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했으면 대출 받았을까..기약없는 '코로나 한파' [KBO 새 시즌 어떻게 버티나 ②]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입력 2021. 1. 2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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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지난해 10월1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무관중으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KBO 리그 관중수는 2019년 728만명이었다. 이 수치는 지난해 32만명으로 95.5% 줄었다. 이를 입장수익으로 환산하면 858억원이 45억원이 된 것이다. 프로야구 구단들의 수입은 적게는 30%, 많게는 60% 이상 사라졌다.

코로나19의 한파는 대표적 ‘대기업 스포츠’인 프로야구에도 밀어닥쳤다. 구단들은 당장 돈이 급해졌다. 롯데는 모그룹 계열사인 롯데캐피탈에서 50억원의 대출을 받았고, 두산 역시 이천 훈련장을 담보로 290억원 운영자금을 차입했다. 대기업 구단이라고 해서 모그룹이 덮어놓고 도와줄 수 없다. 코로나19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은 올해 그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구단은 올해 또 한 번 괴멸의 위기와 싸워야 한다.

프로야구단의 수입은 보통 입장권 판매수익 그리고 광고수익 마지막으로 물품판매나 부대시설 수익, 중계권료 등이 합산된 기타 수익으로 구분된다. 올시즌 입장권 판매수익은 예년에 비해 여전히 반 토막 이하의 수치가 예상된다. 광고수익 역시 광고를 하는 기업들의 경영난으로 감소세다. 게다가 물품판매나 중계권료 등은 아직 구단운영에 미치는 영향력이 미비하다.

수입이 없다면 지출을 줄이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키움 강태화 상무는 “구단이 운영비를 줄이는 부분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야구는 직접 팬들이 야구장을 찾아 경기를 보면서 느끼는 즐거움이 매출이 기반인데 대부분의 운영비가 선수단 운영과 관련된 부분이라 전력을 위해서라도 줄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마트 구단으로 이름을 바꾸는 SK의 마케팅 담당자 역시 “야구단은 선수단 인건비 등 대부분의 비용이 고정비용이다. 큰 폭으로 감소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지난해까지 마케팅을 담당했던 두산 이왕돈 홍보팀장은 “관중이 적으니 시설이나 관중을 관리하는 비용도 적지 않겠냐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겠지만 실제 지난해 7월 10% 관중이 들어갔을 때 투입되는 용역이 오히려 잠실야구장 2만5000명, 만석인 경우보다 더 많이 들었다. 지난해부터는 방역과 관련된 인력도 필요하지 않나. 농구와 배구가 관중입장이 가능하지만 아예 무관중으로 가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오프라인 활동이 크게 줄어든 프로야구에는 온라인 마케팅 활동이 늘었다. 각 구단은 ‘랜선응원’ 등 온라인 이벤트를 열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아직은 초보적인 수준이라 새로운 수익원이 되지 못한다. 롯데 김종호 마케팅 팀장은 “새로운 수익원 개발은 지속적인 목표이고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제한된 투자여건과 코로나19로 인한 마케팅 활동 제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18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 NC 다이노스 경기를 야구팬들이 거리두기를 지키며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과거와 달라진 움직임도 있다. 한화는 최근 유의미한 변화를 시도했다. 매년 비시즌에 선수들과 팬들이 스킨십을 할 수 있는 행사 ‘독수리 마당’을 진행해오고 있는데 올해는 오프라인, 온라인 등 행사를 없애고 팬송의 녹음과정을 숏폼 콘텐츠로 만들었다. 한화는 이 콘텐츠를 유튜브에서 990원 결제하는 멤버십 회원에게 먼저 공개하며 차후 일반 유튜버 사용자들에게 문을 열 예정이다.

한화 마케팅팀 손근우 대리는 “오프라인 시즌권 판매를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 디지털 시즌권 개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지금 당장 유튜브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양질의 콘텐츠를 통해 구독자를 늘리면 이후 광고 연계 등을 기대할 수 있는 파이로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수입은 줄고 지출은 줄일 곳이 없으며 수익원 역시 요원하다. 구단들은 KBO와 지방자치단체 등 리그를 감싸고 있는 조직과 관의 도움을 필요로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구단 관계자는 “구단들이 구장 사용료를 납입하면 수익사업을 자체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광고권이나 F&B, 네이밍라이츠 등 관련 규정에 명확히 표기되지 않은 부분은 지자체에서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며 스포츠산업진흥법의 개정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구단의 관계자 역시 “프로야구단의 경우 지역연고는 주민들의 여가생활에 즐거움을 주는 혜택의 일환이라고 생각해주면 좋을 것 같다. 늘 지자체의 단체장이 바뀌면 규정이 바뀌어 예측 가능성이 적다. 구장에 들어온 일반 기업으로 볼 것이 아니라 주민들 삶의 질과 연동하는 기업이라는 공감대를 늘려줬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고 덧붙였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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