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쌤 안철수.. 그의 정치 셈법이 궁금하다 [왓칭]

손호영 기자 2021. 3. 17.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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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TV '공부왕 찐천재 홍진경'
'수학쌤 안철수'와 '문학쌤 나경원'
누적조회수 1400만 인기 웹예능
웹예능 '공부왕 찐천재 홍진경'에 출연한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카카오M

‘서울대 의학 학사, 서울대 의과대학원 석·박사, 펜실베이니아대 공학 석사,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 석사, V3 개발, 단국대 의과대 의예과 최연소 전임강사·학과장,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좌교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국민의당 대표…’

한 사람 인생이라고 믿기 어려운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의 이력이다. 그가 정치나 시정에 얼마만큼 소질이 있는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그러나 공부에 소질이 있는 건 확실해 보인다. 수줍음 많은 모범생 이미지의 안철수 후보. 서울시장에 출마하면서 눈썹을 진하게 문신하고 강단 있는 발언을 쏟아내는 등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지만,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선 차분하고 온화한 선생님 역할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2017년 대선 기간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와 벌인 토론회에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인터넷 캡쳐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등 정치인들이 카카오TV의 웹예능 ‘공부왕 찐천재 홍진경’ 에 일일 교사로 출연했다. 공부할 때를 놓쳐 배움에 목 마른 연예인들이 의무 교육 수준의 상식을 쌓아가는 프로그램이다. 모델 출신으로 예능·사업까지 성공했지만 배움이 부족해 힘들었다는 방송인 홍진경이 프로그램을 맡아 진행한다. 최근 누적 조회수 1400만 회를 돌파했다.

나경원 전 의원도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문학 과목을 맡아 김춘수의 시 ‘꽃’을 가르쳤다. 4선 국회의원이자 자유한국당 최초의 여성 원내대표였던 나경원도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박사학위까지 받은 후 사법시험에 합격한 판사 출신이다. 최근 TV조선 예능 프로그램에서 판사 남편에게 “누군 판사 안 해봤어?”라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안철수와 나경원 모두 공부로는 국내에서 넘볼 자가 없는 ‘찐천재’들. 정치와는 완전히 무관한 공부 예능이다. 일타 강사 뺨치는 이들의 강의 능력을 엿볼 수 있다.

◇”아아, 그랬구나”… ‘수포자’ 막는 철수쌤

연예인들에게 일차방정식을 가르치는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카카오M

서울대 의대 출신으로 컴퓨터 백신 V3를 개발하고 교수까지 지낸 안철수의 ‘재능 낭비’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평소 느릿하고 부드러운 줄만 알았는데, 일차방정식을 현행 교수·학습법에 맞게 차근차근 가르치는 모습에 “역시 천재는 다르다” “학교 다닐 때 이렇게 쉽게 가르쳐 주신 선생님이 한 명도 없었다”는 댓글들이 달린다.

방송인 김구라의 아들 김동현이 일차방정식에서 엉뚱한 답을 낸 장면, 홍진경이 3/4에 4를 곱하면 왜 3이 되는지를 이해하지 못했던 장면이 특히 화제가 됐다. 안철수는 출연자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을 정확하게 짚어 그림을 활용해 차분하게 설명한다. ‘1+x는=2’부터 ‘올해 45세인 홍진경의 나이가 올해 25세인 MC그리의 두 배가 되는 해는 언제일까요’ 등 서술형 문제까지 다룬다. 이런 선생님과 함께라면 수포자(수학 포기자)는 면할 듯하다.

출연자들이 안철수에게 수학을 잘하는 방법을 물었다. 안철수는 “아주 쉬운 응용 문제를 풀면서 조금씩 난이도를 높여가야 한다. 그래야 흥미를 잃지 않고 성취감을 얻으며 실력이 늘어난다”고 했다. 이어 “그래서 선생님이 중요하다. 학생 수준을 보고, 지금 수준보다는 조금 높지만 노력하면 풀 수 있는 문제들을 계속 찾아서 줘야 한다. 그러면 이 문제를 푸는 순간 실력이 조금씩 올라간다”고 했다.

◇'중2법' 말고 ‘중의법’… 문학 개념어 가르치는 나경원

연예인들에게 문학을 가르치는 나경원 전(前) 의원./카카오M

“이 시는 ‘주지적’인 시예요” “주지스님까지는 아는데”

“중의법이란 말 아세요?” “중2요?”

“내재율의 반대말이 뭐죠?” “외재율이요” (답은 ‘외형률’)

안철수가 개념을 가르쳤다면 나경원은 사법시험에 합격한 ‘시험 천재’ 답게 문학 ‘시험 잘 보는 법’을 가르친다. “국어 문제를 잘 풀려면 일단 개념어부터 알아야 한다”며 ‘공감각적 심상’ ‘반어법’ ‘도치법’ 등 개념과 의미를 담은 단어들을 하나하나 설명한다.

수업은 “내가 너의 이름을 부르니 네가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시를 읽으며 시작한다.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개념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모습이 그의 판사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모르는 게 죄예요? 솔직한 게 낫지 않아요?”

방송인 홍진경과 MC 그리의 프로그램 합류 동기./카카오M
일하느라 학창시절에 공부를 할 시기를 놓쳤습니다. 기본적인 지식이 없기에 생활할 때 불편함이 많았습니다. 사업할 때, 육아할 때 특히 아이에게 많이 미안하고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아이가 무엇을 물어볼 때 당당하게 가르쳐 줄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
중 3때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김동현보다 성적 낮은 애 나와서 발가락 대’ 내 가슴속에 비수가 꽂혔었다… 공부를 못 하면 돈이 얼마가 있든, 뭔가 작아지는 느낌.

프로그램에 출연한 사람들이 적은 입학 신청서에 진정성이 느껴진다. 아는 척하거나 뽐내지 않고, 모르는 건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이과 출신이지만 “수리 영역이 뭐예요?”라고 질문했던 출연자 MC그리는 “모르는 게 죄예요? 아는 척하는 것보다 솔직한 게 낫지 않아요?”라고 말한다. 모두가 공부를 잘할 수는 없다. 이들과 함께라면 나의 무식이 전혀 창피하지 않다.

수학과 영어 과외를 받는 홍진경의 모습./카카오M

과거 ‘라이트 형제’의 사진을 두고 ‘히틀러’라고 답해 웃음거리가 됐던 홍진경은,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기 위해 초등학교 5학년 딸의 진도에 맞춰 2년째 영어·수학 과외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일에선 성공했지만 배움만은 조금 모자라 가끔 주눅들었던 엄마. 홍진경은 그런 마음과 공부하는 과정을 당당하게 밝히면서 웃음과 감동을 준다.

초~중학교 수준의 교과서 내용이라 문제를 맞춰가며 보는 재미도 있다. 안철수·나경원 외에도 3수 끝에 서울시립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노량진 독서실 총무 경력 등을 갖춘 프리랜서 아나운서 장성규가 출연해 경제를 가르친다. 그의 강의는 예능에 가깝다. 연세대를 나온 오상진과 한국외대에서 영어를 전공한 정봉주 전 의원도 출연 예정이다.

개요 웹예능 l 한국 l 회당 10분 내외

등급 전체관람가

특징 ‘뇌순남녀’ 위한 공부예능

조회수 회당 150만~330만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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