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mula 1] 이변은 없었다, 2021 F1 스페인 그랑프리


지난 9일, 스페인 카탈루냐(Catalunya) 서킷에서 2021 F1 4라운드가 열렸다. 이번에도 메르세데스-AMG와 레드불의 선두 싸움, 맥라렌과 페라리의 상위권 경쟁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카탈루냐 서킷은 1991년 처음 문을 열었다. 길이 약 4.68㎞, 코너 개수는 16개로, F1 프리시즌 테스트 트랙으로 오랫동안 쓰여 대부분 드라이버들에게 익숙한 장소다. 하지만 올해부터 레이아웃의 변화가 생겼다. 헤어핀에 가까운 10번 코너를 완만한 곡선 구간으로 바꿨다. 주요 추월 포인트였지만, 레코드 라인이 제한적으로 바뀌며 드라이버들도 추월이 어렵다는 평을 남겼다.

역시나 1~3번 그리드에 선 루이스 해밀턴과 막스 베르스타펜, 발테리 보타스에 관심이 쏠렸다. 특히 해밀턴은 개인 통산 100번째 폴 포지션을 차지했고, 베르스타펜은 F1 100번째 레이스를 맞았기 때문에 이번 경기의 의미가 남달랐다. 페라리의 카를로스 사인츠 주니어와 샤를 르클레르는 이전보다 출발 순서를 끌어올려 각각 4번, 6번 그리드에서 출발했다.


경기 시작. 베르스타펜이 첫 번째 코너에서부터 스칠 듯 말 듯 한 추월을 선보이며 1위로 올라섰다. 르클레르 역시 보타스를 넘어 3위로 달리며 기분 좋게 레이스를 시작했다. 포르투갈에서 여유롭게 상위권으로 달리던 세르지오 페레즈는 한풀 기세가 꺾였다. 컨디션이 좋은 맥라렌의 다니엘 리카르도에게 연달아 막히며 끝까지 베르스타펜에게 힘을 보태지 못했다.

선두로 치고 나간 베르스타펜이 거리를 더욱 벌리려는 찰나, 알파 타우리 소속 쯔노다 유키가 엔진 고장으로 코너 가장자리에 멈춰 섰다. 곧바로 세이프티카가 나서며 선수들 사이의 거리가 다시 줄어든 상황. 해밀턴이 베르스타펜을 추월할 기회가 생긴 셈이다. 하지만 세이프티카 퇴장 후 숨 막히는 눈치싸움 끝에, 베르스타펜이 순식간에 거리를 벌려 순위를 방어하는데 성공했다.

피트에서는 자잘한 실수가 잇따랐다. 알파로메오 소속 안토니오 지오비나치가 갈아 끼울 왼쪽 앞바퀴에 바람이 전부 빠져 있었고, 황급히 새 타이어를 들고 나오느라 순위가 크게 떨어졌다. 윌리엄스는 두 드라이버를 한꺼번에 불러들이는 더블 피트인을 선택했다. 그러나 첫 번째 타이어 교체가 살짝 늦어 두 번째 드라이버가 주춤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드라이버 포인트는 1위부터 10위까지만 얻을 수 있다. 따라서 하위권 팀 드라이버들은 10위의 1포인트라도 얻기 위해 치열하게 달렸다. 알핀과 애스턴 마틴, 알파타우리, 윌리엄스의 드라이버들이 뒤섞이며 경기 후반까지 서로를 추월하는 장면이 눈에 띄었다. 현재 F1 최약체 팀, 하스 소속의 믹 슈마허도 틈틈이 순위를 주고받으며 기량을 뽐냈다.

베르스타펜의 첫 피트인은 25랩. 해밀턴은 피트로 들어가지 않고 거리부터 벌릴 생각이었다. 이후 3랩이 지난 시점에서 타이어를 바꿨는데, 교체 후 무서운 속도로 패스티스트 랩을 기록하며 추격을 시작했다. 단 8바퀴 만에 거리를 6초→1초로 당겨 DRS(Drag Reduction System) 존(앞 순위와 1초 이내 거리) 안에 들어왔다.

43랩부터 메르세데스의 타이어 전략이 드러났다. 베르스타펜과의 거리를 충분히 좁힌 해밀턴을 불러들여 다시 컨디션 좋은 타이어로 갈아 끼웠다. 이대로 마지막 바퀴까지 달리면 타이어 상태가 나쁜 베르스타펜을 충분히 추월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팀 메이트인 보타스를 지나, 결국 60랩에 이르러서 1위를 되찾는데 성공했다. 속수무책으로 당한 베르스타펜은 팀의 타이어 전략에 불만을 내비쳤다.

이미 순위는 굳었다. 패스티스트 랩 1포인트를 위한 경쟁만 남았다. 끈끈한 소프트 타이어를 끼운 보타스와 베르스타펜, 페레즈가 페이스를 올리기 시작했다. 1위를 내준 베르스타펜이 열이라도 받은 걸까, 보타스의 기록을 1초 이상 줄인 1분18초149로 패스티스트 랩 기록을 세웠다.

이변은 없었다. 해밀턴이 98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세 자릿수 기록에 한발 더 다가섰다. 베르스타펜의 초반 추월은 놀라웠지만, 혼자서 메르세데스 듀오를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비등비등한 경쟁을 위해서는 페레즈의 상위권 합류가 절실한 상황이다. 드라이버 포인트가 단 8점 차였던 해밀턴은 총 94점을 쌓으며 14점 차이로 베르스타펜을 따돌렸다.

다음 경기인 모나코 그랑프리는 이달 20~23일에 열린다. F1 대표 시가지 & 클래식 서킷으로, 트랙 폭이 좁고 복잡해 사고가 자주 일어난다. 당연히 추월도 어려워 예선 성적이 매우 중요하다. 더불어 모나코 그랑프리는 지난해에 코로나19로 인해 개최하지 못해, 2년 만에 모나코의 아름다운 풍경도 감상할 수 있을 전망이다.

글 서동현 기자
사진 F1, 각 레이싱 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