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마세라티의 자존심, 네튜노 엔진



엔진의 시대가 저물어 간다. 조만간 오롯이 엔진만 품은 신차 판매는 금지하겠다는 나라가 늘고 있다. 2025년 노르웨이를 시작으로, 2030년 덴마크와 스웨덴, 네덜란드, 독일, 영국, 아일랜드, 아이슬란드가 뒤를 잇고, 2035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이어 2040년엔 프랑스와 스페인이 합류한다. 하지만 오해는 없어야겠다. 엔진이 당장 사라지진 않는다.

전 세계 신차 시장에서 순수 전기차 비중은 아직 1%에 못 미친다. 지구촌을 달리는 자동차 15억 대의 품속엔 여전히 뜨거운 엔진이 살아 숨 쉰다. 하향곡선은 그릴지언정 향후 30~40년 동안 엔진의 역할은 계속된다. 게다가 아직 갈고 닦을 여지는 많다. 지난 2월 10일, 이탈리아 모데나에서 온라인 컨퍼런스로 소개한 마세라티의 새 V6 엔진이 좋은 예다.




이날 행사의 주인공은 MC20의 엔진으로, 마세라티는 ‘네튜노(Nettuno)’란 이름을 붙였다. 로마 신화 속 바다의 신 ‘넵튠’의 이탈리아식 표기다. 네튜노는 실린더 뱅크각 90°의 V6 3,000㏄ 가솔린 터보 엔진이다. 마세라티는 “현재 전 세계에서 생산 중인 V6 중 가장 강력하다”고 밝혔다. 최고출력은 630마력. 1L 당 무려 210마력을 내는 셈이다.

마세라티에서 엔진 개발을 총괄하는 마테오 발렌티니가 설명에 나섰다. “네튜노 엔진은 최고의 성능을 낼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드라이섬프 방식은 기본이고요, 점화 플러그와 인젝터를 각각 두 개씩 마련했습니다. 또한, 프리챔버를 이용해 점화 플러그로 일으킨 화염이 실린더로 빠르게 퍼질 수 있도록 디자인했어요. F1 기술로, 국제 특허도 냈지요.”




프리챔버는 실린더 헤드 깊숙이 자리한다. 가장 안쪽엔 점화 플러그를 심었다. 공기와 연료의 혼합기는 피스톤 압축행정 시 프리챔버로 들어간다. 피스톤 상사점 부근에서 프리챔버 속의 점화 플러그가 불꽃을 당겨 파일럿 연소를 일으킨 뒤 실린더 내로 확산시키는 원리다. 프리챔버가 전혀 새로운 기술은 아니다. 이미 1970년대 혼다가 선보인 바 있다.

최근 미국 자동차 전문지 <로드앤트랙>의 필자로 활약하는 제이슨 펜스케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엔지니어링 익스플레인드’를 통해 네튜노 엔진의 프리챔버를 자세히 소개했다. 그는 “네튜노 엔진은 흡기포트 분사와 실린더 직분사, 프리챔버와 실린더 양쪽의 점화 플러그를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조합해 최적의 효율(성능과 연비)을 이끌어냈다”고 설명한다.



마세라티가 구조적으로 복합한 프리챔버를 도입한 이유도 분석했다. 최신 엔진은 보통 흡기포트를 구부려 텀블(세로방향의 소용돌이)을 활용한다. 토요타가 대표적이다. 실린더 내 구석구석 혼합기를 불어넣기 위해서다. 하지만 포트의 굴곡 때문에 흐름이 느려지는 단점이 있다. 반면 네튜노는 점화 이후 빠른 연소가 가능해 8,000rpm까지 맹렬히 회전한다.

프리챔버의 장점은 그밖에도 많다. 점화 전 고온으로 폭발해 생기는 노킹을 줄일 수 있고, 이상적 공연비(14.7:1)와 폭발로 촉매 효율을 떨어뜨리지 않는다. 네튜노 엔진은 부하가 크게 걸리지 않을 땐 프리챔버의 메인과 실린더의 사이드 점화 플러그를 순차적으로 작동시킨다. 그러나 급가속 등 최대치로 힘을 쥐어짤 땐 프리챔버의 점화 플러그만 이용한다.



마세라티는 “프리챔버를 도입하면서 압축비는 15%, 연비는 30% 높였고, 같은 힘을 내기 위한 엔진 크기를 25%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엔진 제작 과정도 자세히 보여줬다. 마테오 발렌티니는 “모데나의 네튜노 랩은 마세라티가 70년 이상 엔진을 만들어온 장소”라고 강조했다. 바닥까지 흰색인데, 깨끗함을 강조하기 위한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엔진 부품은 1,000개에 달하는데, 일련번호까지 카메라로 확인한다. 전체 공정은 6단계로, 각각 2~4시간이 필요하니 총 24시간 이상 걸리는 셈이다. 엔지니어들은 작업대 위의 모니터를 보면서 매뉴얼과 차이점을 확인하며 꼼꼼히 엔진을 조립했다. 중간중간 가스를 주입해 새는 부분이 없는지 체크하고, 녹색불이 들어오면 비로소 다음 순서로 넘어간다.



마세라티의 모든 엔진은 연료와 오일을 넣어 회전과 마찰시키는 ‘핫 테스트’를 거친다. 파워와 토크까지 가늠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엔진 한 기 당 80분. 엔진 랩의 천정엔 수많은 카메라를 설치했다. 주요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확인하고, 나중에 문제를 발견했을 때 원인을 되짚기 위해서다. 장인 정신과 첨단 기술의 시너지를 추구한 공정이 인상 깊었다.

네튜노 엔진은 2015년 말 개발에 들어가 2018년 말 완성했다. 엔진 자체의 무게는 200㎏. 발렌티니는 “티타늄이나 마그네슘까지 쓸 필요는 없었다. 알루미늄 캐스팅으로 충분했다”고 설명했다. 옥탄가 98 이상의 고급 휘발유를 마시는데, 5%의 에탄올 섞은 연료까지 소화한다. 또한, 자체 테스트 결과 네튜노 엔진은 720마력까지도 무리 없이 소화한다.



한편, 이 엔진을 얹은 마세라티 MC20은 0→시속 100㎞ 가속을 2.9초에 마치고, 시속 325㎞까지 달린다. 뒷바퀴 굴리는 미드십 방식이어서 밸런스도 빼어나다. 마세라티의 MC20 파워트레인 메뉴는 네튜노에서 끝나지 않는다. 조만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버전과 순수 전기차 버전으로도 선보일 전망이다.

글 김기범(로드테스트 편집장)
사진 마세라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