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혹사' 가짜 장기밀매 괴담이 사실인 양 퍼진 이유[TV와치]

김노을 2021. 5. 20.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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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혹사' 괴담들이 상상과 실제를 실타래처럼 엮어 잔혹한 현실을 반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장기밀매 괴담 뿐만 아니라 환경이 열악한 빈민국 사람들이 각종 괴담 속 주인공이 되는 현실은 넘쳐나는 온갖 설들보다도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다.

만약 자정능력을 상실한 집단이 각종 설을 현실로 인식하거나 타인, 타국가에 대한 혐오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또 다른 괴담이 생산되는 건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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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김노을 기자]

'당혹사' 괴담들이 상상과 실제를 실타래처럼 엮어 잔혹한 현실을 반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SBS '당신이 혹하는 사이'(이하 '당혹사')는 출연진이 한 테이블에 눌러앉아 음모론을 나누는 콘셉트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5월 19일 방송에서는 장기밀매 괴담으로 시작해 괴담의 사회학까지 곁가지를 뻗은 토론이 펼쳐졌다.

이날 소개된 괴담은 누구나 한 번쯤 어릴 적 들어봄직한 이야기들이었다. 각 신체 장기의 영문 앞 글자를 딴 '귀신 헬리콥터' 스티커, 중국으로 신혼여행 갔다가 장기 적출된 부부, 시장 건어물 마취제 괴담 등 낯설지 않은 세간 설(說)이 쏟아졌고 대부분 사실 확인이 어렵거나 거짓으로 판명됐다.

이런 식으로 출연진 입을 통해 언급된 괴담들은 이내 현실로 이어져 시청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출연진은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장기매매가 가능한지 여부를 두고 토론을 벌이던 중 마주한 실제 사례에 할 말을 잃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장기 적출을 시도한 사람은 고작 1년6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을 뿐이라고 한다.

'당혹사'가 다루는 괴담이나 미스터리한 스토리는 대부분 공포심에 기반하고 있다. 여러 이유에서 비롯된 사람들의 공포심은 곧 괴담을 형성하고, 꽤나 빈번하게 사실인 양 가짜 뉴스로 퍼지며 금세 혐오 여론을 조성한다. 장기밀매 괴담 주인공이 중국 동포에서 동남아시아 쪽으로 옮겨가는 현상이 단적인 예다. 장기밀매 괴담 뿐만 아니라 환경이 열악한 빈민국 사람들이 각종 괴담 속 주인공이 되는 현실은 넘쳐나는 온갖 설들보다도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다.

바로 이 지점이 '당혹사'가 음모론과 괴담을 다루는 이유다. 공포를 교묘하게 이용해 사람들로 하여금 편을 나눠 혐오를 부추기는 현상을 경계하고자 함이다. 만약 자정능력을 상실한 집단이 각종 설을 현실로 인식하거나 타인, 타국가에 대한 혐오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또 다른 괴담이 생산되는 건 시간문제다. 끔찍한 현실이 괴담을 만들고, 그 괴담은 또 다른 공포감을 조성하는 안타까운 굴레를 바라보는 이들의 경계심 역시 절실히 요구된다. 장기밀매 괴담도 결국 장기 기증을 기다리는 환자들의 간절함을 이용한 것이니 말이다.

'당혹사'는 음모론을 가십으로 다루는 기존 방송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배후와 확산 이유를 추적한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일상에 자리잡은 음모론과 가짜 뉴스 진위를 구분하고, 명확한 정보를 전달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물론 아무리 올바른 정보라도 TV나 인터넷, SNS, 사람의 입을 거쳐 무분별하게 재생산되는 과정은 완전히 지울 수 없다. 다만 이에 대해 자정능력을 회복하려는 제작진의 고민과 노력은 박수받아 마땅하다. (사진=SBS '당신이 혹하는 사이' 방송화면 캡처)

뉴스엔 김노을 wiw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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