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들은 왜 손가락에 침을 바를까? 스핏볼/머드볼/에머리볼[야그알]
[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마운드 위 투수는 사방의 카메라가 찍고 있는데도 손가락을 혓바닥에 대며 연신 침을 묻힌다. 최근 논란이 된 롯데 김진욱도 그랬다. 손맛을 보는 것은 아닐 테고 ‘왜’ 그럴까?
책장(冊張)을 넘길 때 손가락에 침을 바르면 페이지가 손가락 끝에 붙어 착착 잘 넘어간다. 손가락과 책이 조금 더러워지는 단점은 있지만 말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인 이덕무 선생은 후학을 위한 수양서인 《사소절(士小節)》을 통해 일상생활에서의 예절과 수신에 대한 교훈을 설명했다.
<교습(敎習)> 편에서 책을 읽을 때 손가락에 침을 묻혀 책장을 넘기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책을 아껴 보라는 의미인데, 이는 책뿐 아니라 화폐를 셀 때도 통용되는 예절이다. 여기엔 위생상의 이유도 있었을 터.
지금은 사라졌지만, 20세기 초반까지 메이저리그에서는 스핏볼(spitball) 전문 투수가 있었다. 스핏볼은 투수가 공에 침을 발라 던지는 투구를 말한다.
투수가 공에 침이나 바셀린처럼 미끌거리는 물질을 발라 패스트볼을 던지면 회전이 상대적으로 덜 걸리는데, 그러면 공은 직구처럼 반듯하게 날아가다가 홈 플레이트 앞에서 떨어지는 궤적을 그리게 된다. 일종의 포크볼이나 너클볼과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1921년부터 스핏볼을 금지했는데, 그 이유는 부정 투구 논란과 위생 문제였다. 스핏볼을 금지하며 발생한 긍정적 효과도 있었는데, 바로 커브, 슬라이더 등 변화구의 발전이 그것이다.
그런데 요즘 투수들도 자신의 손가락에 침을 묻히고 있다. 그렇다면 여전히 스핏볼이 존재하는 게 아닌가.
야구 규칙 8.02를 보면 투수가 투수판을 둘러싼 18피트(5m)의 둥근 원 안에서 투구하는 맨손을 입 또는 입술에 대는 행위, 또는 공과 손 또는 글러브에 침을 바르는 것을 금지한다는 규정이 있다. 그럼에도 여태껏 투수들이 손가락을 혓바닥에 대며 침을 바르는 건, 예외 사항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투수들의 행동을 보면 마운드 아래에서 손가락에 침을 묻힌 후 유니폼에 쓱쓱 닦고 나서 마운드에 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운드 위에서는 안 되지만, 마운드 아래에서는 침 바르기가 가능하다(실제로는 투수판을 밟은 채 침을 바르는 경우도 꽤 있지만).

여전히 침을 바르고 있는 건 스핏볼을 던지기 위해서가 아닌, 피부 보호가 이유일 수 있다. 회전을 주기 위해 공을 채는 손가락 끝은 순간적인 마찰 때문에 쉽게 건조해진다. 투수들은 일종의 보습을 위해 화끈 달아오른 손가락을 혓바닥에 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것.
물론 약간의 끈적임도 투구에 영향을 줄 순 있다. 스핏볼의 반대 효과다. 철봉에 매달리거나 방망이를 잡기 전에 손바닥에 침을 퉤퉤 하고 뱉는 행동엔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
사람의 타액에는 당단백질의 일종인 뮤신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 뮤신은 점막에서 분비되는데 점성이 있어 타액을 끈끈하게 해주는 성질이 있다. 즉 침을 바르면 냄새는 좀 날 수 있지만, 점성이 있어 어느 정도 끈끈이 역할을 해준다는 것이다. 일종의 타르효과다.
사람의 침 분비액 자체는 무색무취하고 본질적으로 깨끗하다. 침의 99.5%는 수분이고 나머지는 아밀라아제나 리파아제와 같은 각종 소화액으로 이 성분들은 건강을 지키는 필수 요소다.
타액은 독성 제거 능력까지 가지고 있다. 침에 냄새가 나는 이유는 입안에 있던 음식물 찌꺼기나 세포의 각질, 가래 등이 섞이기 때문이다.
야구 선수들은 침을 손가락이나 방망이 손잡이에 바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그라운드에 침 뱉는 행동을 훨씬 자주 보여준다. 타 종목 선수에 비해 유독 야구 선수들이 빈번하게 침을 뱉는다.
야구는 순간적으로 반응하는 운동이다. 긴장의 순간이 계속 이어지다가 한순간에 힘을 줘야 한다. 흥분이나 긴장을 하면 우리 몸의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는데 이때 땀이나 타액의 분비도 상대적으로 많아진다.
야구 선수의 입속에 침이 잘 고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기 중에 그라운드의 흙이나 먼지도 입으로 잘 들어오기에 꿀꺽 삼키기보다는 바깥으로 뱉는다.
한편 스핏볼과 함께 금지된 반칙 투구 행동으로는 머드볼(mudball)과 에머리볼(emeryball)이 있다.
머드볼은 진흙(mud)을 묻혀 던지는 것이고 에머리볼은 샌드페이퍼와 같은 것으로 문질러 공에 상처를 내거나 표면을 거칠게 만드는 것이다. 에머리(금강사)는 재료를 갈거나 깎는 연마재로 사용되는 광물을 뜻한다.
머드볼과 에머리볼은 불규칙적인 표면 때문에 일반적인 공의 움직임과 다른 궤적을 그리게 된다. 그래서 안타가 될 공이 빗맞아 뜬공이나 땅볼이 될 수 있다.
부정투구로 묶여 역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하는 스핏볼, 머드볼, 에머리볼. 이들은 모두 투수가 타자에게 승리하기 위한 궁리의 산물이었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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