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폭만큼 치명적인' 미군의 부산항 세균실험
4·7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된 박형준 부산시장은 당선 바로 다음 날인 4월8일 오후 2시, 부산시 청사에 처음으로 출근했다. 1층 ‘기다림의 광장’에 시민 100여 명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환영 인파가 아니었다. 첫 출근을 한 박 시장에게 새로운 임무를 맡기려고 모인 부산의 유권자들이었다. 그들이 가져온 상자 수십 개가 광장 한편에 길게 쌓여 있었다. 상자에는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찬반 부산시 주민투표 실시 요구 서명’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2016년, 부산항 8부두의 미군 전용시설에 세균실험실이 설치·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4년여가 지난 2020년 말, 시민사회단체들은 세균실험실의 폐쇄 여부를 주민투표로 결정하자는 취지로 ‘주민투표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를 결성하고 부산 시민들의 서명을 받았다. 20만여 명이 서명했다. 부산시 인구가 2021년 3월 현재 337만여 명이니 서명운동에서만 시민의 6% 정도가 ‘세균실험실 폐쇄 여부를 주민투표로 결정하자’는 의견에 동의한 셈이다.
이날 오후 부산시청 1층 로비로 들어선 박형준 시장 일행은 기다림의 광장에 늘어서 대기하던 시민들을 힐끗 쳐다본 후 발길을 돌려 옆 계단으로 걸어 올라가버렸다. 박형준 시장에게 서명부를 전달하고 부산시 차원의 책임 있는 답변을 기대했던 추진위 관계자들은 깊은 탄식을 내뱉었다. 자리는 즉석 기자회견장으로 바뀌었다. “20만명에 가까운 부산 시민이 걱정하며 관심을 가지라고 요구한 문제라면 시장이 나서서 적극적인 행정을 펼쳐야 하는데 첫날부터 외면했다. 권한대행 체제를 벗어나 박형준 시장 임기가 시작된 만큼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찬반 주민투표에 대해 책임 있는 답변을 촉구한다.”
한국에서 세균실험 관련 사고가 터진 것은 2015년이다. 경기도 오산의 미국 공군기지에 세균실험 목적으로 배송된 ‘살아 있는(활성) 탄저균’에 군인과 시민들이 노출되었다. 이로 인한 논란이 한창이던 2016년, 부산으로 이전한 주한 미해군 사령부가 8부두에서 군사용 세균실험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해 봄, 리신과 포도상구균, 보툴리늄 등 맹독성 생화학물질 3종이 페덱스 우편을 통해 부산항 8부두로 반입되었던 것이다.
당시 부산 여론은 발칵 뒤집혔다. 그럴 만했다. 맹독성 물질들은 극소량이 누출되더라도 대참변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보툴리늄은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독소’로 불리며 단 1g만으로도 100만명을 살상할 수 있다고 알려진 물질이다. 미군 전용 8부두가 위치한 부산 남구에는 28만여 인구가 거주하고 있다. 8부두 반경 500m 거리에 자리한 감만1·2동, 우암동, 대연동 등에 주민이 몰려 살며 초·중·고교와 대학교 등 교육시설도 밀집해 있다.
당초 주한미군 측은 8부두 세균실험 사실을 극구 부인했다. 2015년 오산에서 탄저균 노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주한미군이 보인 첫 반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시 주한미군은 “탄저균 반입은 이번이 처음이다”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후 한·미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 2009년부터 2015년까지 모두 15차례에 걸쳐 국내 주한미군 부대에 탄저균이 반입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자 주한미군 측은 “더 이상 한국에서 세균실험을 실시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2016년 부산 8부두로 맹독성 물질을 반입하면서 이 약속을 어겼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렇게 되자 미군은 또 다른 해명을 내놓았다. “부산항 8부두에 도입되는 ‘주피터 프로그램’ 장비들은 이미 성능 검증을 완료한 상태로 검사용 샘플을 활용한 추가적인 실험이 불필요하며 부산항 8부두에서는 어떠한 검사용 샘플들도 사용되지 않을 것임.” 주한미군은 주피터 프로그램에 대해 ‘생화학전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독성물질을 탐지·분석·경고하는 방어용 시스템’이라는 입장이다.
그런데 미군 측의 이 해명 역시 거짓이었다. 지난해 10월 이재정 의원이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2016년 이후 미군은 부산항 8부두로 리신, 포도상구균 톡소이드(병원균의 독성을 제거하고 면역을 발생시키는 능력만 남긴 물질) 등을 반입·실험했다. 더 나아가 2019년과 2020년에는 미군 방위산업체 배틀리 사가 주한미군기지 세균실험실에 근무할 전문 인력을 채용하는 공개 구인광고까지 냈다.
세균실험을 둘러싼 주한미군의 잇따른 거짓말과 주민을 무시하는 태도로 인해 부산 시민의 불안과 반발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부산항 8부두에 세균실험 시설을 운영한다는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나자 주한미군은 “부산항 8부두를 생물학 실험 장소로 선정한 것은 대규모 인구가 밀집한 부산 지역의 시민 보호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생뚱맞은 공식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나 미군 역시 생화학전 연구시설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미국 내에 군사용 세균실험실을 설치하는 장소가 유타주의 사막 한복판 등 인구밀도가 극도로 낮은 지역인 것을 보면 말이다(예컨대 더그웨이 연구소).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자 주한미군은 2019년 12월 부산항 8부두에서 세 종류의 독성물질 반입과 관련된 현장 설명회를 열었다. 시설은 공개하지 않았다. 구두로 “장비들이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실험을 위해 독성물질을 2나노그램씩 극소량 샘플로 반입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는 생물학에 무지한 일반인을 상대로 ‘눈 가리고 아웅’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면역학 전문가인 우희종 서울대학교 수의대 교수는 “독성이 없는 톡소이드 형태라면 굳이 2나노그램이라는 극소량으로 수십 개씩 나누어 반입할 이유가 없다. 기본 생물학적 소양에서 볼 때도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 해명이다”라고 지적했다(37쪽 인터뷰 참조).
주한미군이 부산항 8부두 세균실험실의 존재를 공식 인정하면서 지난해부터 부산 남구 주민뿐 아니라 부산·경남 전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한목소리로 저지 행동에 나섰다. 8부두 실험실로 출근하는 미군을 상대로 출근 저지 운동을 벌이는가 하면 부두 인근을 지나는 차량들도 경적을 울리며 세균실험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또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과 마크 시멀리 군수참모부장, 페덱스 사 등을 생화학무기법과 감염병관리법 위반 혐의로 부산지검에 고발했다. 지난해 8월에는 부산의 주한 미해군 작전사령부 건물 앞에서 시민 1000여 명이 원탁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세균실험 사고의 치명적인 피해
이 자리에서 8부두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찬반을 묻는 부산 시민 주민투표를 실시하자는 안이 채택됐다. 현행법상 공공 주민투표는 주민 5% 이상의 발의가 있어야 한다. 주민투표 실시 요구 서명은 지난해 10월19일부터 올해 2월5일까지 100일 동안 부산시 전역에서 이뤄졌다. 그 결과 시민 19만7747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현행법상 주민투표 실시는 정부와 지자체의 허가사항이므로 추진위는 서명 명부를 부산시에 전달하려고 했다. 하지만 부산시는 “부산항 8부두 미군 시설은 국가 사무에 해당해 지자체가 개입할 수 없다”라며 주민투표 실시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위험하고 은밀한 세균실험이 부산에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부산항 8부두에서 버젓이 이뤄지는 세균실험은 이른바 주피터 프로그램의 실행 사항 중 하나일 뿐이다. 용산, 평택, 오산, 군산, 부산, 진해 등 국내 대다수의 미군기지에서 주피터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주한미군 측은 주피터 프로그램에 대해 북한의 생화학전에 대응하기 위해 독성물질을 탐지·분석·경고하는 방어용 무기 시스템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생물무기 측면에서 ‘방어’란 ‘개발’과 같은 맥락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2017년 주한미군은 북한의 특정 소도시에 침투해 세균전쟁을 수행하는 상황을 설정해 모의 시가전 훈련을 실시했다. 훈련 장면은 한때 인터넷 동영상으로 공개되기도 했다. 이 훈련은 2018년 주피터 프로그램 마무리를 앞두고 최종 점검을 하기 위한 단계였다. 이로 미뤄볼 때 주한미군의 세균실험이 단지 방어용만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한반도가 미군의 세균실험 최적지로 떠오른 시기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시인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대통령령 2호 훈령으로 “미국의 생물방어전략이 ‘생물학적 제제(백신, 혈청 등 생물이 생산한 물질로 만든 약품)’와 독소를 활용하기 위한 강력하고 생산적인 과학적 시도로 수행되어야 한다”라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미군은 강력한 생화학무기 대응 프로그램인 주피터를 시행하기로 결정한다. 문제는 이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장소로 한국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한국이 주피터 프로그램의 최적지가 된 이유는 이 작전 수행 책임자인 미 육군 에지우드 생물화학센터 소속 피터 이매뉴얼 박사가 2014년 12월16일자 미국 군사잡지 〈화학·생물·방사능·핵 포털(CBRNe Portal)〉과 나눈 인터뷰에 잘 드러나 있다.
“주한미군이 있고, 위험한 생물학 시료를 미국 본토가 아닌 곳에서 분석 실험이 가능하도록 프로그램을 설치하기에는 한국이 가장 우호적인 나라이기 때문이다. 원한다면 언제 어디서건 실험이 가능하다. 또 실험에 실패하더라도 어느 정도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미국 국방부에서 매년 미국 의회에 예산을 요구하는 항목인 국가생화학무기방어체계의 핵심 프로그램 중 하나가 주피터다. 미군은 2013년부터 서울 용산 기지 및 경기도 오산 기지를 시작으로 한반도 전역의 미군기지에서 주피터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이를 위해 한국 정부와 체결한 조약이 바로 2013년 10월의 ‘생물무기 감시포털 구축 협약’이다. 이후 한국에서 탄저균, 두창, 페스트, 야토 등 10여 종의 맹독성 생물학 작용제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2018년까지 국내 기지 대부분에서 주피터 체계를 완료한 주한미군은 이를 보완하는 센토(CENTAUR) 프로그램을 시행하면서 주피터와 통합 운영하기에 이르렀다.
국내 주피터 및 센토 체계의 성공적 구축은 한반도가 미국 생물무기 방어전략의 중심 무대가 되고 있다는 뜻이다. 주한미군의 관련 시설들에서는 전 세계 미군기지가 취급하는 생물무기 시료에 대한 검출·검증 작업이 미국 본토를 대신해서 진행된다. 주피터 및 센토 프로그램 시행 과정에서 살아 있는 병원체를 한국으로 보내 분석하는 작업은 방위산업체인 배틀리 사가 담당한다. 미국 정부와 고액 계약을 맺는 100대 방산기업 중 하나인 배틀리는 한국 내 주피터 프로그램을 주도했고, 센토 운영에도 관여하고 있다.
그런데 이 배틀리가 운영하는 해외 미군기지 세균실험(생물무기)에서 2018년에 대형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지아공화국 주둔 미군기지에서 17㎞ 거리에 자리한 생물학 실험실에서 사망자 73명을 낸 안전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발생 초기 비밀에 부쳐졌던 이 사고는 조지아공화국 전임 안보장관의 양심선언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사고 시설은 미국과 조지아공화국 정부 사이의 합의서에 따라 오직 미군 및 미국 외교관만 출입할 수 있는, 면책특권이 부여된 곳이었다. 이 시설의 경우, 비밀 군사 프로그램을 위해 인간의 혈액 시료와 독성물질 등이 반입되어 생물무기 개발에 활용되었다고, 조지아 전임 안보장관은 폭로했다.
이 시설에 대한 조사 결과, 곤충을 이용한 생물무기 개발 정황도 드러났다. 수년 전 동유럽을 휩쓴 지카바이러스를 지닌 모기와 이 실험시설이 관련되어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었다. 러시아 측은 주한미군의 주피터 프로그램 등 전 세계 25개 미군기지에서 유사한 생물무기 실험이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위협감소국(DTRA)의 자금 지원을 받아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군사용 세균무기 실험 도중 실수가 생기면 주변 민간인 거주지가 가공할 피해를 당한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한다. 우희종 교수는 “자연계의 병원체와 달리 지속적으로 생물무기로 개발된 병원체의 위험성은 잘 알려져 있다. 화학무기인 사린 신경가스의 경우, 1700t으로 서울 인구의 50%를 사망하게 할 수 있다. 그런데 생물무기로 개발된 탄저균은 단 17㎏으로 동일한 효과를 낼 정도로 치명적이다”라고 말했다.
1968년, 미국 유타주 사막지대에 자리한 미 육군 세균실험기관인 더그웨이 연구소에서 안전사고가 났을 때, 인근 목장들에선 실험실에서 날아온 포자로 인해 4000여 마리 양이 떼죽음을 당했다.
역사상 세균실험실에서 유출된 포자로 가장 많은 사람을 희생시킨 사건은 구소련에서 발생했다. 1979년 모스크바 동남쪽 1500㎞ 지점에 위치한 작은 공업도시 스베르들롭스크(현 예카테린부르크)의 군 실험실에서 유출된 탄저균 포자로 약 2개월 동안 수많은 시민이 사망했다. 사건 직후 소련 당국은 스베르들롭스크의 한 도축업자가 탄저병에 걸린 소를 도축해 암시장에 내다팔다가 일어난 사고였으며 사망자는 모두 68명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당시 연구에 참여한 생물화학자 켄 알리백 박사는 미국으로 망명해 다음과 같이 폭로했다. “군사용 탄저균 실험 중 포자가 공기 중에 유출돼 인구밀집 지역으로 바람을 타고 날아가면서 근처 도자기공장 직원 등 최소 2000명 이상의 스베르들롭스크 시민들이 사망했다.”
군사용 탄저균이 일반인을 덮친 재앙은 미국에서도 일어났다. 2001년 9·11 테러 직후 당시 미국 의회 건물과 주요 언론사에 탄저균이 묻은 우편물이 도착했다. 이 사건으로 모두 5명이 사망하고 22명이 감염되었다. 범인은 미군 생물방어연구실험실에서 근무하던 인물로 밝혀졌다.
부산시의 대응과 경기도의 대응
2015년 5월 미국 국방부는 활성 탄저균을 세계 곳곳의 미군기지 세균실험실로 배송했다. 그해 5월27일, 한국의 오산 미공군기지에서는 미국 공군 5명, 미국 육군 10명, 미군 군속 3명, 한국인 시민 4명 등 모두 22명이 활성 탄저균에 노출돼 격리치료를 받고 실험실을 일시 폐쇄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지속되는 미군 세균실험에 대해 주한 미군부대 인근 주민들이 불안에 떠는 이유다. 그러나 부산시는 8부두 세균실험실에 따른 시민들의 불안엔 속수무책이다. 대책을 요구하는 시민들에게 ‘생물테러 대응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식의 사실상 동문서답으로 일관하는 것이 고작이다. 독성 생물물질 탐지장비 구입용으로 예산 1억5000만원을 책정하기도 했다. 부산 시민단체들은 이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주민투표 추진위 전미봉 상황실장은 “주피터 프로그램에 대한 대책이 아니라 주피터 프로그램을 부산시가 실질적으로 나서서 보장해주는 데서 더 나아가 시민 예산으로 지원까지 해주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말했다.
주한미군 세균실험 시설에 대한 부산시의 이런 대응은 경기도와 대비된다. 경기도는 2015년 오산 기지에서 발생한 활성 탄저균 반입 및 노출 사건을 계기로 ‘경기도 주한미군기지 및 공여구역 환경사고 예방 및 관리 조례’를 제정했다. 이 조례는 경기도 소재 주한미군과 비상 연락체계를 구축하고, 각종 환경 관련 정보의 공유는 물론 환경오염과 사고 시 상호 통보, 현장 접근, 공동조사, 치유 조치 등에 관한 협력사항 등을 정해두었다. 또 미군 시설에 의한 환경사고로 주민들의 생명·안전·재산·자연환경의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주한미군에 피해 배상을 청구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재정 의원은 “주한미군 세균실험에 대한 경기도의 대응은 지자체가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아주 의미 있는 사례다. 부산시도 미군의 8부두 세균실험에 대응해 시민 안전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직선거리 300여m 아래로 부산항 8부두 시설이 내려다보이는 남구 우암동 달동네에서 미군 세균실험실 철폐 운동을 벌이고 있는 ‘대연우암공동체’ 손이헌 대표(66)는 이렇게 말했다. “미군 말대로 세균실험이 그렇게 안전하다면 뉴욕이나 워싱턴에서 하지 왜 하필 부산에서 하는가? 8부두에서는 바람이 바로 우리 동네로 불어온다. 우리 세대야 살날이 얼마 안 남았지만 유사시 자녀와 손주들에게 일어날 일을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하다. 동네 주민 수백 명이 뭉쳐 138일째 8부두 근처에서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때 원자폭탄이 투하된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는 현재 사람들이 산다. 그러나 1942년 단 한 번 탄저균 실험을 진행한 영국의 그뤼나드섬은 이후 약 50년 동안 사람이 출입할 수 없는 불모지로 남겨졌다.
정희상 기자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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