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 지망생 외국항공사 가는 이유

머리모양, 색깔 등 복장 규정 자유로워
외항사·저가항공사 공격적 채용
나이 등 보이지 않는 장벽도 낮은 편
외국 항공사에선 규정에 어긋나지만 않는다면 머리를 빨갛게 염색해도 괜찮아요. 단발, 반 묶음, 포니 테일 형태도 가능하죠. 초록색 아이섀도, 새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원하는 반지와 팔찌를 차고 일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어요!

지난해 동남아 지역의 한 저가항공사에 지난해 입사한 임미성(가명)씨는 인천·방콕·홍콩·멜버른으로 한 달에 7~8번씩 비행한다. 그녀는 처음부터 외항사 취직을 계획했다. 외항사의 자유로운 복장 문화가 자신에게 맞고, 취업 가능성도 국적기에 비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항공사의 입사 초봉은 2000만원 초반대이다. 비행거리에 따른 수당으로 3000만원 전후의 연봉을 받는 승무원들도 많다.

"승무원 취업은 외항사가 대세"

항공기의 ‘꽃’으로 불리는 승무원 지망생들이 국적기인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대신 외항사와 저가 항공사로 몰리고 있다. 글로벌 여행수요가 증가하면서 외항사와 저가항공사들이 부족한 승무원들을 해외에서 수혈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항공사들은 연봉 3500만원(상여금·수당 포함)부터 시작하는 국내 항공사보다 급여는 낮다. 그러나 중국 남방항공(초봉 4000만원 이상)처럼 높은 초봉을 제시하는 회사도 있다.

외항사와 저가항공사는 공격적으로 승무원 채용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제주항공 470명, 진에어 180여명, 에어부산은 100여명을 뽑은 것으로 알려졌다. 3개 항공사 모두 2014년 대비 60~70% 이상 채용을 늘렸다. 베트남항공·동방항공·카타르항공·ANA항공 등 외항사들도 한국 승무원 채용을 늘리고 있다. 특히 아랍에미레이트 항공은 지난해 A380을 도입한 뒤 전 세계에서 5000명 이상의 승무원을 뽑겠다고 밝혔다. 한국 승무원 100여명을 채용했다. 

승무원 훈련을 시키는 각종 전문대와 전문학교에서 운영하는 항공운항과가 10년 전엔 10개 미만이었지만 지금은 50여곳으로 늘었다.

한국항공전문학교 김민철 팀장은 “승무원 지망생이 부쩍 늘어난 반면, 국적기의 채용인원은 큰 변동이 없어 외항사·저가항공사에 몰리고 있다”고 했다. 아시아나와 대한항공은 각각 매년 600여명가량의 객실승무원을 뽑는다. 숫자 자체는 많지만, 채용 규모는 매년 비슷하다. 

국내 대표적인 승무원 취업 전문학교인 인하공업전문대학 항공운항과는 지난해 정원 190명 중 120명이 항공사에 취업했다. 이영희 인하공전 항공운항과 학과장은 “대한항공에 취업하지 못해 재수, 삼수하는 학생들이 외항사나 저가항공사에 먼저 취업하고 나중에 경력직으로 국적기에 돌아오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5년 전만 해도 외항사나 저가항공사에 관심 없던 학생들이 최근엔 달라졌다. ‘외항사 준비반’을 별도로 꾸려 운영 중이다. (승무원 학원 관계자)

최대 월급 600% 상여급 지급

승무원 준비생들은 외항사와 저가항공사의 강점이 자유로운 복장과 조직문화, 복지혜택이라고 말한다. 싱가포르 항공의 기본급은 월 220만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성과가 좋은 승무원에게 최대 월급의 600% 상여금을 지급한다.


주택보조비, 세탁비, 체류비 등을 포함하면 연봉 4000만원을 훌쩍 넘는다는 것이 항공업계 이야기다. 중동·유럽의 항공사들은 승무원들을 현지 5성급 호텔에 묵게 한다. 파격적인 항공권, 식음료 할인 혜택을 주기도 한다. 

저가항공사인 제주항공·진에어·이스타·티웨이 항공의 승무원 초봉은 2500만~2800만원이지만 문화가 자유롭고 비행횟수가 적은 편이다. 진에어 항공 승무원들은 청바지와 셔츠, 운동화 차림으로 객실에서 손님을 안내한다. 

외항사는 입사 연령 규정이 국적기보다 덜 까다롭다. 서울 시내의 한 승무원 준비학원에 다니는 이모(27)씨는 “나이 때문에 외국 항공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여성은 27세, 남성은 31세를 넘으면 합격하지 못한다는 속설이 있다”고 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2007년 만 23~25세로 정해둔 연령제한을 공식적으로 폐지했다. 그러나 여전히 대다수의 합격생은 23~26세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반면 에어프랑스·캐세이 퍼시픽·에미레이트 항공·바스피 브라질항공은 제한이 없다. 루프트한자(30세), 영국항공(30세), 바레인 걸프항공(34세)은 30세가 넘어도 지원 가능하다. 외항사 비행기를 이용하면 30~40대의 여성 승무원들을 자주 만날 수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jobsN 블로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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