위해 희생했던 정의 그 자체 정재헌, 그가 더욱 사랑 받았던 건 배우 김남희의 연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마치 동네에 있을 것 같은 평범한 교사 재헌과 진검을 들고 괴물과 맞서는 재헌, 두 가지 모습을 참으로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출처: 디에이와이엔터테인먼트
30일, 화상인터뷰로 만난 김남희에게 '스위트홈'과 재헌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가 들려주는 재헌의 전사, 지수와의 관계, 촬영 비하인드까지 함께 만나보자. 
출처: 넷플릭스

'스위트홈'에는 재헌의 전사를 깊이 알 수 없다. 대부분은 재헌의 대사를 통해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


그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고, 현재 국어교사로 일하고 있고, 검도를 배웠으며, 한때 알코올 중독자였다는 정도가 '스위트홈'에 담긴 재헌에 대한 정보 전부다.


조합해보면 참으로 오묘한 설정들인데, 재헌을 연기한 김남희는 이를 어떤 전사로 엮어 상상했을까?

검도는 어릴 때부터 취미로 했던 것 같아요. 아버지가 정신건강과 신체 건강 때문에 연습을 시켰고, 그래서 구력이 꽤 된다고 생각했어요.

직업적으로는 책 읽는 걸 좋아해서 국어를 전공했고, 졸업 후에는 안정적인 삶을 위해 선생님을 선택했을 것이고...

근데 한 가지 사건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사건으로 알코올 중독까지 갔다가 교회에 다니고 신을 믿으면서 극복해냈고 다시 원래의 삶으로 돌아온거죠.

과거에 그런 경험이 있어서 지금도 스스로를 단련하고 절제하고 망가지지 않으려 하는 것이 '스위트홈'에서 재헌의 첫 시작이라고 생각했어요."
출처: 넷플릭스
'반전이 없었다는 것이 반전'이라는 점도 재헌의 매력이다. 처음부터 마냥 사람 좋아보였던 재헌을 보고 많은 시청자들이 분명 숨겨둔 무언가가 있을 것 같다고 예상했지만, 그는 마지막까지 희생하며 괴물과 싸웠다. 

김남희도 재헌이 끝까지 선한 사람이라는 것이 주는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 신경 쓴 장면들이 있다. 검을 닦는 장면을 다시 한 번 보시라. 
자연스럽게 재헌은 처음부터 '수상하다', '십자가 괴물이 될 것 같다'는 말들이 있었어요. 아마 그 포인트에서 반전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이 친구 생각보다 착한 사람인가?' 싶다가도 '근데 뭔가 반전이 있을거야' 했는데 끝까지 착하다가 죽음을 맞이하죠(웃음).

지수를 처음 만나는 순간의 '독실한 기독교 신자'의 모습, 그게 첫 번째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칼을 닦는 모습에서도 복합적인 모습이 있었어요. 지키려고 칼을 닦는 건지, 언젠가는 주민들을 해치려고 칼을 닦는건지, 이중적으로 느끼게 하려고 연기를 했어요."
출처: 넷플릭스

재헌의 복합적인 부분은 그의 말투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분명 얌전한 국어교사인 것 같은데, 말투는 어쩐지 만화나 연극에서 볼 것 처럼 독특했다. 


이제는 거의 유행어가 될 듯한 '마스터 남은 건 키핑입니다' 같은 대사들 말이다. 

문어체적인 대사가 재헌에게 특히 많아서 이걸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얘기가 준비 과정에서도 있었어요. 제가 연극도 많이 해봤고, 셰익스피어 극도 해봤기 때문에 감독님이 '네가 문어체를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것 같다. 근데 자칫하면 오글거릴 것 같은데 자연스럽게 녹일 수 있겠냐' 하셨어요.

그걸 제 스스로 부끄럽다고 느끼거나 멋있는 척을 했다면 더 오글거렸을 것 같았어요. 이 사람은 마치 그렇게 말하고 살 것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준비를 했죠.

처음 대본 받았을 때는 저도 당황하긴 했어요. 일상에서 쓰는 말이 아닌데 이걸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까... 근데 그게 오히려 도움이 되기도 했어요.
'되게 독특한 사람이네?' 하다가 '근데 알고 보니 괜찮은 사람이구나!' 하는 거죠."
출처: 넷플릭스

재헌을 얘기하며 지수(박규영)와의 케미를 빼놓을 수 없다. 극한의 상황에서 피어난 둘의 깊은 유대, 그리고 이성으로서의 감정은 너무나 빨리 끝나버려 너무나 안타까웠다. 


김남희가 생각한 지수에 대한 지수의 감정은 어떤 것이었을까? 

사실 감독님이랑 지수, 재헌을 준비할 때 러브라인을 정해두고 만든 건 아니었어요.

상황이 힘드니 서로 도와주다보니 자연스럽게 정이 생기고, 자신도 모르게 연인의 마음으로 발전하는 마지막 과정에서 재헌이 떠나야 하는 상황이라 크게 러브라인을 생각하고 연기를 하지는 않았어요. 생존해야 한다는 목적성이 더 강했어요. 전쟁통에도 출산율이 높아지듯이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더 마음이 갔던 것 같아요.

지수와 재헌을 애틋하게 생각해주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해석을 더 잘해주시는 것 같아서 '아,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출처: 디에이와이엔터테인먼트

끝까지 사람들을 지키고 죽음을 맞이했던 재헌.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이 장면이었다. 


경비괴물과 맞서 싸우며 한쪽 팔이 잘린 상황에서도 끝까지 버텼던 엘리베이터 액션 신. 많은 이들이 숨을 참으며 봤던 처절한 순간이었다. 

그 신을 찍을 때 모든 스태프분들이 다들 기대감이 컸어요. 큰 액션신이고 피도 많이 나오는 장면이고요.

그 신이 대사가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온전히 상황에 충실하게, 계획하지 않고 연기를 해보자 하는 생각으로 굵직한 동선들만 생각했어요. 기술적인 것들을 연습하고 그 외의 감정은 온전히, 즉흥적이었죠.

재헌이 이 상황에서 '하나님이 부르시는 구나, 갈 때가 됐구나, 내가 가지 않으면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 당하고 누워있는 지수에게 위험이 가해지겠구나' 하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에 모든 걸 희생하겠다는 정서만 가지고 즉흥적으로 연기를 했었어요."
출처: 디에이와이엔터테인먼트

재헌의 죽음을 아쉬워하는 시청자들 정말 많다. 에디터N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시즌2에서 다시 만날 가능성이 없을까 하는 질문에 단호하게 말했다. 재헌은 '정확하게' 죽었다고. 

제가 알기로는 재헌은 정확하게 죽었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는 아쉽지만, 죽었고... 괴물화가 진행되는 과정도 없었고요.

저는 '나는 시즌2'에 안 나오는구나' 하고 마음을 정해놓고 사는 게 편할 것 같더라고요(웃음). 저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출처: 디에이와이엔터테인먼트

시즌2에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지만, 그저 상상이나 한 번 해보자. 만약 재헌이 괴물화가 된다면 어떤 욕망이 발현될까? 또 배우 김남희가 괴물화가 된다면?? 

재헌은 조커 같은 괴물이 되었으면 해요. 외모가 아니라 선과 악을 제어할 수 없어서 왔다갔다 하는 부분이요. 그걸 제어하는 사람이 만약 있다면 돌고 돌아 시간이 흘러 만났을 때 지수가 그런 사람이 되지 않을까 해요. 재헌을 두고 악마와 천사가 괴롭히는 것처럼 왔다갔다 하는 괴물이어도 매력적일 것 같아요.

저의 욕망에 의한 괴물은 일 안하고 맨날 놀면서 가난하지 않고 싶은 나태괴물?(웃음) 평생 놀수만 있다면 행복할 수 있는, 친한 사람들과 술을 마시면서 낚시를 다닐 수 있는 나태괴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출처: 넷플릭스

나태괴물이 될 것 같다고 말했지만, 그는 자신의 직업인 연기를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다. 고등학생 시절 멋으로 시작했던 연기가 지금은 그에게 소중한 '업'이 됐다. 


스스로 '스위트홈'의 자신에게 준 점수는 단 50점. 모두가 극찬을 하지만 스스로는 100%의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반성했다. 


작품 하나 하나 크게 의미를 두려고 하지 않는다는 김남희지만, '스위트홈'이 그의 필모에 꽤 인상적인 획을 그은 것은 분명하다. 물론 이와 별개로 그는 묵묵히 자신이 할 일은 다음 연기를 해나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