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뉴질랜드·대만이 코로나 백신 확보하고도 접종하지 않는 이유

조승한 기자,이수훈 인턴기자 2021. 1.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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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7일(현지시간) 91세인 마거릿 키넌 씨에세 영국에서 처음이자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다. 미국과 영국 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백신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빠르게 도입한 반면 호주, 뉴질랜드, 한국 등은 아직 백신 승인을 기다리고 있거나 올해 2월 이후에 도입이 예정돼있다. AP/연합뉴스 제공

미국과 영국 등 일부 국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지난해 말부터 시작했다. 미국, 영국과는 달리 백신을 확보한 채 접종을 시작하지 않고 접종 상황을 지켜보는 호주, 뉴질랜드와 같은 국가들도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뉴질랜드와 호주, 대만, 일본, 한국 등 코로나19 확산세가 비교적 심하지 않은 나라들이 백신 접종을 유보하고 있다"며 "다양한 이유로 백신 접종을 늦추고 있는 국가들에게 이미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을 확인하기 위한 귀중한 데이터를 제공할 것"이라고 이달 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가디언이 언급한 국가들은 2월 중순에서 3월 중 접종을 시작할 계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호주는 올해 2월 중순에서 2월 말 사이에 위험군에게 1차 접종을 실시할 예정이다. 대만은 3월에, 뉴질랜드는 2021년 2분기에 백신 접종을 각각 도입할 예정이다. 또 상당한 양의 백신을 선구매했음에도 아직 접종을 시작하지 않았다는 점도 동일하다.

실제로 호주와 뉴질랜드는 이미 인구 이상의 접종분을 확보한 상태다. 호주는 현재 미국 제약업체 화이자 백신 1억 회분, 영국 제약업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5400만 회분, 미국 제약업체 노바백스 백신 5100만 회분을 확보한 상태다. 뉴질랜드 보건부는 화이자 백신 150만 회분, 미국 제약업체 얀센 백신 500만 회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760만 회분, 노바백스 백신 1072만 회분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대만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000만 회분, 전 세계가 코로나 백신을 공동으로 구매하고 배분하는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한 백신 576만 회분, 현재 협상 중인 백신 제조업체의 500만 회분의 백신을 공급받을 예정이다.

가디언은 "일부 국가가 백신을 빨리 도입한 이유는 상황의 심각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14일 미국 제약업체 화이자와 바이오앤텍이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시작으로 백신을 접종해온 미국은 이달 9일 코로나19 확진자 중 신규사망자 수가 하루 4000명을 넘어섰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백신을 도입한 영국은 같은 날 사망자 1162명을 기록했다. 이는 영국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일어난 이후 두 번째로 많은 수다.

반면 호주는 10월부터 일일 신규확진자 수가 30명을 넘지 않고 있다. 뉴질랜드는 11월 18일 이후 지역사회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한국은 지난해 12월부터 1000명이 넘어가던 국내 일일 확진자 수가 최근 6일 연속 세자릿수를 기록하면서 코로나19가 3차 유행에서 억제 경향으로 내려갔다는 기대도 나온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확산세가 사그라든 만큼 백신 승인에 공을 들이고 있다. 로버트 부이 호주 시드니대 웨스트미드 아동병원 감염학 전문 교수는 가디언에 “임상 시험 과정을 건너뛰거나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백신은 안전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현재 나와 있는 백신들은 장점이 많지만 장점을 넘어선 가장 큰 걱정은 지금까지 이런 종류의 백신을 사용해본 전례가 없어 인체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 이를 감시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제니퍼 마틴 호주 뉴캐슬 의과대 임상약리학 교수는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백신 승인이 오래 걸리는 이유는 통계 자료를 이중으로 확인하고 재검토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라며 “호주와 뉴질랜드는 ‘기다리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 왜 사람들을 위험에 처하게 하겠는가’라고 판단하는 것”라고 말했다.

사진은 미국 제약업체 화이자와 바이오앤텍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다.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은 영하 70도에서 보관하고 운송해야한다. 바이오앤텍 제공

가디언은 "아직 백신을 도입하지 않은 국가는 접종을 시작한 국가들이 제공하는 자료에서 부작용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해 12월 14일부터 23일 동안 화이자의 백신을 1차 접종하는 동안 접종자에게서 나타난 알레르기 반응에 관한 자료를 이달 6일(현지시간) 공개했다.

가디언은 "이 데이터는 한국과 같은 국가에서 유용한 것으로 판명될 것"이라며 "한국과 같은 국가는 모든 인구분만큼의 백신 접종을 주문했지만 다른 곳에서 가능한 부작용을 관찰하면서 대량 백신 접종을 연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뉴질랜드 보건부는 “호주, 영국, 유럽, 캐나다, 미국과 같이 신뢰할 수 있는 정부가 내리는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백신에 대한 안전성을 검증하는 것만이 아니라 백신 수송, 유통, 피해보상 계획 및 대응 등 또한 점검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는 설명이다.

가디언은 "일본도 하루 7569명의 신규확진자를 기록한 이달 7일 긴급사태를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백신을 도입하지 않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2월 말에 일선 의료진 1만여 명을 시작으로 65세 이상 노인과 요양시설 종사자, 기저질환자에게 3월에 순차 접종할 예정이다. 가디언은 "일본은 백신 접종 기피 현상이 있어 사람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한국 정부는 2월 내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의 허가를 내고 접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현재 화이자 백신 1000만 명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000만 명분, 얀센 600만 명분,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1000만 명분으로 총 5600만 명분의 백신을 확보한 상태다.

[조승한 기자,이수훈 인턴기자 shinjsh@donga.com,so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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