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한번 다시 나왔으면 하는 추억의 스니커 10
에어맥스, 에어 조던, 에어 포스 원, 슈퍼스타, 컨버스. 유행의 흐름이 한 바퀴 돌면서 거의 모든 스니커 또한 저마다 제 2의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여전히 그 행방이 묘연한 스니커들도 있으니, 이들은 지금 이순간에도 누군가의 전유물로만 남아 박스 안에서 가수분해 중이다. 당장이라도 다시 신고 싶은, 정말 좋아하던 그 스니커는 언제쯤 다시 돌아올까?
1990년대부터 2019년인 지금까지, 운동화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10명의 ‘스니커 아재’들이 나이키, 아디다스, 푸마, 리복, 뉴발란스 등의 아카이브를 뒤져 골랐다. 꼭 한번 다시 발매됐으면 하는 지난 영광 혹은 추억의 스니커 10켤레.
나이키, 세이즈믹
개인적으로, 나이키 ‘알파 프로젝트’가 건재하던 시절을 스니커의 황금기로 본다. ‘알파’를 이루는 다섯 알파벳을 하나씩 넣은 동그라미 다섯 개가 박힌 은색 박스를 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떨렸다. 프레스토부터 쿠키니, 줌 헤이븐까지, 여러가지 기묘한 신발들이 여럿 있었지만, 가장 다시 보고 싶은 건 에어 줌 세이즈믹이다. ‘남 / 노’와 ‘검 / 은’이 가장 인기가 많았지만 가장 예뻤던 건 ‘회 / 은’이다. 최근 일본에서 일부 색상의 재발매 소식이 들려온다. 박태일, <벨보이> 편집장
나이키, 덩크 하이 프로 SB ‘트위드’
2004년 카시나에서 처음 발매했던 나이키 SB의 덩크 모델이 바로 이 ‘트위드’였다. 당시 불모지였던 스케이트 보드 시장에 나이키가 호기롭게 출사표를 던졌던 때. 그리고 그맘때를 스니커 시장의 가장 눈부셨던 시절로 기억한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운동화’라는 단어 대신 ‘스니커’란 말을 더 많이 사용하기 시작했고, 스니커로 시작된 열기는 패션과 라이프스타일까지 잠식하며 모든 문화를 섭렵했다. 개인적인 소회를 밝히자면, 나는 그 즈음에 카시나에 입사했고, 나이키 SB를 포함한 수많은 스니커들의 흥망성쇄를 현장에서 목도했다. 지금의 ‘래플’과는 또 다른 과거의 ‘캠핑’ 현장에서 많은 친구를 만났고 과거의 스니커들은 그 친구들과 나누는 최고의 안주감으로 남아 있다. 추억 속 스니커 무용담의 시발점인 나이키 덩크 하이 프로 SB ‘트위드’가 꼭 한 번 다시 발매되기를 고대한다. 김경업, 카시나 세일즈팀
나이키, 허모사
90년대 말, 나이키의 드문 캔버스 모델 허모사는 컨버스 올스타와 궤를 같이하며 ‘국민 스니커’로 떠올랐다. 무엇보다 허모사는 교복에 가장 잘 어울리는 스니커로, 당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여느 스니커와 마찬가지로 색상별로 인기가 달랐는데, 레드, 화이트, 네이비, 데님의 다섯 가지 중 최고의 인기는 늘 데님 모델의 차지였다. 실제로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는 것 역시 데님 모델. 벌써 30년, 군데군데 세월의 흔적이 가득한 허모사를 보고 있으면 다시 직접 신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하지만 애장품을 신어 없앨 수 없는 노릇, 매일 신는 캔버스화의 용도로 나이키 허모사의 재발매를 간절하게 기다린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에어 조던과 리바이스의 협업처럼, 유명 데님 브랜드와 함께 출시했으면 한다. 물론 과거의 그 데님 빛깔 그대로. 최근 리바이스 엔지니어드 진마저 다시 출시된 바, 허모사의 부활 또한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우진, 네이버 카페 ‘나이키매니아’ 운영진
나이키, 에어 조던 11 ‘스페이스 잼’
지난 12월의 나이키 에어 조던 11 ‘콩코드’의 재발매 대란은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얼마나 많은 스니커 마니아들이 이 전설적인 스니커에 열광하는지를 증명했다. 꼭 다시 출시되었으면 하는 제품을 하나만 고르자면, 마이클 조던의 <스페이스 잼> 출연을 기념해 출시된 에어 조던 11 ‘스페이스 잼’이다. 마이클 조던의 등번호 45번에 얽힌 컴백 스토리를 제외하고서라도, 에어 조던 11 ‘스페이스 잼’은 그 자체로서 영롱하게 빛난다. ‘OG’ 스니커마니아나, 젊은 스니커헤드 구분할 것 없이, 에어 조던 11 ‘스페이스 잼’이라면 모두가 기꺼이 캠핑 의자를 꺼내 홍대 조던 매장 앞에서 밤을 지새울 것이다. 그만큼 에어 조던 11가 가지고 있는 가치는 영속적이며, 미래 지향적이고, 과거지향적이며 또한 현대적이다. 이성수, 나이키 마케팅팀
나이키, 에어 웜 엔디스트럭트
왕년의 ‘대박 아이템’을 사골 마냥 우려내며 10대부터 50대까지, 지구인들의 운동화 취향을 하나로 모으고 있는 나이키가 단 한 번도 꺼내지 않은 바로 그 신발은 바로 나이키 에어 웜 엔디스트럭트(Air Worm N’destrukt)다. 이는 1996년 당시 시카고 불스에서 활약하던 데니스 로드맨의 첫 번째 시그니쳐 신발이기도 하다. 지금은 정치적 이슈로 더욱 유명해진 로드맨이지만 당시만 해도 어마어마한 리바운드 능력과 센스로 시카고 불스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특히, 각종 기행을 동반한 수비 능력으로 상대팀의 멘탈을 탈탈 털어버리던 그의 별명은 ‘Worm’이었는데, 나이키는 조롱의 의미가 담긴 이 별명을 ’Air Worm’으로 아름답게 승화해 버렸다. 귀걸이를 비롯, 요란한 액세서리를 즐기던 로드맨에서 착안해 지퍼와 뒷꿈치 부분에 고리를 넣은 점도 꽤나 인상깊다. 단 한 번도 다시 출시되지 않은 탓에 가수분해된 신발을 버리지 못하고 화분으로 쓰고 있는 것을 인스타그램에서 목격한 바, 나이키가 이 신발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전세계 30, 40대 ‘아재’들에게 선물로 선사하길 기대해 본다. 윤주원, LG 하우시스 홍보팀
에어 이지 1 ‘젠 그레이’
2009년, 스니커 신이 지금처럼 팽창하기 이전에 나온 에어 이지 1 ‘젠 그레이’ 컬러는 당시 오직 한국 카시나에서만 발매했었다. 제법 많은 양으로 발매돼 굳이 캠핑을 하지 않더라도 손에 넣을 수 있었던 스니커는 2019년 현재 약 200만 원의 리셀가를 기록하고 있다. 따로 떼어서 보면 여러 나이키의 모델을 조합한 것 같은 디자인, 하지만 이 신발은 이후의 두툼한 하이톱 스니커의 유행을 선두하기도 했다. 스포츠 스타가 아닌, 엔터테이너의 이름을 내세운 최초의 스니커. 이 에어 이지 시리즈가 더 간절한 건, 칸예 웨스트와 나이키의 틀어진 관계로 세상에 다시 없을 스니커로 남았다는 사실 때문. 하지만 최근 칸예와 나이키가 비밀리에 접촉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으니, ‘절대’라는 말은 잠시 넣어 두어도 좋겠다. 유회돈, 브랜드 ‘모우’ 대표
나이키, 에어 포스 원 ‘인디펜던스 데이’
나이키가 매년 대대적으로 이벤트를 펼치는 모델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바로 에어맥스와 에어 포스 1. 특히 에어 포스 1은 1990년대를 대표하는 스니커라고 할 수 있다. 압구정이 패션의 성지로서 기능하고 이태원이 강매의 온상으로 범접하기 어려웠던 시절, ‘멀티샵’이라고 불렀던 유명 편집숍에서는 나이키 에어 포스 1의 진귀한 모델들을 직접 수입해 팔았다. 당시의 에어 포스 1 각 모델에는 색상과 특징을 딴 저마다의 별칭이 있었는데 빨간색은 ‘고추장’, 은색은 ‘멸치’, 검 / 흰 배색은 ‘달마시안’ 등으로 불렸다. 당시 에어 포스 1 한정판 모델은 약 20 ~30만 원에 거래됐는데, 당시 아르바이트 월급이 50만 원 안팎인 걸 고려하면 이는 꽤 상당한 금액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비싼 리셀가로 꼽히는 모델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1997년 미국 독립기념일을 기념해 출시된 에어 포스 1 ‘인디펜던스 데이’. 당시 ‘인디 포스’라고 불리우던 모델의 거래가는 약 70만 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발매로부터 22년이 지난 요즘도 가끔 ‘인디 포스’를 검색하며 당시를 회상하는데, 빨간 ‘볼록이’ 스우시와 광택이 빛나는 남색 어퍼 그리고 하얀색의 ‘쭈글이’ 가죽은 여전히 영롱하다. 이 아름다운 스니커를 그저 바라만 봤던 유년 시절을 지나 이제는 어엿한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왜 재발매 소식은 기다려도 들리지 않는 걸까. 고병재, <하입비스트> 세일즈팀
푸마, GV 스페셜
아디다스의 슈퍼스타, 리복의 인스타펌프 퓨리, 나이키의 에어맥스, 에어 포스 1, 에어 조던 등 왕년에 이름 좀 날렸던 ‘네임드’ 스니커들은 모두 2000년대 이후, 제 2의 전성기를 한 번씩 누렸다. 한데, 아직까지 그 영광의 빛을 다시 못 본 비운의 스니커가 있으니 그건 바로 푸마의 GV 스페셜이다. 1990년대 말 유행했던 당시의 ‘스트리트 패션’ 사진을 돌이켜보면 열 중에 한 명은 꼭 신고 있었던 ‘레전드’ 스니커. 1980년대 테니스를 위해 처음 만들어진 GV 스페셜 시리즈는 사실 지금까지도 꾸준히 발매되고 있는 스테디 모델이다. 하지만 과거 압구정 로데오 및 강남역 타워레코드 앞을 호령했던 하늘색과 오렌지색, 연두색의 클리어 아웃솔 모델만큼은 사진조차 구하기가 어렵다. 헐렁한 배기 팬츠와 커다란 티셔츠의 유행이 20년 만에 다시 돌아온 지금, 그것과 함께 신었던 GV 스페셜 클리어솔 모델의 부활을 간절히 기다린다. 김현우, 비디오그래퍼
푸마 x 미하라 야스히로, MY-9
2000의 시작과 함께, 미하라 야스히로는 푸마와 손잡고 대대적인 스니커 컬렉션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 규모를 가늠할 수 없는 수준, 푸마와 미하라 야스히로의 스니커 컬렉션은 어립잡아 100가지에 달한다는 소문이다. 모든 모델에는 저마다 고유한 번호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2000년대 중반 무렵 가장 인기가 많았던 모델은 9번과 16번이었다. 슈퍼카를 연상케하는 실루엣과 미래적인 디테일. 푸마 미하라 야스히로의 스니커 컬렉션에는 요즘 어글리 스니커에서 찾아볼 수 없는 날렵한 멋이 있었다. 트렌드란 돌고 도는 것, 2000년대 중반의 부츠컷과 날렵한 스니커의 유행 또한 머지 않아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그때 가장 먼저 이 푸마 x 미하라 야스히로의 9번 스니커를 신고 싶다. 박태윤, 타투이스트
뉴발란스, 992
故 스티브 잡스가 생전 신었던 단 하나의 스니커는 뉴발란스 990도, 993도 아닌 바로 992였다. 일찍이 단종돼 지금은 중고 매물로나마 겨우 만나볼 수 있는 귀한 모델. 2006년 첫 선을 보였고 이후 2009년에는 후계자인 993에게 영광의 자리를 내어주고 물러났다. 990, 991, 993 모두 여러 버전으로 새롭게 출시되고 있지만, 992만큼은 어쩐지 다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아마도 뉴발란스는 이 992를 스티브 잡스에 헌정하기로 한 것 같다. 스티브 잡스의 사후 10주년인 2021년쯤에는 한번쯤 나오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하고 있다. 서두영, MCN 프로듀서
Editor Seungho 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