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 때문에 디젤 살 필요 없어요, 현대 스타리아 LPI(라운지 & 투어러)


혹자는 미니밴을 ‘아빠의 드림카’라고 부른다. 하지만 어떤 장르보다 실속을 챙겨야하는 게 미니밴이다. 가족이 탈 뒷좌석은 조용하고 편해야 한다. 기왕이면 가속 성능도 시원하면 좋지. 6기통 엔진이 아른거리는 이유다. 그러나 월급쟁이 아빠에게 6기통은 사치다. 살뜰한 연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소음‧진동은 타협해 디젤 미니밴을 사는 경우가 많다.

글 강준기 기자
사진 서동현 기자

6기통 감성을 반값 연료비로 누리자


그야말로 MPV 풍년이다. ‘차박’ ‘캠핑’ 등 뜨거운 레저 열풍에 힘입어 미니밴 세그먼트가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지난해 4세대 기아 카니발이 스타트를 끊었다. 올해는 북미 베스트셀러 토요타 시에나와 혼다 오딧세이가 나란히 신차로 거듭났다. 최근엔 현대 스타렉스가 14년 만에 스타리아에게 바통을 넘겼다. ‘실속파’ 아빠 입장에선 고민거리가 더 늘었다.

오늘의 주인공은 스타리아. 경쟁자엔 없는 걸출한 무기를 몇 가지 지녔다. 나보다 가족이 더 좋아할 드넓은 실내, 카니발보다 합리적인 가격, 시원스러운 개방감 등이 대표적이다. 핵심은 파워트레인. 동급 유일의 LPG 엔진으로 틈새시장을 겨냥했다. V6 3.5L LPI 구동계로, 6기통 미니밴 고유의 정숙성과 부드러운 질감을 ‘반값’ 연료비로 누릴 수 있는 MPV다.

①익스테리어


시승차 받은 첫날, 이렇게 민망한 적은 처음이다. 커다란 창문 속 나를 바라보는 아저씨들의 시선이 포르쉐 탈 때보다 뜨겁다. 그 마음, 백번 이해가 간다. 외모가 뿜어내는 아우라가 이전과 딴 판이다. KTX의 앞머리처럼 매끈한 얼굴과 굴곡 하나 없는 옆태가 남다른 존재감을 뽐낸다. 무 썰 듯 수직으로 깎은 뒤태엔 세로형 LED 테일램프를 보기 좋게 심었다.





9인승 투어러의 외모




어찌나 체격이 큰지, 길가다 2m 넘는 농구선수 마주쳤을 때처럼 입이 떡 벌어진다. 차체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5,255×1,995×1,990㎜. 이전 스타렉스보다 105㎜ 길고 75㎜ 넓으며 55㎜ 높다. 휠베이스는 3,275㎜로 75㎜ 더 넉넉하다. 한 지붕 식구, 카니발과 비교해도 100㎜ 길고 너비는 같으며 250㎜ 높다. 이 차로 출퇴근까지 하려면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

②인테리어 - 앞좌석

그런데 막상 운전석에 앉으면 큰 체격이 부담스럽지 않다. 대시보드는 평평히 다지고 윈도 벨트라인은 훌쩍 낮춘 결과다. 책 한 권만 한 사이드 미러와 커다란 유리 면적 덕분에 운전시야가 쾌적하다. 특히 라운지 인스퍼레이션 모델은 촉감 좋은 나파가죽을 씌우고, 동반석에도 4-방향 전동조절 기능과 워크인 스위치를 깔았다. 카니발보다 포근한 헤드레스트도 포인트.






MPV라면 수납공간이 많을수록 좋다. 스타리아는 붙박이 수납장처럼 곳곳에 아이디어 넘치는 공간을 챙겼다. 대시보드 위쪽엔 두 개의 수납함을 마련했다. 아빠의 비상금을 감쪽같이 숨기기 좋다. 앞좌석 도어트림 수납공간은 무려 4층으로 마련했다. 거대한 센터콘솔 내 공간은 깊이만 250㎜. 500㎜ 생수병 6개까지 거뜬하게 품는다. 컵홀더도 1열에만 4개를 심었다.


상대적으로 심심한 투어러의 인테리어


아직 자랑거리가 많다. 쏘나타와 같은 직경 작은 스티어링 휠과 돌출형 디스플레이 및 계기판, 버튼식 기어레버 등이 어떤 차와도 닮지 않은 독특한 구성을 뽐낸다. 천장은 선바이저까지 화사한 스웨이드로 꼼꼼히 감쌌다. 반면, 투어러 모델은 상대적으로 심심하다. 우선 소재부터 라운지와 차이가 난다. 대시보드, 1열 중앙시트 등 전형적인 승합차 느낌이 물씬하다.

③인테리어 – 뒷좌석






가족을 위해 사는 차, 2~3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린 라운지 7인승과 투어러 9인승 두 대를 놓고 꼼꼼히 비교해봤다. 우선 시트 구성부터 다르다. 3+3+3 배열로, 착좌감과 다리공간은 무난하다. ‘차박’이 중요하다면 투어러가 낫다. 단, 벤치 시트는 등받이를 접어도 부피가 크다. 때문에 차박 용도로 접근하면 오히려 팰리세이드 같은 대형 SUV가 낫다는 생각이다.




라운지 7인승은 광활한 공간을 120% 활용한다. 2열뿐 아니라 3열까지 슬라이딩 폭이 크다. 단순히 공간만 앞세운 건 아니다. 프리미엄 릴렉션 시트는 몸을 포근하게 감싸는 맛이 일품이다. 방석 길이는 성인 남성 허벅지까지 남김없이 받친다. 넉넉한 헤드레스트는 양 옆을 세워, 승객이 잘 때 목이 꺾이지 않도록 했다. 3단계 통풍기능과 다리받침대도 마음에 쏙 든다.

최근 토요타 시에나 하이브리드를 타고 실망한 부위 중 하나가 2열 차양막이다. 창문 전체를 감싸지 못하는 부실한 크기가 영 못마땅했다. 반면 스타리아는 측면 굴곡까지 완벽하게 채운다. MPV를 찾는 소비자는 이런 사소한 디테일도 빠짐없이 체크한다. 더욱이 64가지 컬러로 구성한 엠비언트 라이트는 대중 브랜드답지 않게 3열까지 빼곡하게 심었다.


3열은 큰 덩치의 혜택을 톡톡히 봤다. 2열 승객과 레그룸을 적절히 타협해야 하는 여느 미니밴과 다르다. 머리 공간도 넉넉하고, 시트를 트렁크 해치까지 바짝 밀 수도 있다. 또한, 3열에도 컵홀더 4개와 ‘길쭉이’ 수납함 2개, USB 포트 2개를 챙겼다. 창문 크기가 시원해, 맨 뒷좌석에 타도 개방감이 좋다. 다만, 7인승의 3열엔 카시트 고정장치(ISOFIX)가 빠져 아쉽다.




④파워트레인 및 섀시

단순히 안팎 디자인만 고친 건 아니다. 밑바탕 삼은 골격부터 새롭다. 기존 스타렉스는 낡은 뒷바퀴굴림(FR) 승합 플랫폼을 품었다. 스타리아는 현대‧기아차 승용 라인업이 두루 얹는 앞바퀴굴림(FF) 3세대 승용 플랫폼을 깔았다. 두 차가 겨눈 과녁이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무게중심을 낮춰 운동성능을 높이고, 비틀림 강성은 키우되 경량화까지 실현했다.


핵심은 보닛 아래에 있다. V6 3.5L 스마트스트림 LPI 240마력 엔진을 끼웠다. 기존 스타렉스 2.4 LPI 159마력 엔진보다 최고출력이 51% 더 높다. 최대토크 역시 23→32㎏‧m로 39% 키웠다. ‘LPG차는 힘이 달린다’는 편견을 뒤엎을 값진 변화다. 연료탱크 용량은 85L로 넉넉한데, 차체 밑에 두 개의 LPG 탱크를 심은 결과다. 한 번 충전으로 최대 560㎞를 달릴 수 있다.

본래 LPG ‘신차’는 장애인과 국가유공자, 택시, 렌트용으로 살 수 있었다. 일반인이 살 수 있는 건 5년 지난 LPG 중고차뿐이었다. 그러나 2019년, 수송용 LPG 연료의 사용제한 폐지를 골자로 한 ‘액화석유가스 안전관리 및 사업법’ 개정안이 통과했다. 이제 모두가 제약 없이 LPG 신차를 구입할 수 있다. 또한, 가솔린‧디젤차 소유자도 LPG 차로 개조할 수 있다.

현재 전국 휘발유 평균가격은 리터당 1,598.12원(2021년 6월 28일 기준)이다. 서울 평균은 1,681.03원. 경유는 전국 평균이 1,395.22원, 서울 평균이 1,479.72원이다. LPG는 상대적으로 얼마나 더 저렴할까? LPG 협회에 따르면 전국 평균가가 877.70원, 서울 평균이 936.11원으로 합리적이다. 지난 3년간 유가추이를 살펴보면, 지난해를 빼고 큰 변화는 없다.


또한, LPG는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 배출량도 낮아 청정 연료로도 주목하고 있다. 정부가 구입 문턱을 낮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에 르노삼성이 주력 모델에 LPG 엔진을 얹으며 시장을 키웠고, 최근엔 현대‧기아차에서 LPG 신차를 내놓고 있다. 특히 스타리아는 디젤 대신 LPG를 선택했을 때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다른 차보다 많다. 어떤 게 있을까?

가령, 기존에 노후 디젤 화물차를 조기폐차 하고 스타리아 LPG 카고 모델을 구입하면, 최대 1,000만 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LPG 화물 신차 구입 보조금 400만 원, 조기폐차 지원금 최대 600만 원). 올해는 조기폐차 지원금 한도가 300만→600만 원으로 한도가 두 배 올랐다. 아울러 노후 디젤 어린이보호차를 폐차하고 LPG로 바꾸면 최대 1,350만 원까지 받는다(LPG 통학차 신차구입 보조금 700만 원, 조기폐차 지원금 600만 원, 현대차 프로모션 50만 원).

LPG 차를 살 때 걱정하는 부분은 ‘충전소 찾기’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LPG 차 등록대수는 약 205만 대이며, 충전소는 1,967개다. 충전소당 차 대수는 1,044대. 가솔린‧디젤차 등록대수는 2,094만 대이며 주유소는 1만1,553개다. 주유소당 차 대수는 1,831대로 오히려 LPG 충전하는 게 여유가 있다. 따라서 가솔린‧디젤차의 대안으로 구입하기 ‘안성맞춤’이다.

⑤주행성능

우리 팀은 스타리아 LPI 7인승 라운지와 9인승 투어러, 두 대를 갖고 경기 과천에서 강원도 평창까지 왕복 368.6㎞ 구간에서 실제 연비 테스트에 나섰다. 표시연비가 아닌 정확한 계측을 위해 ‘풀 투 풀(full-to-full)’ 방식을 통해 최종 연비를 산출했다. 오전 6시, E1 과천 LPG 충전소에서 연료를 가득 채우고 출발했다. 1L 당 가격은 922원으로, 서울 평균 수준이었다.

이날 촬영을 위한 각종 장비는 투어러에 싣고 라운지와 투어러에 각각 2명씩 타고 이동했다. 에어컨 온도는 21°C 오토 모드에 맞추고, 광주원주고속도로 – 영동고속도로를 거쳐 계방산 오토캠핑장을 목적지로 정했다. 처음 타는 시승차, 평소라면 운전대부터 탐나지만 라운지 2열로 뛰어 들어갔다. 서열 3‧4위 막내 기자들은 짜증 섞인 표정으로 투어러에 올랐다.



세상 편한 뒷좌석. 이 차는 오롯이 가족을 위한 차다.


K-드라마에서 꼭 한 번씩 등장하는 소재가 있다. 심장이식. 새 심장을 이식 받고 전혀 다른 인격체로 거듭난 주인공이 있다. 스타리아가 딱 그렇다. 4기통 미니밴의 전형적인 승차감을 지닌 디젤 스타리아와 결이 다르다. ‘갸르릉’ 대는 V6의 조용한 숨결이 저 멀리 잔잔하게 들린다. 자잘한 진동이 없으니, 가다 서다 반복하는 도심 정체구간에서도 한층 쾌적하다.

졸음쉼터에 들러 잠깐 휴식하고 이번엔 운전대를 잡았다. 이번 시승은 연비 계측이 목적은 아니었다. 영상 촬영까지 하루에 해야 하기 때문에, 좋은 기록 신경 안 쓰고 시원스레 달렸다. 우선 가속할 때 감각은 디젤과 180° 다르다. 자연흡기 엔진이기 때문에 저속부터 강한 토크로 밀어붙이는 느낌은 없다. 대신 풍성한 출력으로 부드럽게 속도를 붙이는 느낌이 올차다.


재미있는 건 회전수를 높일수록 묘한 즐거움(?)을 준다는 점이다. 가령, 편안한 이동에 초점을 맞춘 차는 엔진 회전한계가 6,500rpm이더라도, 크랭크축을 레드존 직전까지 돌리진 않는다. 마진을 두고 미리 변속한다. 반면, 스타리아는 퓨얼컷 직전까지 맹렬하게 회전한다. 5,000rpm부터 한 번 더 증폭하는 V6 고유의 날카로운 사운드도 흥을 돋운다.

이유가 있었다. 3.5L 엔진의 보어와 스트로크는 각각 92.0×87.0㎜. 고회전을 좋아하는 전형적인 숏 스트로크 심장이다. 덕분에 짐을 많이 실은 상태에서도, 추월가속이 필요할 때 원하는 만큼 속도를 끌어낸다. 물론 MPV 특성상 느긋하게 달릴 땐 확실히 힘을 뺀다. 시속 100㎞로 항속할 때 엔진회전수는 약 1,600rpm. 시속 130㎞에서도 2,000rpm을 넘지 않는다.


또한, 뒷좌석 승객이 느끼는 승차감은 현대‧기아 SUV 라인업과 비슷하다. 앞바퀴굴림 3세대 승용 플랫폼으로 바꾼 결과다. 카니발과 비교하면 속도를 높일수록 차체를 바닥에 눌러주는 맛이 의외로 좋다. 라운지 LPI 7인승 기준 2,285㎏에 달하는 무거운 차체도 한 몫 한다. 단, 미니밴 특성상 뒷바퀴보다 뒤쪽에 자리한 3열에서 포근한 승차감을 기대하긴 어렵다.

1열과 3열 승객이 느끼는 정숙성도 다르다. 라운지의 1열은 이중접합 차음유리로 감쌌다. 거대한 사이드미러를 끼웠지만, 유선형 차체 덕분에 고속에서 풍절음이 크게 들이치지 않는다. 반면, 3열에 타면 시속 100㎞ 이상 고속에서 바람 소음이 제법 거슬린다. 트렁크 쪽에서 생기는 공기와류도 주 원인이다. 즉, 라운지 7인승은 4명의 승객이 편하게 타기 좋다.



계방산 오토캠핑장에서 모든 촬영을 마치고, 다시 서울로 발걸음을 돌렸다. 연료 게이지는 절반 남짓 남은 상태에서, 오후 11시 서울 송파구에 자리한 SK LPG 주유소에 도착했다. 총 주행거리는 368.6㎞. 평균속도는 시속 40㎞이며 주행시간은 9시간48분을 기록했다. 영상 및 사진 촬영을 위해 굽잇길 주행과 공회전 시간을 길게 가져, 주행시간이 예상보다 늘었다.

해당 충전소의 1L 당 LPG 가격은 938원. 총 49.511L를 충전했고, 금액은 46,441원이 나왔다. 연비 측정 프로그램을 통해 계산한 결과, 평균연비는 7.44㎞/L를 기록했다. 약 12,500원으로 100㎞를 달린 셈이다. 제조사가 발표한 공인 복합연비(6.6㎞/L, 라운지 LPI 7인승 18인치 휠 빌트인캠 기준)보다 높게 나왔고, 고속연비(7.7㎞/L)보단 소폭 낮았다.

⑥총평

이제 디젤차는 신차로 사기 왠지 꺼림칙하다. 그렇다고 6기통 가솔린 모델을 고르자니 비싼 유류비가 걱정이다. 사설 업체 찾아 LPG로 개조하는 건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이를 해결할 합리적인 대안이 생겼다. 더 이상 ‘덜덜’ 대는 진동 참고 디젤 미니밴을 타지 않아도 좋다. 카니발보다 저렴한 찻값도 마음에 든다. 오히려 값비싼 하이브리드 구동계보다 나은 선택이다.

*장점

1) 3천만~4천만 원대에 살 수 있는 가장 큰 차
2) 2.2 디젤과 전혀 다른, 부드러운 주행감각
3) 3열 승객까지 시원한 개방감을 누릴 수 있다.

*단점

1) 라운지 7인승은 3열 시트에 유아용 카시트 고정장치(ISOFIX)가 없다.
2) 출퇴근까지 생각한다면 회사 주차장 크기까지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3) 아빠 혼자 탈 땐 왠지 적적하다.

<제원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