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키트엔 왜 칼로리 안 적혀 있지?"..알쏭달쏭한 영양성분표 기준 [먹거리'왜'파일]

김지원 기자 2021. 4. 30. 17:4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지난 주말 모 대형마트에서 부대찌개 밀키트 세트를 구매했습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카트에 넣기 전 습관처럼 뒷면을 뒤집어보았습니다. 저녁 메뉴로 부대찌개를 골랐으면서도 칼로리는 따지게 됩니다. 그런데 무언가 허전했습니다.

‘어라, 영양성분표가 없네?’

영양성분표가 없으니 칼로리는 물론 탄수화물과 당류, 단백질, 지방, 나트륨 함량도 알 수 있을 리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방금 전에 카트에 담았던 된장 패키지도 뒷면에 원산지표시만 있고 영양성분표가 없었습니다. 한편 이날 같이 카트에 집어 넣은 과일잼이나 레토르트 국 봉지 등엔 모두 영양성분이 적혀있습니다. 영양성분이 적히고 안적힌 것들이 서로 비슷한 물품들이다 보니 머릿 속에 더 혼란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대체 칼로리 등 영양성분을 표기하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이번 기회에 정확히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같은 ‘부대찌개’이지만 좌측은 레토르트 식품이라 영양정보 표시가 되어 있고, 우측 밀키트엔 영양정보 표시가 없다.

■영양성분표를 꼭 적어야하는 음식들

‘영양성분표시’란 제품의 일정량에 함유된 영양소의 함량을 표시하는 것이죠. 우리나라에서는 1996년 보건복지부 고시로 가공식품의 영양표시가 처음 만들어졌고, 2006년 영양성분 표시대상 식품 확대 시행에 따라 특수용도식품, 과자류, 잼류, 면류, 레토르트식품, 음료류로 영양표시가 의무화되었습니다. 그리고 영양표시 대상 성분으로당류, 포화지방, 트랜스지방, 콜레스테롤 등이 추가되었는데요.

가공식품의 영양성분 표시 기준은 ‘식품 등의 표시ㆍ광고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별표 4’에서 정한 내용을 따릅니다. 해당 조항에 따라 영양성분을 필수로 표기해야 하는 상품은 다음과 같습니다. .

▲레토르트 식품(조리 가공한 식품을 특수한 주머니에 넣어 밀봉한 후 고열로 가열 살균한 가공식품을 말하며, 축산물은 제외) ▲과자류 중 과자, 캔디류 및 빙과류 ▲빵류 및 만두류 ▲코코아 가공품류 및 초콜릿류 ▲잼류 ▲식용 유지류(동물성 유지류, 식용유지가공품 중 모조치즈, 식물성 크림, 기타식용유지가공품은 제외) ▲면류 ▲음료류(다류와 커피 중 볶은 커피, 인스턴트 커피는 제외) ▲특수용도식품 ▲어육가공품 중 어육소시지 ▲즉석섭취, 편의식품류 중 즉석섭취식품 및 즉석조리식품 ▲장류(한식 메주, 한식 된장, 청국장 및 한식 메주를 이용한 한식 간장 제외) ▲시리얼류 ▲유가공품 중 우유류, 가공유류, 발효유류, 분유류, 치즈류 ▲식육가공품 중 햄류, 소시지류 ▲건강기능식품 ▲영업자가 스스로 영양표시를 하는 식품 및 축산물

한편 같은 시행규칙에 따라 영양성분 표기를 하지 않아도 되는 제품은 다음과 같습니다.

▲‘식품위생법 시행령’ 제21조제2호에 따른 즉석판매제조ㆍ가공업 영업자가 제조ㆍ가공하는 식품 ▲‘축산물 위생관리법 시행령’ 제21조제8호에 따른 식육즉석판매가공업 영업자가 만들거나 다시 나누어 판매하는 식육가공품 ▲식품, 축산물 및 건강기능식품의 원료로 사용되어 그 자체로는 최종 소비자에게 제공되지 않는 식품, 축산물 및 건강기능식품 ▲포장 또는 용기의 주표시면 면적이 30㎠ 이하인 식품 및 축산물

나열해놓고 보니 더욱 알쏭달쏭하고 복잡하네요. 어떤 식품들이 영양성분표시 대상이 되는지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표시광고정책과 담당자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우선 해당 상품의 영양성분 측정이 가능·용이한지에 따라 영양성분표시 여부가 갈립니다. 해당 상품의 대략적인 평균치 계산이 되어야 일률적인 영양성분 표시가 가능할테니까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것입니다. 과자 한 봉에 들어있는 단백질이 언제는 3g이고 언제는 10g이라면 봉투에 적기 어렵겠죠.

위의 표를 보면 레토르트 식품 중에서도 축산물은 제외된다고 적혀있는데 축산물 등의 경우 어떤 부위인지, 어떤 품질의 상품인지 등에 따라 영양성분 측정 오차가 크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같은 이유로 볶은 커피 등도 영양성분 표기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영양성분 표기를 하지 않아도 되는 제품 가운데 즉석판매제조 영업자가 제조·가공하는 식품 역시 마찬가지의 이유입니다. 즉석 조리를 할 경우 정형화된 레시피, 영양 성분을 산출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또한 소비자에게 식품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취지에 따라 중간 원료가 아닌 최종 소비재인 경우에만 영양성분 표기 대상이 됩니다. 이 때문에 영양성분 표기를 하지 않아도 되는 제품 목록 가운데 ‘식육즉석판매가공업 영업자가 만들거나 다시 나누어 판매하는 식육 가공품’ ‘식품, 축산물 등의 원료로 사용돼 그 자체로는 최종 소비자에게 제공되지 않는 식품, 축산물 등’이 포함되는 것이죠. 또한 ‘포장 또는 용기의 주표시면 면적이 30㎠ 이하’인 식품의 경우에도 표기 대상에서 제외되는데요. 이는 식품의 면적이 너무 좁을 경우 영양성분표를 붙일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에서라고 합니다. 같은 제품이라도 주표시면적 30㎠ 이하인 상품엔 영양성분표가 붙지 않지만, 대용량 상품엔 붙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의 영양성분 표기 대상 목록이 꼭 완성된 것이라고 할 순 없어요.

최근 수년 사이에도 이어지는 규칙 개정 과정에서 다양한 식품들이 기존엔 영양성분표시 대상이 아니었다가 추가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3월14일부터 시리얼류, 코코아 가공품류 등이 새롭게 영양성분표시 대상이 되었습니다. 밤에 ‘맥주 한 잔’이 땡길 때 으레 찾기 마련인 편의점 냉장코너의 즉석섭취식품, 즉석조리식품류 등도 지난 3월부터 모두 영양성분표시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전에도 즉석섭취식품, 즉석조리식품 가운데 햄버거, 김밥, 샌드위치 등은 영양성분표시 대상이었는데 범위가 전체로 확대된 것이죠. 장류도 2016년 이전엔 표기 필수 대상이 아니었는데 매출액 상위 업체들 순으로 영양성분표기를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식약처는 오는 2022년부터 떡류, 당류가공품, 두부류, 묵류, 소스류, 김치류 등 기존에 영양성분 표기 필수 대상이 아니었던 제품군들을 대상으로도 단계적으로 영양성분표시를 의무화할 계획입니다.

현재는 영양성분표시 의무 대상이 아니지만 2022년부터 순차적으로 영양성분 표시가 의무화될 식품군/ 식약처 제공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 해외에선 거의 모든 가공식품이 영양성분표기 필수 대상인데 국내에선 여전히 표기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제품군이 많다”며 “향후에도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위해 지속적으로 표기 대상 가공식품군을 넓혀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집콕’으로 식품 소비 늘면서 범위 넓어지고 있어

코로나19로 인해 집콕이 1년 이상 이어지면서 영양성분에 신경 쓰는 소비자들이 늘었습니다. 영양성분 표시 대상 확대를 위한 노력 또한 가공식품을 넘어 밀키트, 배달조리음식 등으로 넓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부터 12월 100개 미만의 가맹점을 운영 중인 외식 브랜드 5곳과 밀키트를 생산하는 2곳 업체는 식약처와 협업해 자사가 판매하는 상품군에 대해 공식홈페이지, 배달앱 등에 주요 메뉴 영양성분을 표기하는 시범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한 업체 관계자는 “유통 채널이 본사 공식 온라인 사이트 채널만 있는 것이 아니라서 정확하게 (영양성분 표기 이전과 이후의) 판매 선호도 변화 측정을 하긴 어렵지만 건강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향후 영양성분 표기 대상을 늘려갈지 여부에 대해 회사 차원에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자사 주요 메뉴에 대한 영양표시정보를 홈페이지에 공개한 피자헤븐. 1회제공량에 대한 열량, 탄수화물, 당류, 단백질 등의 정보가 담겨 있다. /공식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또한 식약처는 100개 이상 매장을 가진 햄버거·피자 등 프랜차이즈 업체에 영양성분과 알레르기 유발 원료를 표시토록 하고 있습니다. 해당 업소들은 제품의 열량, 단백질, 포화지방, 당류, 나트륨 등 영양성분 5종과 알레르기 유발 원료 22종을 배달앱 등에 표시해야 합니다. 오는 7월부터는 어린이 기호식품 조리·판매 업소 중 점포 수 50개 이상의 프랜차이즈 매장에도 이 같은 표시가 의무화될 예정입니다.

지난 3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최근 1년 이내 배달앱으로 배달 음식을 구입한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배달음식 설문조사 결과 코로나19 이후 배달앱 주문 횟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코로나 이전엔 배달앱 주문 회수가 주 1~2회 33%, 주 3~4회 9.4%였으나, 코로나 이후 배달앱 주문회수는 주 1~2회 41.4%, 주 3~4회 21.8%로 늘었습니다. 또한 배달앱으로 주문하는 음식 메뉴 1위는 치킨(47.2%), 2위 중국음식(17.4%) 등 기름기 많은 음식들이 상위를 차지했죠. 소비자들이 음식을 고르는 데 중요하게 고려한 항목은 후기, 평점, 가격 등의 순으로 나타났는데, 영양정보 표시는 5점 만점에 2점대에 불과했습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이정수 사무총장은 “배달앱에 표시돼 있는 정보도 가격, 평점, 후기는 잘 보이게 표시한 반면, 원산지·원재료·함량 등의 원재료 정보나 영양정보는 잘 보이지 않게 해놨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배달주문앱에 표기된 원산지 정보. 상단 메뉴에서도 스크롤을 최하단으로 내려야 작은 글씨로 표기된 원산지 정보를 볼 수 있다. /배달앱 화면 갈무리


코로나19로 인해 영양 및 건강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진 만큼 앞으로 일상에서 영양성분 표시를 조금 더 친숙하게, 자주 접하게 될 날이 오길 기대해봅니다.

참고자료:

-식품안전나라 사이트 식품표시정보 관련 법령, 가공식품 영양표시 항목

-식품의 기준 및 규격 고시

-식약처, <제외국 영양성분 표시제도 현황>(2014)

식생활 정보 뉴스레터 🍉 ‘끼니로그’를 매주 금요일 아침 메일함으로 받아보세요. 음식에 대한 요긴한 정보와 잘 지은 밥 같은 글을 보내드립니다. 링크가 클릭되지 않는다면 주소창에 다음 주소를 입력해 구독을 신청하시면 됩니다.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22110

김지원 기자 deepdeep@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