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트림하면 입술 잘라" 美시험문제까지 아시아인 혐오

이벌찬 기자 2021. 4. 5.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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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미국 캐롤튼 파머스 브랜치(Carrollton-Farmers Branch) 교육구의 교육감이 한 중학교에서 중국인을 노골적으로 비하하는 내용이 담긴 시험 문제를 출제한 것에 대해 "단순한 단어 선택 실수"라고 해명하고 있다./트위터 캡처

미국 텍사스주(州)의 한 공립 중학교에서 중국인을 노골적으로 비하하는 내용이 담긴 시험 문제를 출제해 인종 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현지 아시아계 학부모들은 학생들을 차별 없이 보호해야 할 학교가 오히려 인종 증오 범죄를 자행하고 있다며 분노하고 있다.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미국 텍사스주 캐롤튼⋅파머스 브랜치(Carrollton-Farmers Branch, CFB) 교육구의 블레이락(Blalack) 중학교 사회 과목 시험에는 ‘중국 사회 규범으로 올바른 것을 고르시오’라는 문제가 출제됐다. 문항의 선택지는 ‘중국에서는 식당에서 트림을 하면 입술을 자른다',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아이가 사탕을 훔치면 몽둥이로 50대를 때린다',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개와 고양이를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등 3개였다.

CFB 교육구의 한 중학교에서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출제된 사회 과목 시험 문제. '다음 중국에 대한 설명 중 올바른 것을 고르시오'라는 질문에 아래와 같은 선택지가 주어졌다: A. 중국에서는 식당에서 트림을 하면 입술을 자른다 B.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아이들이 사탕을 훔치면 몽둥이로 50대를 때린다 C.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개와 고양이를 즐겨 먹는다

CFB 교육구의 아시아계 학부모와 졸업생들은 아시아인을 조롱하는 시험 문제가 출제됐다며 즉각 항의했다. 한국계 대학생 조이 림(Joy Lim)은 이날 트위터에 시험 문제를 찍은 사진을 올리고 “6학년인 내 동생이 오늘 풀어야 했던 문제”라며 “이 같이 교육 시스템 안에서 반복되는 무분별하고 폭력적인 언어와 행위가 반(反) 아시아인 범죄와 인종 차별이 (미국에서) 계속되도록 만들었다”고 썼다. 림씨는 CFB 교육구에 공식 항의서한도 보냈다.

세계 최대 청원사이트인 ‘체인지닷오아르지’(www.change.org)에 ‘교실에서 아시아인 혐오를 멈추라’는 제목으로 CFB 교육구의 성의 있는 대처를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왔다./체인지닷오아르지 캡처

문제가 불거지자 CFB 교육구 교육감은 지난달 31일, 트위터 계정에 영상을 올려 사과했다. 그러나 “시험 문항에 부적절한 단어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을 뿐 인종 차별과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출제 관련 교사 세 명에 대해서는 해고가 아닌 유급 정직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종 차별 행위를 단순 실수로 축소 해석해 비호했다‘는 비판이 들끓자 교육구 교육감은 다음날(이달 1일) 다시 공개 사과했다. 이 자리에서 교육감은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부적절한 언어는 모욕적이고 상처를 주는 것이었고, 특정 인종을 비하하는 행동과 언어 사용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교육구에서 사안에 대한 진상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지, 관련 교사들에 대해 추가 징계를 내릴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인종 차별적인 시험 문제를 출제한 미국의 한 중학교에 대해 폭스뉴스가 보도했다./폭스4 캡처

미국 거주 아시아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댈러스 생활망'에는 “CFB 교육구는 백인 학생과 아시아인 학생 수가 비슷하고,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이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한다”면서 “이런 교육구인데도 아시아인 차별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대응하는 것을 보면 미국 교실에서 아시아인 학생들이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 청원사이트인 ‘체인지닷오아르지’(www.change.org)에는 ‘교실에서 아시아인 혐오를 멈추라’는 제목으로 CFB 교육구의 성의 있는 대처를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온 상태다.

CFB 교육구는 아시아계 학생이 많고, 외국인 비율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백인 학생이 전체의 12.24%를 차지하는데, 아시아계 학생이 11.7%를 차지한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도 전체의 3분의 1에 달한다./CFB교육구 공식홈페이지 캡처

코로나 대유행 이후 미국에서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 범죄는 늘고 있는 추세다. 코로나가 중국 우한에서 기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인 사회를 포함한 아시아계 전체에 대한 증오 범죄가 많아진 것이다. 시민단체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에 대한 혐오 중단(Stop AAPI Hate)’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3월 19일부터 올해 2월까지 총 3800여 건의 아시아계 혐오 사건이 접수됐다. 하루 평균 11건꼴이다.

텍사스주에 거주하는 한국인 이모(32)씨는 본지에 보낸 메일에서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시아인 학생들이 최근 증오 범죄의 타깃이 되고, 교실에서조차 보호 받지 못하는 상황이 가슴 아프다”며 “국적과 배경 상관 없이 아시아인들이 힘을 합쳐 미국 내 인종 차별 문제에 목소리를 내야 할 때가 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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