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게임재팬부터 꿈꾼 김범수의 '글로벌 항해'..콘텐츠 심장부 북미 노린다

손인해 기자 2021. 5. 12.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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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NHN 탄생 직후 모두가 반대한 日 진출..4년만에 일매출 1000만엔 달성
中·美서 실패 이후 카카오 설립 '승부수'..웹툰으로 글로벌 Z세대 정조준
김범수 카카오 창립자 및 의장. (카카오 제공)© 뉴스1

(서울=뉴스1) 손인해 기자 = "배는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 하지만 그것이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2007년 NHN(현 네이버)을 나올 때 지인들과 직원에게 자신의 상황을 배에 빗대어 한 말이다. 그는 안정적 대기업이 된 NHN 밖으로 나가 모바일 시대가 열어젖힌 해외 시장으로의 사업 확장 기회에 주목했다.

2000년 한게임재팬에서 시작된 김 의장의 '글로벌의 꿈'이 21년 만에 전세계 엔터테인먼트&미디어(E&M) 시장의 심장부인 북미지역에서 꽃피고 있다. 그간 해외에서도 통할 '사업 무기'를 찾지 못해 고전해온 김 의장은 'K-콘텐츠'에 주목, 대규모 인수합병(M&A)을 통해 미국 시장을 정조준한다.

◇'카카오 월드'의 약점, 해외 진출의 꿈…'콘텐츠'로 이룬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메신저·음원 스트리밍·모빌리티·콘텐츠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급성장하는 각 부문마다 국내 1위 자리를 독식하던 카카오의 유일한 '아픈 손가락'은 네이버와 달리 변변한 해외 진출 성과가 없다는 점이다.

김 의장은 '콘텐츠'에 승부수를 걸었다. 지난해 카카오의 일본 자회사 카카오재팬의 웹툰 플랫폼 '픽코마'가 일본을 넘어 전세계 만화·소설 앱 매출 1위를 달성한 데 따른 결정이다.

일본 시장에서 콘텐츠 사업으로 성공을 확인한 그는 과감하게 북미 시장을 향했다. 21년전 한게임 초창기 시절부터 꿈꿨던 미국 진출 도전기에 또 나선 셈이다.

방식은 그때와 달랐다. 한국에서 사람들을 끌고 가서 현지에서 직접 부딪혀가며 사업을 벌이는게 아니라 현지에서 이미 자리를 잡은 기업을 인수했다. 사업 기반은 미국 현지지만 창업가는 모두 한국인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북미지역 웹툰 플랫폼 '타파스'와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 얘기다.

카카오의 콘텐츠 부문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1일 타파스와 래디쉬를 총 1조1000억여원에 인수했다. 1조1000억원은 카카오가 2016년 1월 음원 서비스 멜론 운영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 금액인 1조8700억원 이래 최대 금액이다.

멜론 인수 결정을 진두지휘한 것도 김 의장이다. 멜론으로 음원시장을 석권하며 콘텐츠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카카오가 웹툰, 웹소설 등 세계인을 사로잡고 있는 K-콘텐츠로 북미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서겠다는 승부수를 던졌다.

◇ 모두가 반대한 일본 진출

김 의장 눈은 늘 해외 시장으로 가 있었다.

2000년 한게임커뮤니케이션과 네이버컴 합병으로 NHN(현 네이버)이 탄생하자마자 김 의장은 한게임을 들고 일본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합병 직후 내부 재정비가 필요했고 한게임 유료화 이전이라 한게임도 네이버도 모두 돈을 벌지 못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모두가 반대했지만 김 의장은 밀어붙였다. 지금 일본에 가서 적응하지 않으면 일본 시장을 개척해서 자리 잡기가 어려울 거라고 판단했다.

NHN재팬 대표를 지낸 천양현 코코네 회장(왼쪽)과 김성훈 코코네 CEO(중소벤처기업부 제공)© 뉴스1

'사람'이 간절했다. 초중고등학교를 함께 다닌 '죽마고우' 천양현 전 NHN재팬 대표에게 일본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언어인지학 석사 과정을 마친 천 전 대표는 일본 시장을 잘 알고 있고 한게임 설립의 '밑천'이 된 PC방 운영을 통해 사업적 재질이 확인된 터였다.

한국 본사 사정도 어려웠기 때문에 본사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면서 직원 월급이 수개월 치 밀리는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하지만 김 의장의 결단으로 10여명의 핵심 기술 개발 및 기획 '특공대'가 파견되고 천 전 대표가 아바타에 커뮤니티 개념을 입힌 일본식 유료화 모델을 적용하면서 한게임재팬은 2004년 하루 1000만엔 매출을 달성했다. 한국 인터넷 기업 사상 최초의 일본 시장 개척 성공이었다.

◇ 중국·미국에서의 실패

일본 시장의 성공을 발판으로 중국, 미국 등 대륙으로 향했지만 그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김 의장은 2004년 중국의 게임업체 '아워게임'을 인수하면서 의욕적으로 중국 시장 진출에 나섰으나 무협과 귀신을 소재로 한 귀혼을 비롯해 한국에서 들여온 게임 대부분이 실패하면서 실적 부진이 계속됐다. NHN은 결국 2010년 중국 사업을 접겠다는 결정을 내린다. 중국 진출 6년 만의 철수였다.

2005년엔 NHN USA를 설립했으나 한국에서 한게임이 잘해왔던 보드게임류는 미국시장에서 전혀 통하지 않았다. 미국 현지 인맥과 연결되는 것도 어려웠고 결제방식이나 게임 내 문화 등 해결해야 할 것들도 산적했지만 그에 비해 시간과 인력은 부족했다.

결국 2007년 9월 미국 사업을 총괄하며 NHN USA 대표를 맡고 있던 김 의장은 자신의 손으로 만들고 자신이 주요 주주로 있던 NHN을 떠난다고 발표했다.

대신 그의 관심은 '모바일 혁명'에 쏠렸고 2011년 첫선을 보인 카카오톡으로 대성공을 거둔다.

카카오톡 이미지. © News1

◇ 웹툰으로 글로벌 Z세대 정조준

김 의장은 웹툰 사업을 글로벌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한 서비스의 기회로 보고 있다.

네이버는 증강현실 플랫폼 '제페토'를 통해 전 세계 2억명의 이용자를 모았고,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자체 글로벌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 구축해 군소조직화된 글로벌 팬 커뮤니티를 결집하고 있다.

그는 지난 2월 임직원(크루) 간담회 '브라이언톡 애프터'에서 "카카오페이지가 웹툰과 스토리(시장)에서 경쟁상대가 없을 만큼 생각보다 꽤 광범위하게 장악했다"며 "(콘텐츠 분야에서) 카카오가 굉장히 성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의 합병으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탄생하면서 지식재산권(IP)과 유통, 제작 플랫폼을 갖춘 회사가 탄생해 경쟁력이 생긴 것 같다"며 "디즈니플러스 등이 여기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s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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