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쏘(붉은색) 스포츠카의 역사 속으로! - 페라리 박물관

페라리가 운영하는 박물관은 지난번에 소개한 엔초 페라리 박물관과 이번에 소개할 페라리 박물관, 이렇게 두 곳입니다. 이 둘을 함께 둘러볼 계획이라면 셔틀버스를 이용해 이동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데요. 엔초 페라리 박물관 입구 맞은편에 있는 매표소에서 티켓을 구입하고 그 자리에서 탑승하면 됩니다.

<사진1> 마라넬로 페라리 박물관 전경 / 사진=페라리
<사진2> 셔틀버스. 페라리 공장과 박물관이 있는 마라넬로까지는21km 떨어져 있으며, 약 45분 정도가 소요된다 / 사진=이완

하나 정보를 드리자면 홈페이지 등에 버스 시간표가 올라와 있지 않기 때문에 일정을 고려해야 하는 분들이라면 엔초 페라리 박물관을 둘러보기에 앞서 먼저 매표소에서 버스 시간표를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저 역시 미리 버스 시간을 확인했고, 시간에 맞춰 관람을 마친 뒤 정문 앞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사진3> 페라리 마라넬로 공장 모습이 보인다 / 사진=이완

약 10여 명의 관람객을 태운 버스는 페라리 공장 정문을 지나 박물관 앞까지 우리를 데려다주었습니다.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한 모데나의 엔초 페라리 박물관과는 달리 비교적 탁 트인 공간에 마련된 페라리 박물관은 좀 더 활기찬 느낌이었습니다. 입구에서부터 전시된 페라리 상징 말 모형과 F1을 빛냈던 로쏘(빨강) 머신들이 이곳이 자동차 레이싱의 대표 브랜드 중 하나인 페라리 박물관임을 알려줍니다.

<사진4> 박물관 입구 안쪽에 세워져 있던 F1 페라리 머신 / 사진=이완

엔초 페라리 박물관이 넓은 하나의 공간으로 전시실이 돼 있다면 마라넬로 페라리 박물관은 몇 주제를 담은 작은 전시 공간들로 나뉘어 있습니다. 박물관이 처음 만들어진 때가 1990년이니까 브랜드 명성이나 역사에 비하면 건립이 늦었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이후 몇 차례 증축을 하는 등 계속 다듬어 왔습니다.

입장을 하면 가장 먼저 마라넬로 공장 사진들, 그리고 역사를 소개하는 문구들이 벽을 가득 채우고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또 이곳엔 2차 대전 이후 마라넬로로 옮긴 뒤 쭉 사용했던 엔초 페라리의 소박한 사무실도 재현돼 있죠. 하지만 가장 먼저 눈길이 가는 것은 페라리가1963년에 내놓은 250 LM입니다.

<사진5> 엔초 페라리가 사용했던 책상과 전시룸 전경 / 사진=이완
<사진6> 전시된 250 LM 카로체리아 피닌파리나가 개조했다 / 사진=이완

전설적인 250 GTO 후속작인 이 레이싱카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24시간 내구레이스 르망에 출전, 우승컵을 차지합니다. 2년 연속 우승컵을 드는 등 성공적이었죠. 하지만 1966년 작심한 포드에 의해 르망 우승컵을GT40에 넘겨주게 됩니다. 250 LM은 총 32대만 제작이 됐고, 2대는 도로용으로 개조가 되는데 박물관에 전시된 모델이 그 2개 중 하나입니다.

초기 페라리 역사를 뒤로하고 다음 전시실로 가면 1980년대를 빛낸 3대의 한정판 모델 페라리 GTO, F40, 그리고 F50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습니다. 1984년 제네바 모터쇼를 통해 데뷔한 GTO는 흔히 288 GTO로 불리는데요. 288은 2.8리터 배기량의 V8 터보 엔진이 들어갔다는 것을 뜻합니다. 또 GTO는 엔초 페라리 박물관 편에서 설명했듯 그란투리스모 호몰로게이션의 약자로, 호몰로게이션은 레이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만들어야 하는 한정 생산 모델을 의미합니다.

<사진7> 페라리 GTO (사진 앞)는 V8 엔진으로 400마력 최고속도 305km/h까지 달릴 수 있다 / 사진=이완

이 페라리 GTO는 바로 세계 랠리 선수권대회 그룹 B에 출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혹독한 비포장도로 레이스용으로 제작돼 성능만큼은 확실했습니다. 그런데 랠리 B가 폐지되면서 GTO의 우승의 꿈도 사라지고 맙니다.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페라리의 좋은 스포츠카 만드는 노하우는 더 숙성하게 되는데요. 바로 F40이 등장합니다.

<사진8> F40에는 죽은 첫째 디노 페라리, 그리고 현재 페라리 부회장인 디노의 이복동생 피에로 페라리의 흔적들이 가득하다 / 사진=이완

개인적으로 페라리라는 브랜드에 관심을 갖게 만든 것이 이 F40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그 디자인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1987년 페라리가 창업 40주년을 기념해 내놓은 모델로, 엔초 페라리의 마지막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피아트 자회사가 된 페라리를 바라보며 열정이 식은 엔초였지만 포르쉐의 강력한 도전에 자극을 받아 만들었다고 해 팬들의 관심을 더 받기도 했습니다.

F50은F40처럼 페라리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나온 스포츠카로, F40이 포르쉐 959와의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면F50은 당시 화제였던 맥라렌 F1을 그 타깃으로 삼았습니다. F1 디자이너가 제작에 참여했고, F1 머신에 사용된 엔진을 변형해 적용한 점, 그 외에도 여러 F1 경주차 기술들이 적용됐다고 해서 역시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사진9> 몇 년 전 F50 한 대가 큰 사고로 박살이 난 소식이 해외 토픽으로 전해졌다. 이 차는 349대만 생산됐다. 전시실에는 F50 엔진도 함께 공개돼 있었다 / 사진=이완

1980년대 페라리의 기념비적 모델들을 뒤로하고 다음 전시실로 건너가면 2010년대를 화려하게 수놓은 슈퍼카들이 관람객들을 맞습니다. 바로 하이퍼카스룸인데요. 하이퍼카(Hypercar)란 슈퍼카들의 슈퍼카로, 일종의 마케팅 용어라 볼 수 있습니다. 당대 최고 출력이나 주행 성능 등을 자랑하는, 물론 초고가의 슈퍼카 일부를 지칭한다 보면 될 거 같습니다.

<사진10> 하이퍼카스룸 전경 / 사진=이완

페라리 박물관이 하이퍼카스룸을 채운 모델은 3대로 창업자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다 쓴2002년식 엔초 페라리도 그중 하나입니다. 앞서 소개한 F50의 후속작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요. 페라리 창립 60주년을 기념했기 때문이죠. 판매 방식도 까다로워 아무나 돈이 있다고 해서 이 차를 살 수 있던 게 아니었습니다. 첨단 기술의 집합체였으며 시대를 앞서간 자동차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사진11> 2002 엔초 페라리. 최고 출력 660마력, 최고속도 시속 350km / 사진=이완

2002년 엔초 페라리가 있으니 그 옆엔 후속작 라페라리도 있어야겠죠? 2013년 제네바모터쇼에서 공개된 이 모델은 963마력의 최고 출력과 0-100km/h 2.9초의 무시무시한 성능을 자랑합니다. 특히 페라리가 처음으로 내놓은 하이브리드 모델이라는 점이 이 차를 더욱 특별하게 하는데요. V12 엔진과 HY-KERS라는 전기모터 시스템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늘 그렇듯 이 모델 역시 처음 판매가는100만 유로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60억에 육박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사진12> 라페라리는 499대에 추가로 1대 더 생산되었으며, 이 추가 모델은 2016년 지진 피해를 돕기 위한 것 / 사진=이완

하이퍼카스룸의 마지막 주인공은 FXX K입니다. FXX는 일반 도로가 아닌, 오로지 트랙에서만 탈 수 있던 전용 모델이었는데요. 첨단 기술 유출을 염려해 철저하게 페라리에 의해 관리가 되고 있다고 해서 이 점 역시 화제가 됐습니다. FXX K는 바로 FXX의 후속작이죠.

<사진13> FXX K / 사진=이완

이름에 K가 붙은 것은 위에 소개한KERS를 뜻하는 것으로 하이브리드 모델임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V12 엔진과 전기모터의 출력이 합쳐져 1,050마력이라는 엄청난 출력을 자랑하는 이 차는 페라리 처음으로 1,000마력이 넘는 모델이기도 합니다.

하이퍼카스룸을 지나면 페라리 부품, 그리고 소재 등을 소개하는 공간이 나옵니다. 굉장히 작은 방이라 그런지 더 사람들이 많고 복잡해 보였는데요. 사실 이곳에 사람들이 몰린 건 세상에 단 한 대밖에 없는 페라리 원-오프 프로그램(고객 요청에 맞춰 제작한 페라리를 의미)에 의해 나온 모델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P80/C입니다.

<사진14> 2019년에 제작된 P80/C. 4리터급 V8 엔진이 들어갔다는 것 외엔 출력과 최고속도 등, 구체적 정보는 알리지 않고 있다 / 사진=이완

오랜 페라리 고객은 330 P3/P4 등의 옛 모델에서 영감을 받은 차를 요청했습니다. 페라리 서브 브랜드였던 디노에서 내놓은 모델206 S 역시 P80/C 제작에 영감을 주었다고 페라리는 밝힌 바 있는데요. 이전에 없던 페라리 디자인이면서 동시에 페라리의 전통이 담긴 디자인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반영되었다고 합니다. 이 모델 역시 트랙에서만 탈 수 있으며, 주문가는 130억 원이 넘는다는군요.

페라리가 자랑하는 슈퍼카들을 둘러보고 나면 페라리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레이싱 역사를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전시실 바로 앞에 다다릅니다. 페라리가 F1에서 이룬 업적을 기리는 '빅토리 전시실' 입구엔 2018년 F1 머신과 1932년형 알파로메오 8C 2300 스파이더가 서로 마주하고 있습니다.

<사진15> 페라리 레이싱 역사를 본격 소개하는 전시룸 앞에 놓여 있는 F1 머신에 관심들이 쏠렸다 / 사진=이완
<사진16> 알파로메오의 명작 중 하나인 8C 2300 중 경주용으로 쓰인 스파이더 차체에 노란색 페라리 엠블럼이 선명하게 보인다 / 사진=이완

그런데 왜 알파로메오 자동차가 페라리 박물관에 세워져 있는 걸까요? 그 이유는 페라리 엠블럼이 최초로 이 경주용 모델에 적용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엔초 페라리가 만든 레이싱팀 스쿠데리아 페라리는 처음엔 알파 로메오가 생산한 경주용 모델로 대회에 출전했고, 2차 대전 이후인 1947년부터 페라리가 만든 경주용 모델로 다양한 경주 대회에 출전하게 됩니다.

빅토리 전시실로 들어가면 페라리가 F1에서 이룬 성과를 한눈에 볼 수 있는데요. 수많은 트로피, 그리고 활약한 머신들, 거기에 알베르토 아스카리, 니키 라우다, 후안 마누엘 판지오, 그리고 5회 연속 우승에 빛나는 미하엘 슈마허까지, 쟁쟁한 레이서들 모습과 그들의 소품도 볼 수 있습니다.

<사진17> 트로피와 페라리 F1 팀을 빛낸 스타 레이서들. 그리고 5회 연속 챔피언 타이틀 소유자 미하엘 슈마허 / 사진=이완
<사진18> 머신들과 과거 영상들, 그리고 음악과 머신의 굉음이 뒤섞여 빅토리 전시실은 가장 역동적이었다/ 사진=이완

현재까지 포뮬러 원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가장 인기 많은, 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린 페라리이기에 이들을 아끼고 응원하는 팬들에겐 아마 박물관에서 가장 의미 있는 공간으로 빅토리룸이 기억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곳을 나오면 스쿠데리아 페라리팀의 역사와 다양한 경주 대회에 참여해 팀을 빛낸 경주 모델들이 한데 모여 있는 공간이 나옵니다. 자동차 레이싱을 위해 태어나 레이싱 대회를 통해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페라리를 잘 보여주는 곳이라 할 수 있죠. 이 전시실은 특별전, 기획전시회의 주 전시실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사진19> 스쿠데리아 페라리의 역사를 보여주는 전시실 전경 / 사진=이완

이곳에 있는 여러 자동차들 중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건 역시 페라리가 만든 첫 번째 경주용 모델125 S일 것입니다. 1947년 마라넬로에서 제작된 이 차는 12기통 엔진으로 대표되는 페라리 엔진의 역사, 그 시작을 알린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사진20> 페라리 125 S / 사진=이완

312 PB도 인상적인 모델이었는데요. 3리터 12기통 엔진이 들어갔다고 해서312라는 숫자가 모델명에 들어갔습니다. 1972년 국제 스포츠카 챔피언십에서 11개의 레이스 중 10개에서 이기며 그해 타이틀을 쥐게 됩니다. 하지만 스포츠카 경주 대회와 F1 대회를 동시에 뛰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에 페라리는 1973년 이후엔 F1만 집중합니다.

<사진21> 312 PB / 사진=이완
<사진22> 그 외의 볼거리, 또 생동감 넘치는 시뮬레이터 등이 마련돼 있으며 기념품점 또한 방문객들로 늘 붐빈다 / 사진=이완

최신의 슈퍼카부터 그들 역사가 담겨 있는 초기의 귀한 경주용 모델들까지, 페라리가 어떤 자동차 브랜드인지 이 박물관은 방문객들에게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비록 규모가 크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들의 양산차 역사, 레이싱 역사를 둘러보는 데 부족함은 없죠. 그래서 매년 방문객의 수도 늘어,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인 2019년에는 두 개의 페라리 박물관 관람객의 수가 60만 명을 넘기기까지 했습니다.

페라리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자동차 경주 대회를 빛내는 가장 빛나는 이름 중 하나이며, 스포츠카 브랜드에서 없어서는 안될, 빼놓을 수 없는 그런 이름입니다. 전기차 시대가 온다고 해도 이런 페라리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자존심을 사랑하는 팬들이 있는 한, 페라리는 12기통 엔진을 품고 달리는 영원한 붉은 말로 기억될 겁니다.

<사진23> 알파로메오팀 레이서 시절 엔초 페라리 / 사진=페라리

글/사진 이완(자동차 칼럼니스트)

<박물관 기본 정보>

박물관명 : 페라리 박물관

브랜드명 : 페라리

국가명 : 이탈리아

도시명 : 마라넬로

위치 : Via Alfredo Dino Ferrari, 43, 41053 Maranello MO, 이탈리아

건립일 : 1990년

휴관일 : 1월 1일

이용시간 : 10월~3월까지 (10:00~18:00), 4월~9월까지 (09:30~19:00)

입장료 : 성인 19유로 (마라넬로와 모데나 박물관 합계일 경우 : 24유로)

*시뮬레이터 (10분 : 25유로)

홈페이지 : ferrari.com/en-EN/muse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