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승무원이 말하는 승무원에 대한 오해 TOP3

드라마 보면서 승무원 꿈꿔…전공은 응용수학
꼼꼼하게 준비한 답변으로 수십번 면접에서 떨어져
승무원은 기내 안전 담당하는 전문직
드라마 '짝' 아시나요? 김혜수씨가 캐빈승무원으로 나온 드라마! 초등학교 때 이걸 보고 승무원을 꿈꿨어요. 처음 공항 간 게 대학교 1학년 마칠 때 쯤. 티켓 사서 신나게 갔죠. 그런데 웬걸. 외국 나가려면 여권이 필요한 걸 몰랐던 거예요. 실망해서 돌아왔죠. 그런 제가 비행기에서 보낸 시간이 1만시간이 넘는다니 신기합니다.

드라마 '짝'의 무대는 아시아나항공이었다. 김민지(31) 부사무장은 2010년 아시아나에 입사해 꿈을 이뤘다. 

일찍 길을 정한 만큼 여유있게 준비해 바로 붙지 않았을까?

최종면접에서 떨어질 때마다 일기를 썼어요. 한 10군데 떨어지니 꽉 차더군요. 그 뒤로 하도 떨어져서 몇 번 떨어졌는지 안 세봤어요.
출처: jobsN
아시아나 캐빈승무원으로 일하는 김민지 부사무장

자판기 같은 답변…자연스러움이 필요했다

김 부사무장은 대학에서 응용수학을 전공했다. "꼭 캐빈승무원이 되겠다"고 다짐했기에 가능했던 전공이다. "제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과목이 수학이었어요. 평생 캐빈승무원할거니까 마지막으로 좋아하는 공부를 해보자 싶었죠." 


학과 공부 외 모든 활동을 캐빈승무원 준비에 맞췄다. 1학년 때 영어회화 스터디를 만들어, 매일 아침 3시간 씩 영어를 공부했다. 빡빡했지만 1년에 2~3번 빼고 모두 출석했다. "영어를 제일 싫어했고 못했어요. 그래도 캐빈승무원에게 필수니까 가장 많은 시간을 쏟았죠." 

민지는 학교 수업 마치면 항상 승무원 준비 한다고 쌩하니 달려갔다.

학교 친구들의 김 부사무장에 대한 설명이다. 거의 매일 캐빈승무원 면접 스터디를 했다. 면접 질문, 화장법 등을 꼼꼼하게 적어 나만의 '족보'를 만들었다. 


대학교 3학년 때 캐빈승무원 도전을 시작했다. 하지만 매번 고배를 들었다. 스터디원에게서 이유를 들었다. 

동료들이 '민지씨는 자판기 같아요'란 말을 하더라고요. 뭘 물어도 준비된 답변이 나와 인공적이란 거죠. 매력이 없다는 뜻이었어요.

이후 간절한 마음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아시아나항공 최종 면접 때 '첫 월급으로 뭘 하겠냐'는 질문을 받았어요. '그동안 고생하신 부모님과 근사한 식당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겠다'고 평범하게 답했어요. 너무 흔한 말이라 떨어질 줄 알았는데 붙었어요. 힘 빼고 자연스럽게 나를 보여주는 게 중요했던거죠." 

출처: jobsN
캐빈승무원 입사를 준비하면서 각종 자료를 꼼꼼하게 정리해둔 족보

쪽지 한장에 피곤함 잊어요

캐빈승무원이 되면 첫 3개월은 트레이닝 기간이다. 비상시 대처법 같은 안전교육, 기내 서비스 교육 등을 한다. 이후 현장에 나간다. 비행은 한달에 80~90시간 정도. 보통 2개월 단위로 일정이 나오는데, 매달 노선이 달라진다.  


합격 후 첫 행선지는 인도 델리. 종교적 이유로 특별식을 선택하는 탑승객이 많은 구간이다. 비행 전 신청받는 특별식은 일반식보다 먼저 전달한다. 특별식 선택 승객이 많으면 서비스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어려운 구간에 속한다. "야간 비행시 졸음이 밀려오고 틈틈이 휴식을 취하면서도 그렇게 행복했어요."


비행이 끝나고 승객들이 "고맙다"며 쪽지를 건네거나 서비스센터로 접수되는 '칭찬레터'를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  


2년을 꽉 채우자 일이 익숙해졌다. 비행을 마치고 공항 나오는 길에 한 여고생과 마주쳤다. "다짜고짜 팔을 붙잡더니 '승무원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냐'라고 물어보더라고요. 10분 정도 대답해 줬어요. 그 답에 제가 힐링이 됐어요. 무척 뿌듯했죠." 


이후 사내 게시판에서 사회공헌프로그램인 '색동나래교실' 봉사단 공지를 봤다. 진로교육을 위한 재능기부활동이었다. 바로 신청했다. 스케줄이 빌 때면 중고등학생에게 승무원이란 직업을 알린다. 


꿈은 뭘까. 

입사교육을 받을 때 제가 '아시아나항공 승무원의 정년은 몇살인가요?'라고 물어봤습니다. 그 마음 계속 유효합니다. 승무원 일이 좋아서 시작했고, 여건이 허락하는 한 계속 하고 싶습니다.
출처: jobsN
캐빈승무원을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직업에 관해 강연하는 재능기부를 하는 김민지 부사무장

승무원에 대한 고정관념 3가지 

승무원은 보기에 화려한 직업이다. 그래서 생기는 고정관념이 있다. 김 부사무장에게 직접 물어봤다. 


① 예쁜 사람만 할 수 있는 직업이다?

"현직 입장에서 감사하지만 오해예요. 서비스직군이라 호감가는 외모가 선호되긴 하지만 '미인'이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제가 면접 볼 때 양 옆에 미인대회 출신 지원자가 있었어요. 기가 죽을 정도로 외모가 출중했습니다. 그런데 저만 합격했어요. 승무원 지망생 사이에 A항공사는 '고양이처럼 이목구비가 뚜렷한 얼굴형'을 좋아한다, B항공사는 '강아지처럼 동그랗고 귀엽게 생긴 얼굴형'을 좋아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런데 입사해보니 얼굴형이 다 제각각이었어요. 외모 보다 호감가는 얼굴과 성격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② 주된 업무는 식사 서비스다? 

"승객들과 직접 대면하는 업무이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승무원이 하는 서비스는 다양합니다. 기내 정리부터 응급환자 처치까지 여러 일을 하죠. 얼마 전 비행에서 갑자기 몸 상태가 안 좋아진 승객이 있었습니다. 도착지까지 가지 못하고 근처 공항에 착륙할 정도로 비상 상황이었죠. 응급차에 타실 때까지 내내 손을 잡아드리며 안정시켜 드렸습니다." 


③ 승무원은 결혼을 잘한다? 

"항공사별 승무원 숫자가 많고 유명인과 결혼하는 승무원이 있어 생긴 오해 같습니다. 승무원 배우자들을 보면 직업이나 나이 등 모든 조건이 다양합니다. 다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승무원이란 직업을 잘 이해해준다는 거예요. 워낙 일정이 불규칙하기 때문에 가족들이 지원해주지 않으면 버텨내기 어려워요. 요즘은 결혼하고도 계속 일하는 승무원이 늘고 있습니다. 승무원도 평범한 직장인이란 점을 꼭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글 jobsN 감혜림 

jobarajob@naver.com

잡아라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