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중반에 찾은 평생 직업, "한국의 곤도 마리에가 되고 싶어요"

박해욱 기자 spooky@lifejump.co.kr 입력 2021. 1. 4.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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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전8기만에 찾은 나의 일..정리열풍이 만든 新 시장'다크호스' 부상
경력보유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주저 말고 실행하라' 전하고 싶어
[서울경제]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전 세계적인 ‘정리 열풍’을 일으킨 곤도 마리에는 자신의 저서 ‘정리의 힘’에서 정리란 무엇인지를 이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확신에 가득 찬 이 문장이 선사하는 청량한 기운에 홀려 책을 사 읽었다. 완독 후 그에게 따라 붙는 ‘정리의 여왕’이라는 레떼르를 미리 짐작해 단순히 ‘정리 잘하는 팁’을 알려주는 정보전달자로만 생각했던 나의 우매함부터 반성했다.

책에는 정리 잘 하는 법, 그 이상의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책이 도달하고자 하는 지점을 두 가지로 정리하면, 첫째 설렘이 없는 물건은 버려라. 둘째, 모든 물건에는 자기의 자리가 있다는 것. 그리하여 남겨진 것들에 둘러 싸여 무기력한 삶을 보내다 ‘정리벽’이 시작되면서 새로운 인생이 찾아왔다고 담담히 전하는 저자. 그에게 정리는 삶을 성찰하고 다가올 내일을 준비하는 세계관에 다름 아니다.

곤도 마리에 열풍 이후 한국에도 정리전문가, 정리여왕을 표방하는 이들이 대거 나타났다. 매주 월요일 tvN에서 방영되는 ‘신박한 정리’가 큰 인기를 누리는 것만 봐도 ‘집 정리’, ‘사무실 정리’에 대한 잠재적 수요가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신승희 꽃보다 언니 공간컨설팅 대표는 ‘싱글맘’으로 오랜 기간 삶과 겨루다가 뒤늦게 자신의 정리능력을 발견하고 정리업계의 다크호스로 부상한 늦깎이 창업가다. 정리란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행위’라는 그의 정의를 따라가다 보면 곤도 마리에의 전철이 보인다. 라이프점프가 그를 만나봤다.

신승희 꽃보다언니 공간컨설팅 대표

-자기 소개 부탁 드린다.

“안녕!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일을 하고 싶어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 정리전문가 신승희 인사 드린다. 재무설계, 건강강의 등의 일을 오래 했고 작년 서울 관악구청에서 제공하는 재취업 교육을 받고 공간정리 분야에서 나만의 브랜드 ‘꽃보다 언니 공간컨설팅’을 만들어 일하고 있다.”

-씩씩한 인사 감사 드린다. 방금 언급한 바에 따르면 공간정리 직업을 시작한 계기가 남다른데.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원하는 시간에, 이런 키워드들도 있지만 그에 앞서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더 큰 돈을 벌기 위해서 시작했다고 보는 게 맞겠다.

이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 주로 영업분야에서 부지런하게 일했는데 아쉽게도 원하는 소득을 얻기가 만만찮았다. 우연찮은 기회에 공간정리에 뛰어들었는데 천직이다 싶을 정도로 만족하며 일하고 있다.“

-말씀만 듣고 보면 ‘좀(?)’ 버시는가 보다.

“(하하) 꼭 그런 건 아니다. 전보다는 확실히 나아졌다는 뜻이지. 돌이켜 생각해보면 평생 시간을 쪼개가면서까지 열심히 살았는데 수입은 왜 그렇게 적었는지... 지금은 그때와 비교하면 괄목할 만하다. 월 1,000만원도 벌어봤으니. 뭐. (하하)”

-큰 돈이네. 축하 드린다. 본인 직업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고객들의 집안정리를 대행해주는 일이다. 공간정리라는 것이 전문가의 솜씨가 돋보이는 분야다. 단순히 청소도우미를 생각하면 안 된다.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고 쓸데없이 점유하는 공간에 새로운 역할을 부여해주는 창의적인 일이다. 현재는 홀로 상담, 견적, 마케팅 등을 일인다역으로 맡고 있고 실제 공간정리는 파트너 선생님들을 모시고 하루를 온전히 들여서 수행한다.“

-공간정리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것을 보면 이쪽 분야도 경쟁이 치열할 것 같다.

“<신박한 정리>로 정리 붐이 인 것은 사실이다. 그 전에 곤도 마리에라는 일본 정리전문가가 열풍을 이끈 적도 있었다. 공간정리의 업력은 약 10년 정도는 된 것 같다. 먼저 이 시장에 들어오신 분들 중에서 전문가 평가를 받는 분들도 다수 있다. 그에 비하면 나는 ‘다크호스(?)’ 정도? (하하)

개인사업으로 시작했는데 성장탄력을 받게 된 것은 올초부터이다. 처음엔 이 일이 재밌어서 혼자 시작했던 것이 지금은 10여명 정도의 파트너분들을 모시고 진행하고 있다.“

-올초부터이면 코로나19가 계기인 셈인가.

“솔직히 말씀 드리면 생활홈서비스 매칭플랫폼 ‘미소’에 입점한 것이 효과를 발휘한 것 같다. 나중에 들어보니 미소가 청소 및 인테리어 이쪽 분야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일감을 중개해준 거지. 정리전문가로서 파트너 대우를 확실히 잘 해주더라. 고맙게 생각한다.”

-원래 청소나 공간정리, 이런 일을 즐겼나 보다.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셀프 인테리어는 좀 즐겼는데, 가령 시골 엄마집의 싱크대 리폼을 혼자 해내는 정도? 그러다가 여동생이 이쪽 분야가 유망하다고 이야기해줬다. 흥미를 곧 느껴서 정리자격증을 취득하고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코로나19로 이쪽 시장도 위축되지는 않았나.

“오히려 반대다. 아무래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져서인지, 그것도 아니면 TV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어서인지, 고객수요는 꾸준하다.”

-주로 어떤 분들이 고개인가. 또 비용은?

“아무래도 여성고객이 대다수이고 특히 집안 정리하기에 시간이 부족한 직장인 엄마들이 주로 찾으신다. 30평 중반대 아파트의 경우 90만원(8시간 기준)부터 시작한다. 통상적으로 이 정도 평형이면 150만원 내외로 책정되는데 우리가 제시하는 가격이 좀 낮은 편이다. 왜냐고? 우린 후발주자니까.(하하)”

-그런데 솔직히 아직도 의문이다. 청소는 자기가 직접 해야 하는 건데 이것을 남의 손에 맡긴다는 것이 상상이 잘 안 된다. 그것도 100만원에 육박하는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그것은 공간정리를 몰라서 하는 말이다. 죄송한 말인데, 어떤 집을 가보면 ‘우와, 이건 답이 없네’ 하는 곳도 있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정도다. 물건들이 ‘썩어 있다(?)’라고 해야 할까. (하하) 그래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현장을 마다한 적은 없다. 이럴 때 보면 이게 천직인가 싶기도 하다.

공간정리 작업을 시작하면 반나절은 물론이고 어떤 현장은 하루일정을 온전히 다 써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작업을 집주인 혼자 한다고 생각해보라. 감당이 안 된다. 게다가 우리는 전문가잖아. 서비스를 한번 받고 나면 또 찾지 않을 수가 없다.“

정리현장 비포(위) 애프터 사진제공=꽃보다언니공간컨설팅

-현장작업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공간정리의 시작은 ‘버리기’다. 버려야 공간이 나오고 그 공간에 새로운 역할을 부여할 수 있다. 어떤 현장은 버리는 것만 몇 시간이 걸린다.

그 다음은 자리 지정이다. 공간에다 일종의 역할을 정해주는 건데 아이방, 드레스방 등 아예 방의 위치를 바꾸는 작업도 포함된다. 마지막이 정리다. 이사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보면 된다.“

-하기야 대청소 한번 하고 나면 기분이 좋긴 하지. 서비스 받은 고객들의 반응도 궁금하다.

“집안 정리가 잘 안돼 있다면 그것이 꼭 성격의 문제는 아니다. 고객들마다 처한 환경이 다르다. 어떤 고객님은 남편이 위독해져서 한동안 집을 돌보지 못하다가 우리에게 연락을 주셨다. 엉망이었던 집이 질서정연하게 바뀐 것을 보고 울음을 터뜨리더라. 심경의 변화가 생긴 거지. 그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웅클했다.개인적으로는 현장을 마감한 후에 느끼는 개운함, 거기서 쾌감 같은 걸 느낀다.”

-인터뷰하면서 긍정적 에너지를 받는 느낌이다. 생활력도 강해 보이고 원래 낙천적인 성격이신 것 같기도 하고.

“‘신명나게 일하자’라는 게 삶의 모토다. (하하) 이 일이 너무 즐겁다. 우리 현장은 늘 왁자지껄하다. 적극적으로 달려 들어서 그런 거지. 말씀대로 원래 생활력이 강하다. 고향이 충북 단양인데 장녀로 태어나서 동생들 소풍 때면 김밥도 직접 싸주고 그랬다.“

-왠지 별명이 있을 것 같은데...

“신다르크! 잔다르크처럼 주도적이고 진취적으로 살고 싶은 마음에 스스로 지은 별명이다. 내가 일찍 싱글맘이 됐다. 젊었을 때 찾아온 시련을 위풍당당하게 극복하고 싶어서 닉네임에 그 기운을 넣었다. ‘신다르크 TV’라는 유튜브 방송도 진행했다. 물론 유명하진 않았지만. (하하)”

-일본의 유명한 정리전문가 곤도 마리에에게도 영향을 좀 받은 건가.

“물론 그 분 책 읽었다. 그분은 나를 모르지만 (하하) 멘토 같다고 할까. 그런 느낌을 갖고 있다.”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지.

“첫째로 꽃보다언니를 더 탄탄한 회사로 키우는 것이고 돈 많이 벌어서 즐겁게 살고 싶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이루고 싶다. 창업경영 전공으로 대학원 졸업도 목표로 하고 있다. 공간정리와 관련된 새로운 자격증을 만들어 나 같은 경력보유여성들이 새로운 일을 찾고 소득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만들고 싶다.”

-끝으로 비슷한 환경에 놓여 있는 여성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 하시라.

“나는 재무설계부터 텔레마케팅, 방문판매까지 평생 영업과 관련된 일을 했었다. 그러다 이 업계에 발을 디뎠는데 청소도우미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처음엔 자존심이 상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한번 몰두하다 보니깐 새로운 것이 보이더라. 만약 무언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두려워하지 말고 해보셨음 좋겠다. 내딛으면 그 다음 길이 보일 테니깐 말이다.”

/박해욱 기자 spooky@lifejum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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