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복권보다 좋은 연금보험 어디 없나
지난해 초 코로나19로 급락했던 주가지수가 ‘V’자로 반등하면서 연금마련의 중요성이 희석됐다. 반면 주식 투자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면, 평생 돈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주식으로 평생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결국 장기투자해야만 돈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조언이다.
지난 2000년 초반부터 100세 시대가 됐다. 평균수명이 갈수록 길어져 조만간 100세 이상 사는 사람이 증가할 것이며, 이에 따라 돈 걱정 없는 노후를 보내기 위해 연금자산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금융회사들도 연금마련을 위한 상품을 잇달아 출시했다. 정부도 국민연금은 물론 연금저축 등 정책성상품 가입을 장려했다. 평균수명은 길어지는데 은퇴 시기는 갈수록 짧아진 탓이다. 이에 국가와 함께 개인이 연금자산 마련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게 이런 흐름의 배경이었다.
이런 분위기에 맞춰 연금복권도 유행이 됐다. 한 번에 수십, 수백억원의 로또에 당첨되는 것보다 연금복권에 당첨되는 것이 더 축하받을 일이었다. 평생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는 부러움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최근 바뀌었다. 지난해 초 코로나19로 급락했던 주가지수가 1년도 되지 않아 2배가 넘게 상승한 것이 그 배경. 이에 주식투자를 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진 것과 같은 분위기까지 생겼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빚투(빚내서 투자) 등이 유행어가 됐다. 그동안 착실히 모아왔던 적금은 물론 연금까지 깨고 대출까지 긁어모아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주식에 투자, 높은 수익률을 내면 장기간 투자하는 노력 없이도 돈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가 그 배경이다. 즉 투자 한방만 잘하면 되지 굳이 장기투자할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결국 급등의 시기는 지나도 다시 적립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돈 걱정 없이 살기 위해서는 요행보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주식, 파티는 끝난다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의 파티는 곧 끝난다고 입을 모은다. 끝나는 시기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을 뿐이다. 변하지 않는 것은 파티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이며, 이 파티가 끝날 때 승자는 극소수라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주가지수인 코스피지수는 지난 2011년부터 약 10년간 지루한 박스권에 있었다. 급등도 급락도 없는 지루한 시간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초 코로나19로 인한 공포심으로 주가지수가 1400선까지 주저앉았다. 전례 없는 감염병으로 인한 경제적 혼란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폭락의 배경이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주요 국가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경기침체로 인해 주요 국가들은 돈을 풀었다. 국가가 돈을 풀어 극심한 경기침체를 방어하겠다는 의미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재정확대 정책으로 돌입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유럽이나 미국 등 주요 선진국보다 코로나19 확산 방어에 성공했다. 이윽고 공포심이 줄어들자 확대된 유동성은 주식시장으로 향했고, 주가지수는 급등했다.
시중에 풀린 돈이 주식시장으로 급격히 몰려든 것이다. 돈의 힘으로 주가가 상승하자 다시 돈이 더 몰렸다. 비유하자면 회사 대리가 주식으로 높은 수익을 기록했다는 얘기를 듣자 과장과 차장, 부장도 주식에 뛰어든 것과 같다. 주가가 1500에서 2000으로 올라가는 것보다 2500에서 3000으로 올라가는 게 더 힘들다. 더 많은 자금이 주식에 몰려들어야 가능하다.
하지만 자금은 무한하지 않다. 주식시장에 사장까지 뛰어들고, 사장의 배우자까지 들어오면, 그때 주가는 최고점이 된다. 주가 상승은 멈추고 급격히 하락한다. 주식에 대해 전문적 지식이 없는 사람들이 단지 불로소득의 희망으로 투자한 탓이다. 수익에 대한 희망은 급격히 공포로 바뀌고 너도 나도 손절한다. 사실 금융투자의 시작과 끝은 대부분 이렇게 진행됐다.
장기적립은 승리한다
주식은 리스크가 있다. 수익을 낼 가능성도 있지만, 손실의 위험도 있는 것. 만약 주가 등락 여부에 상관없이 지속적인 투자의 결과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존버(오랫동안 버틴다는 신조어)는 승리한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고, 욕심이 있는 한 경제는 발전한다. 그 과정에서 잠시 부침이 있을 뿐이다. 이에 장기투자하면 하락 기간에 더 싸게 주식을 담을 수 있다. 주식을 매입한 평균 단가가 낮아져 주가가 상승할 때 수익이라는 열매의 당도가 더 높아진다. 그러나 사실 제대로 버티는 투자자가 별로 없다는 게 문제다.
존버가 가능하려면 투자 자산에 대해 제대로 알고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대리의 수익률만 보고 뒤늦게 뛰어든 과장·차장·부장은 사실 투자시장에 대해 별다른 고민도, 공부도 하지 않고 자금을 넣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수익은커녕 손실이 발생하면 조바심이 생겨 버티지 못하고 투자 시장에서 떠난다.
장기 적립을 염두에 두고 투자를 시작하면 이런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가령 20년 동안 무조건 일정한 돈을 적립하겠다고 계획을 잡고 시작했다. 이 경우 주가가 하락하든 상승하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수익률 지표는 그저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목표한 20년 후 최종 숫자가 진짜 수익이다. 이처럼 20년 이상을 보고 투자하면 마음이 편하다.
우리나라는 지난 1980년 1월 주식 시장이 열렸다. 시작 이후 약 10년인 1989년 3월 1000포인트를 돌파했다. 2000포인트를 돌파한 것은 약 15년 후인 2004년이다. 그리고 다시 약 15년이 지난 지난해 3000포인트를 돌파했다. 중간에 매도만 하지 않았다면 주식 성장의 수익을 챙길 수 있었다는 의미다.
지루한 기다림, 일순간 점프
연금도 주식에 장기투자하는 것처럼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또 금리가 아닌 투자시장의 상승에 상응하는 수익률을 기대하려면, 변액보험 상품으로 연금을 준비하는 게 현명하다.
보험은 10년 이상 유지하면 보험차익에 대해 세금이 없어진다. 즉 수익이 아무리 많이 나도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이다.
또 10년 이상 투자하면, 시장 수익률에 상응하는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지난 2011년부터 제자리였던 주가지수가 지난해부터 급상승했던 것처럼, 주가는 지루하게 버티다가 일순간에 상승한다. 이때 투자를 유지하고 있지 않으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문제는 주가가 언제 점프할지 예측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만약 변액보험에 가입했거나 가입 예정이라면, 투자 성향에 따라 주식-채권 비중을 설정해야 한다. 그리고 펀드 자동리밸런싱(auto-rebalancing) 기능을 활용, 주기적으로 비중을 유지하는 게 현명하다. 가령 주식 비중을 50%로 할 경우 최근처럼 주가가 상승하면, 주식 비중이 점차 높아진다. 이때 다시 50%로 낮추는 것이다. 반면 주가가 하락하면 주식 비중도 하락한다. 이 경우 50%로 다시 높여준다.
이렇게 투자 비중의 밸런스를 맞추면, 주가 상승과 하락에 적정한 수익을 얻을 확률이 높아진다. 반면 리스크는 어느 정도 줄어들게 된다. 통상 나이가 젊을수록 주식비중을 높이고,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채권 비중을 높이는 게 현명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전문 투자자가 아닌 일반 투자자가 장기적으로 시장 수익률보다 높은 수익을 내기는 힘들다. 이에 시장 수익률에 수렴할 수 있도록 한 장치가 바로 밸런싱을 맞추는 것이다.
장기적립과 리밸런싱의 원칙만 지킨다면, 리스크 걱정 없이 시장이 상승할 때 열매를 딸 수 있을 것이다.
글 김승동 보험 전문기자, 뉴스핌
편집 정아람
※ 머니플러스 2021년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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