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감방생활' 그만두고 1평 사무실로 간 이유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에 소름 끼치고, JTBC ‘착하게 살자’를 보며 옛 생각을 했다는 사람이 있다. 드라마 속 교도관, 정경호가 카리스마로 수용자들을 제압할 때는 현실과 맞닿은 고증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광고대행사 ‘다나크리에이티브’의 대표인 정민우(39)씨가 그 주인공이다. 교도관에서, 광고회사대표로, 다시 다양성 영화 진흥을 위한 공유경제사업 ‘다나플릭스’를 시작하는 정 대표를 만나, 그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안정적인 직장 때려치우고 1평짜리 사무실로 간 이유는
정 대표는 2008년, 서른살에 여주교도소 교도관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3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교도관 생활을 그만뒀다.
“새로운 죄수가 올 때마다 기선 제압하고, 제가 느끼기엔 발전이 없는 삶이었어요. 하나 예를 들자면, 그 죄수들이 간을 봐요. 소위 근을 잰다고 하죠. 저 교도관이 얼마나 센 놈인지. 그럼 저도 맞춰서 제압해야 하죠. 이게 하다 보면 피곤해요. 월급 일정하고, 나쁜 직업은 아닌데, 제 성격과 안 맞아 회의를 느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사람에 대해 많이 배웠고, 지금도 사람을 쓰는 데에 도움이 돼요. 예를 들어 볼까요. ‘교도관님 안녕하십니까?’ 하면서 친근하게 다가와 친해진 경우가 있는데, 나중에 기록을 보면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죄수인 거예요. 이럴 때 정신이 번쩍 드는 거죠.”
이런 일들이 반복되며 회의감이 들었다는 게 정 대표의 얘기다. 그는 중간 중간 쉬는 날을 이용해 평소 관심이 있었던 온라인 마케팅과 관련된 공부를 했다. 결국 그는 교도관을 그만두고 한의사인 아내의 한의원을 홍보하는 일을 맡기로 했다. 1평짜리 조그만 사무실을 빌려 아내가 전하는 건강 상식을 재밌는 콘텐츠로 만들어 SNS를 통해 전했다. 정 대표 아내의 한의원이 잘됐고, 함께 하고 싶다는 한의사들이 늘면서 전국에 ‘단아안’이라는 브랜드를 쓰는 한의원이 21곳까지 늘었다. 덕분에 정 대표는 아예 단아안한의원 메디컬그룹의 광고와 홍보를 담당하는 다나애드·다나크리에이티브라는 법인을 세워 대표를 맡았다.
비어있는 소극장서 ‘다양성 영화와 소극장 연극’ 상생 떠올려
광고를 전문적으로 배우지 못한 정 대표는 이내 한계를 느꼈다. 좀 더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정 대표는 2016년 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석사과정에 진학했다. 여기서 대학원 선배의 소개로 영화제작자인 구성목 코시아그룹 대표를 만났다.
“구 대표랑 대학로를 걷는데 ‘이렇게 극장들 쉴 때, 좋은 영화 틀면 어때’ 라고 구 대표가 한마디를 던졌어요. 이거다 싶어 사업성을 자세히 검토했어요. 대학로에 소극장 하나 월 임대료가 1000만원이에요. 위치가 좋은 곳은 더 비싸죠. 근데 평일은 또 표가 잘 안 팔려요. 주말 공연에 엄청난 수익을 내야 겨우 ‘똔똔’을 맞출 수 있는 구조더라고요. 그럼 이 극장이 쉴 때, 대형 영화관에서 소외당하는 영화들, 이른바 ‘다양성 영화’를 틀면 어떨까 해서 ‘다나플릭스’를 시작했습니다." 다나플릭스는 소극장이 비는 시간을 이용해 빛을 보지 못했던 다양성 영화들의 상영 기회를 제공하는 문화 플랫폼이다.
이후 정 대표는 다양한 법적,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시간을 할애했다. 먼저 다나플릭스 전용 영화예매사이트를 만들었고, 제휴된 소극장들을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가입시켰다. 영화를 전국적으로 배급할 때 필요한 저작권 보호와 편리한 파일 공유를 가능하게 하고자 자체 DRM 서비스도 도입했다. 동시에 전국에 제휴 된 극장주를 중심으로 하는 내부 커뮤니티도 개설했다. 이곳을 통해 현장의 소리를 들으면서 문제점을 개선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사회적으로는 착한 기업가, 창작자에게는 희망이 되고 싶어
“다나플릭스는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울산, 광주, 청주, 전주 등 지역에서 잘 알려진 12곳(총 2035석)의 소극장으로 시작해요. 추후 전국적인 확장을 위해 기본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했습니다. 이후 제 생각에 공감하는 분들이 늘어나면 100여곳 이상도 될 수 있겠죠. 그럼 대략 2만석인데, 다양성 영화는 이 2만석 중에 10~20%만 사람들이 봐줘도 큰 힘이 됩니다. 상대적으로 잘 되는 소극장 공연이나 다양성 영화가 있다면, 덜 알려졌지만, 작품성은 뛰어난 영화와 함께 프로모션을 진행할 수도 있고요”
지난 3월 중순 다나플릭스의 첫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가수 박남정씨가 다나플릭스의 취지에 공감해 다나플릭스와 제휴를 맺은 소극장에서 공연한 것이다. 3월 16일 열린 ‘2018 박남정 Show’는 소극장 ‘플랫폼 창동61’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제작자의 과감한 창작 문화에 이바지하고, 소비자에게는 다양한 경험을 선사하는 착한 기업을 하는 사람으로 자리 매김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