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수무책 '두목치기' 당하는 아파트 나무들.."공적관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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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기둥만 남겨놓는 방식의 무자비한 가로수 가지치기에 대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문제제기가 잇따르는 가운데 특히 아파트단지 안에 심어진 나무들 관리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도한 가지치기는 물론 주민 건강을 위협하는 농약 살포 등도 이뤄지고 있지만, 아파트 주민들의 사유재산으로 분류돼 별다른 관리기준도 없기 때문이다.
실제 아파트 관리의 기준인 각 시·도 '공동주택 관리규약'에는 가지치기 등 조경 관리에 관한 규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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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건강 위협' 농약 오남용에도 안전기준도 없어
전문가들 "공공재로 다뤄야..설계·관리기준 마련"

“사유재산이라는 이유로 아파트 나무들이 해마다 ‘사유지의 비극’을 겪고 있다. 도시의 녹지 가운데 공동주택 녹지 비중이 커지고 있는 만큼, 아파트 나무를 도시의 중요 공공재로 관리해야 한다.”(최진우 ‘가로수를 아끼는 사람들’ 대표)
사실상 기둥만 남겨놓는 방식의 무자비한 가로수 가지치기에 대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문제제기가 잇따르는 가운데 특히 아파트단지 안에 심어진 나무들 관리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도한 가지치기는 물론 주민 건강을 위협하는 농약 살포 등도 이뤄지고 있지만, 아파트 주민들의 사유재산으로 분류돼 별다른 관리기준도 없기 때문이다.
“아파트 나무관리, 전문지식 없는 관리소 직원들이 맡기도”
“분양 직후엔 시공업체의 전문가가 조경 관리를 하지만 2년 하자 보수 기간이 끝나면 조경 관리가 비전문가인 아파트 관리사무소로 넘겨지고, 이때부터 비윤리적인 관리가 시작된다. 아파트 내에 공동주택표준관리규약을 개정해 조경 담당 전문 인력을 배치하는 일이 시급하다. 지자체에서 개입하거나 지원을 하려고 해도 조례 등 법적인 근거가 없어서 난감해한다”(조경업체 ㈜수지원의 김우진 대표)
실제 아파트 관리의 기준인 각 시·도 ‘공동주택 관리규약’에는 가지치기 등 조경 관리에 관한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가지치기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쯤으로 취급된다. 3~5년 만에 하는 아파트 나무 가지치기는 비용이 싼 두목치기(나무 기둥 윗부분을 모두 베어버리기) 말고는 선택지가 없다고 한다.

“농약 치면 나흘 잔류 되지만, 곧바로 놀이터 이용해도 제재 없어”
나무 관리 과정에서 위험천만한 일도 벌어진다고 한다. 특히 무분별한 농약(소독약) 살포 때문에 입주민들이 쉽게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오전에 아파트 단지 내 나무들에 농약을 살포하면, 다음 날이나 심지어 당일 오후에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아도 별다른 제재가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2018년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 권건형 박사가 현재 아파트에서 가장 흔하게 쓰이는 농약(페니트로티온 성분)을 회양목에 뿌린 뒤 잎에 잔류시간을 측정해보았더니 나흘 뒤까지 검출됐다고 한다. 농약 살포도 전문적인 소독업체나 조경업체보다 관리사무소가 직접 살포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경우 보통 농약은 농업 작업자가 쓰는 물건으로 인식하다 보니 농작업자에 대한 안전기준은 있지만, 어린이 등 거주자에 대한 안전기준은 없다. 농약 살포 때 살포자·작업자·행인·거주자의 네 분류로 안정성을 평가하는 유럽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권건형 박사)
해충 발생 민원을 우려해 관리소 쪽이 농약 오남용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30년가량 주택관리 일을 하고 현재 나무의사인 정창국씨는 “주민들 인식이 병이 있든 없든 모든 나무를 소독해 주길 바란다”며 “예를 들어 은행나무는 해충이 잘 안 먹는데, 아무리 설명을 해도 다 뿌려달라고 해서 환경오염이 되는 경우가 많다. 용역 수행하는 입장에서 안 들어주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층 아파트 장송들은 정말 괜찮을까? “뿌리 못 뻗게 설계된 탓에 안전 우려”
최근 지은 아파트들은 조경담당을 따로 두는 경우도 있지만, 나무의 특성이 충분히 고려되지 못한 설계 탓에 안전사고 우려도 제기된다.
“요즘은 아파트들이 20층 이상 고층으로 지어져서 거기에 어울리게 장송 등 큰 나무를 많이 심는데, 이런 나무들이 적절하게 생육하려면 뿌리 쪽 토심이 2m는 돼야 하지만 녹지 공간 바로 1m 정도 아래를 지하주차장으로 설계하는 경우가 많다. 뿌리가 뻗을 수 없어 도복(쓰러짐)의 위험이 있다. 그러니 처음 심을 때 임시로 받쳐주던 지주목을 수년이 지나도 제거할 수 없다. 그러면 지주목이 닿은 줄기 부분이 잘록해지고 나무 생육에 문제가 생기고 이런 악순환 때문에 나무가 쓰러지는 등 안전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커진다. 산림청이나 시도에서도 나무 종류에 맞게 조경공사 설계 관련 법이나 세밀한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정창국 나무의사)
“아파트 나무, 사유재산이지만 공적기능 고려해 관리 기준 마련해야”
전문가들은 아파트 녹지가 도시 열섬 현상을 완화하고, 미세먼지를 줄이는 만큼 공공재로 보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다. 30년가량 녹지업무를 해 온 최재군 수원시 영통구 녹지공원과장은 △아파트 관리소 직원 조경 교육 △장비 지원 △현장 컨설팅 △목재 폐기물 재활용 △조경 관리 우수 아파트에 대한 각종 인센티브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 과장은 “수원시의 경우 공공녹지랑 공동주택 녹지가 거의 반반씩이다. 공동주택 녹지의 공적 기능을 고려한 지원이 필요하다. 지방정부뿐 아니라 국토교통부, 산림청, 환경부 등에서도 적극적으로 공동주택 녹지 공간 설계·관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파트 안은 사유지지만, 그곳의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산소는 우리가 모두 마신다. 공적인 차원에서 조례 및 법을 만들어서 시설보수와 쓰레기 처리만 집중하는 아파트 관리를 바꿔야 한다. 주민들도 조경 관리가 아파트 재산가치도 올리고 도시 전체 환경도 개선하면서 우리의 2∼3세가 살아갈 공간에 정말 필요한 기본문제라는 인식을 가졌으면 한다.”(이득현 재단법인 수원그린트러스트 이사장)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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