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서 책 읽어주는 프랑스 할아버지와 할머니들

점점 빠르게 진입하는 고령화 시대
세대 간의 통합교육으로 불리는 새로운 교육프로그램
노인과 유아·어린이를 연결하는 '책 읽어주기'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세계의 많은 나라에서 고령화 사회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그중 유럽은 세계에서 이미 가장 고령화가 많이 진행된 대륙이다. 20세기 초중반부터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나라들이 많으며 이에 대한 사회적 고민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노인층의 사회적 고립은 커지고 젊은 층과 노인층 사이 세대 간 단절과 갈등이 커지면서 세대 간 관계를 통합시킬 수 있는 문제가 중요해졌다.
이곳 프랑스에서는 이러한 세대 교류에 대한 중요성과 함께 '세대 간의 통합교육(Intergénérationnel et Éducation)'이라 불리는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이 소개됐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1999년 파리교육청에서 은퇴한 노인들과 파리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을 직접 연결하는 방식의 교육 혁신프로그램으로 만들어졌다.
'세대 간의 통합교육' 프로그램은 크게 세 가지 목표를 갖고 있다. 먼저 어린 학생들에게 노인들과의 교류를 통한 존중과 관용의 개념을 배우게 한다. 또한 서로 간의 공통된 역사적 가치를 배우면서 모든 세대가 같은 지식을 갖게 한다. 더 나아가 세대 간의 교류를 위해 각자가 가진 기술과 재능을 나누는 자발적인 참여를 장려한다.
이러한 세대 간의 통합교육의 목적으로 그동안 많은 프로젝트가 진행됐는데 그중 은퇴한 노인들이 일주일에 한 번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찾아가 아이들에게 직접 책을 읽어주는 ‘책 읽어주기(Lire et Faire Lire)' 프로젝트를 소개하고자 한다.

◆프랑스 '책 읽어주기' 단체 창립자, 알렉상드르 자르뎅 (Alexandre Jardin) ©Lire et Faire Lire 홈페이지
이 프로젝트는 1999년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르 자르뎅(Alexandre Jardin)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아이들에게 독서에 대한 즐거움을 깨닫게 하고 노인층과 아이들을 연결하는 통합교육을 목표로 시작됐다.
현재 프랑스 내 총 150개가 넘는 곳에 지역사무소가 있으며, 76만 명이 넘는 유아들이 이 프로젝트의 혜택을 받아왔다.
‘책 읽어주기’ 단체의 협회장을 맡은 로빈 레누치(Robin Renucci)는 지난 5월 프랑스의 아르떼 28분 뉴스 프로그램에서 "'책 읽어주기 프로젝트'는 단순히 나이가 다른 세대 간의 교류를 넘어서 사회적 계급이 다른 사람들 간의 격차도 좁히는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부유층 출신의 은퇴자가 가정 형편이 어려운 유아들과의 만남을 통해 서로 다른 사회적 위치를 이해하고 교류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이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싶은 노인 중, 유아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데 필요한 말하기 기술이 필요하다면 전문 강사의 말하기 훈련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고 설명했다.

◆'책 읽어주기' 프로젝트 자원봉사자로 활동 중인 바바라(Barbara) ©Lire et Faire Lire 홈페이지
'책 읽어주기' 웹사이트에 소개된 봉사자 바바라(Barbara)씨는 "'책 읽어주기' 프로젝트를 TV 뉴스를 통해 처음 알게 됐어요. 당시 은퇴를 하고 난 바로 직후라 제 삶의 무료함과 적적함을 달래줄 수 있는 좋은 여가생활이 될 것 같아서 바로 지원했어요. 현재 8개월째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으며 일주일에 한 번 집에서 멀지 않는 유치원에 찾아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고 있답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은퇴하기 전까지 오랜 시간 출판사에서 일했던 그녀는 매주 아이들에게 읽어 줄 책을 직접 선택한다. "오래전 제 자녀들에게 했던 교육처럼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내용의 좋은 책을 직접 고릅니다. 유아 시기에는 책 읽기 활동이 아주 중요해요. 이 시기의 아이들은 집중력도 아주 높고 책을 읽어주는 동안 아이들은 각자의 상상의 나래를 금방 펼쳐냅니다. 결국 독서 활동을 통해 아이들의 뇌 발달이 아주 활발히 이뤄져요"라고 덧붙였다.
바바라씨가 활동하고 있는 유치원의 원장인 라셀(Rachel)씨는 "세대 간의 교육으로 이뤄진 '책 읽어주기' 프로젝트는 아주 중요한 가치를 전달해 줘요. 은퇴한 노인들의 방문을 통해 아이들은 본인의 할머니, 할아버지를 떠올리게 되고 이는 가족관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게 합니다"라며 만족해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빠르게 변화하는 한국의 고령화 사회를 떠올려 보며 프랑스의 '책 읽어주기' 프로젝트가 아주 좋은 사례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는 즐거움을 주고 동시에 서로 간의 만남과 교류가 적어진 노인층과 유아·어린이들을 자연스럽게 연결함으로써 모두에게 긍정의 효과를 내는 모습이 우리에게 많은 의미를 던진다.
프랑스 세르지 = 김문주 글로벌 리포터 moonjukim24@gmail.com
■ 필자 소개
전 유네스코 아프리카 교육사업 프로젝트매니저
프랑스 파리 정치대학원 국제개발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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