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라쓰 조이서가 픽한 "이 신발".. 사실 X세대 주름잡던 패션템?

2018년 발간된 「90년대생이 온다」라는 책이 큰 인기를 끌었다. 그만큼 다들 종잡을 수 없는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관심이 크다. 하지만 '요즘 애들 정말 모르겠다'라고 말하는 우리들도 언젠가의 '요즘 애들'이었다.

1990년대. 그때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가 한창 이슈지만 실은 그 이전에 X세대가 있었다. 90년대에 20대로 살았던 X 세대를 대변하는 키워드는 수도 없이 많지만 그중 대표적인 하나는 패션이다. 딱 붙는 쫄티에 통 큰 바지, 머리 두건, 가죽점퍼...

그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닥터마틴 부츠다. 많은 패션 아이템들이 시간이 지나며 스러져갔지만 닥터마틴 부츠는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화제의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주인공 '조이서'가 신고 나오기도 했다.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닥터마틴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의사가 만들어서 '닥터' 마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45년, 닥터마틴은 독일의 군의관 클라우스 메르텐스(Klaus Märtens)의 손에서 태어났다. 당시 발목을 다쳤던 메르테스는 기존 군화의 딱딱한 가죽 밑창이 너무 불편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부상에서 회복하는 중에 그는 훨씬 편하고 부드러운 에어쿠션 밑창을 개발했다. 이후, 전투에서 구출된 구두 수선공의 구두골과 바늘을 사용해 테스트용 신발을 만들었다.

오랜 대학시절 친구인 기계 공학자 헐버트 펑크 박사에게 그 신발을 보여줬고, 둘은 동업을 시작했다. 1947년부터 공식적인 생산에 돌입했는데 초기 판매층은 주로 중년 여성들이었다. 편한 착화감과 뛰어난 내구성으로 사업은 호황을 누렸다.

우리에게 익숙한 노란 스티치의 '닥터마틴 1460 8홀 부츠'가 탄생한 건 그로부터 10여 년이 흐른 후다. 영국의 신발 제조업체 그릭스(Griggs)사와 손을 잡으면서다. 그릭스사는 영국에서 에어쿠션 부츠를 생산하기 위해 특허권을 구매했고, 이후 상단을 둥글게 만들고 노란 스티치를 추가하는 등 몇 차례 수정을 거쳤다. '닥터마틴'이라는 상표가 붙은 것도 이때다. 메르텐스의 영국식 발음이 마틴이라는 데서 따와 상표를 만들었다.

대망의 1960년 4월 1일, 부츠의 생일에서 이름에서 딴 '닥터마틴 1460 8홀 부츠'가 탄생했다. 에어웨어(Airwair)라고 브랜딩된 이 부츠는 브랜드 이름과 슬로건 'With Bouncing Soles'이 새겨진 힐 루프로 완성됐다.

본격적으로 공장을 설립한 것도 이때부터다. 영국의 노샘프턴셔 주의 낡고 허름한 집에서 그들은 콥스 레인(Cobbs Lane) 공장을 설립했다. 작은 내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바닥에 구멍을 판 뒤 크기가 큰 기계들을 높이를 맞춰 설치했다.

닥터마틴의 공장들이 태국, 중국 등지로 많이 옮겨 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노샘프턴셔 공장에선 전통을 고수하며 같은 방식으로 MIE(Made In England) 라인을 생산하고 있다. MIE 라인의 상품은 같은 스타일이어도 약 80% 이상 더 가격이 비싸지만 닥터마틴의 팬들은 MIE 라인만 고집하기도 한다.


거친(?) 사람들의 발에 날개를 달아주다.. 자유로운 영혼들의 필수품

MUSIC IS THE HEARTBEAT OF THE BRAND

닥터마틴 부츠는 초기엔 블루 칼라 노동자들이 주로 신는 작업용 부츠였다. 하지만 음악과 만나면서 닥터마틴의 정체성은 자유와 혁신으로 자리 잡아갔다. 닥터마틴은 ‘음악이 없었다면 우린 그저 작업용 부츠로만 남았을 것’이라며 '음악은 브랜드의 심장'이라고 말한다. 말 그대로 닥터마틴과 음악은 불가분의 관계다.

닥터마틴이 본격적으로 이목을 끌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영국의 록 밴드 더 후(The Who)의 기타리스트 피드 타운센드가 무대에서 닥터마틴 부츠를 즐겨 신으면서다.

당시 영국에선 노동자 계층을 옹호하는 스킨헤드들을 중심으로 노동자 계급의 청년 문화가 퍼져나갔다. 지금과 달리 1세대 스킨헤드는 정치 및 인종 문제와는 무관하게 기존의 사회와 체제에 저항하는 문화를 공유했다. 그들은 힘든 노동을 견딜 수 있도록 튼튼한 청바지를 입고, 편안한 닥터마틴 부츠를 작업화로 신고 다녔다. 타운센드 역시 노동자 계층에 대한 자부심과 반항적인 태도의 상징으로 닥터마틴을 즐겨 신었다. 1세대 스킨헤드들과 타운센드가 심어놓은 '반항'과 '혁신'이라는 닥터마틴의 이미지는 꾸준히 이어졌다.

1970년대 말, 닥터마틴 부츠는 영국 유스 컬처(Youth culture. 어떤 사회의 청년층의 가치관 전체를 대표하는 청년 문화)의 중심에 있었다. 글램, 펑크 초기 고스(goth) 등 70년대의 영국 유스 컬처를 향유하는 많은 사람들이 닥터마틴을 즐겨 신으면서 닥터마틴은 대표적인 자아 표현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80년대에도 닥터마틴은 자유와 혁신을 갈망하는 젊은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소녀들은 부츠를 자신들의 개성대로 커스터마이징 하면서 닥터마틴 8홀 남성용 스몰 사이즈 부츠를 즐겨 신었다. 영국을 여행한 미국 하드코어 뮤지션들이 닥터마틴을 미서부 해안으로 들여오면서 미국으로도 뻗어 나갔다.

그리고 1990년대 주류 음악 세계를 완전히 뒤집은 그런지(Grunge)가 등장했다. 너바나, 펄 잼과 같은 밴드들이 성공을 얻으면서 그들의 패션 스타일도 주목을 받았다. 바야흐로 그런지룩이 대세가 된 것이다. 그런지의 상징은 닥터마틴 부츠였다. 찢어진 청바지, 커다란 스웨터에 닥터마틴 부츠는 필수였다. 미국의 청소년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유니폼처럼 입고 다녔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90년대엔 폴로 면바지, 노티카 양면 자켓, 거기에 닥터마틴 부츠면 이른바 '강남 스타일'이 완성됐다. 세계를 휩쓴 그런지의 영향도 물론 있었지만 서태지와 아이들을 필두로 힙합이 크게 인기를 끌면서 닥터마틴 부츠는 남녀 모두에게 사랑을 받았다.


'비건' 샌들을 내놓은 가죽 신발 브랜드.. 혁신은 계속 된다

2020년 닥터마틴은 공식 브랜드 출범 60주년을 맞이했다. 환갑이 다 된 나이지만 닥터마틴은 여전히 정정(?)하다. 자유와 혁신이라는 닥터마틴의 정체성은 21세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새롭게 시작한 캠페인 'Tough As You'만 봐도 그렇다. 닥터마틴을 신은 사람들의 강인한 이야기를 기념하는 것이 이 캠페인의 목적이다. 고난과 편견에 맞서 싸워온 세계 각국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명해 용기와 희망을 나누고자 한다.

인스타그램에 #toughasyou 를 검색한 결과, 5000개가 넘는 게시글이 검색됐다. 사라져가는 라이브 공연장 속에서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꾸준히 음악 활동을 하는 록 밴드, 다양성을 존중하는 슈퍼 사이즈 모델…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젠더 플루이드(Genderfluid) 모델로 활동 중인 Avie Acosta가 눈에 띈다.

젠더 플루이드는 남성, 여성은 물론이고 에이젠더 등과 같은 다양한 젠더 사이를 오가는 젠더다. 하나의 성별로 규정할 수 없는 것이다. Avie는 어릴 적부터 자신이 젠더 플루이드라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 학교에 치마를 입고 갔을 때, 사람들은 그를 이상하게 쳐다보며 수군거렸다.

그는 고향을 떠나 뉴욕에 오고 나서야 그 전의 삶과 사회가 부여한 젠더 정체성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자신의 정체성을 깨달은 후 그는 젠더 플루이드 모델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제 그는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 함께 일하며, 메이저 브랜드의 런웨이를 걷는다. 그의 걸음은 또 다른 도전을 마주하는 이들을 위로한다. 주어진 환경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가는 사람, 닥터마틴은 바로 그런 사람을 응원한다.

출처: Jtbc 드라마 '이태원클라쓰'

2000년대 초반에 들어서 휘청이기도 했지만 닥터마틴은 다시 일어섰다. 2018년 케니 윌슨이 CEO로 새롭게 취임하면서 전략을 바꾼 덕이다. 가죽 신발 브랜드인 닥터마틴이지만 최근 친환경 흐름에 발맞춰 합성 가죽으로 만든 '비건 샌들'을 출시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비건 라인의 판매량은 2018 회계연도에 전년 대비 84% 늘었다. 지난해 1분기 순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70% 증가했다.

국내에서의 성장세도 괄목할 만하다. 닥터마틴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3년 동안 평균 30% 이상 연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4월~8월) 닥터마틴의 대표 제품인 부츠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4% 성장했다. 이커머스의 성장 역시 눈에 띈다. 지난 7월 30일 공식 홈페이지 리뉴얼 출시 이후 닥터마틴 코리아의 이커머스 매출은 56% 증가를 기록했다.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면서도 브랜드의 정체성을 지켜가고 있는 닥터마틴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인터비즈 윤현종 조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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